2011-06-21 11:23

“해운업을 지원이 아닌 투자대상으로 봐달라”

인터뷰/ 한국선주협회 이종철 회장
담보금융 대상 선박 관심 높아질 것
中·印 수요 강세…예상보다 조기 시황회복 가능성



“해운업에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지원이 아닌 해운에 투자하란 얘기다.”

한국선주협회 이종철 회장(STX팬오션 대표이사)은 최근 해운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과 관련해 “(해운업계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게 금융”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선주협회 사장단 워크숍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동산이란 특수성 때문에 선박에 투자할만한 상황이 못됐지만 이제 부동산 신화는 멈췄다. 8~10%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부동산이 없다”며 “부동산에서 선박으로 투자영역이 넘어갈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담보금융으로서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금융기관 설립 3가지안 조율中

그는 이어 “현재 선박금융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업계들만 강하게 공감하고 있을 뿐 아직 정계나 금융계 등은 우리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 우리 해운업계 뿐 아니라 금융권 정부 등에 선박금융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역설하는 단계”라고 선주협회의 정책방향을 설명했다.

다만 “(해운업에) 여신을 못해주는 게 은행권의 고민이다. 해운·조선업이 금융권에 신뢰를 잃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조선업체 때문에 사고 안난 금융이 없고 불행하게 법정관리 들어간 해운회사들도 많이 생기면서 건강한 기업도 금융권으로부터 외면 받는 사례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선박금융기관 설립 진행 상황에 대해선 “지금은 가장 현실적인 안을 가지고 업계와 힘을 모아서 구체화하고 있다. 첫 단계에서 2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1년 또는 1년 반 안에 (선박금융 설립안이) 구체화되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또 “내년엔 선박금융기관이 공사든 은행이든 토니지뱅크(tonnage bank)든 설립될 걸로 본다”고 말해 3가지 형태의 선박금융기관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해운과 금융 쌍방 모두 전문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사이클을 이해하고 이런 불황 때 투자해야 하고 과열됐을 땐 냉정하게 봐서 템포를 낮추고 해야 한다”며 “은행에 유동성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지식 패키지(knowledge package)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가 선박금융기관 설립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기재부는 기존 금융기관을 사용하는 방식의 의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우리와 맞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 발전 위해선 고급 해기사 육성해야”

이 회장은 해운업계의 인력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해운의 승부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전문인력이 강하지만 최근 들어 인력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예전엔 엘리트들이 해양대를 나와 승선 근무를 한 뒤 육상근무로 전환했지만 지금은 승선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 “세제혜택 등을 통해 정부가 실질적인 혜택을 줘 젊은 사람들이 해운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키는 고급사관(해기사)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한국 사관들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한다”며 “인력이 없다면 한국에서 누가 해운 하려고 하겠느냐? 어렵더라도 정책적인 부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양질의 해기사를 수급하기 위한 방안이 있느냐고 묻자 “선주협회가 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와 연계한 캄보디아 선원 수급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선주협회 회장에 취임한 지 100여일이 지난 소감에 대해선 “개별회사의 이익과 전체 업계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숙제”라며 “서로의 이해가 충돌되지 않는 업계 전반적인 체질 강화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말해 향후 협회 사업 방향을 해운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내비쳤다. 이어 “해운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남대문시장 가게가 문을 닫으면 경쟁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상권이 죽어서 싫어하더라. 경쟁자는 늘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건이라면 해운업 회복 빨라질 것”

해운산업 회복시기에 대해선 “현재와 같은 투자나 경제 여건이 유지된다면 2013년보다 빨리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에 없던 (해운시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며 새롭게 부상한 중국과 인도를 그 예로 들었다. 특히 “인도 석탄 수요가 지난해 9천만t에서 올해 1억2천만t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여전히 강세를 띠고 있는 수요는 해운시황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사들이 연료비 절감을 위해 선박감속운항(슬로스티밍)을 확대하고 있는 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선박금융이 감소 추세인 점 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슬로스티밍이 수요 15% 증가 효과를 내며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STX팬오션의 컨테이너선시장 원양항로 진출설에 대해선 “가까운 장래엔 아시아역내 선사로서 건실하게 성장하는 게 당면과제”라며 일축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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