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8 09:27

여울목/ 범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대표 선사 경쟁력 강화

지난해 말 국내 양대 선사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각각 BBB- BB로 낮췄다. 두 회사 모두 비용절감과 유가하락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지만 공급과잉 시황에서 운임상승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해 9월 말 별도 기준으로 1108%(한진해운) 764%(현대상선)에 이르는 부채율도 두 회사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 양대 선사의 신용 강등에서 해운산업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새해 해운산업의 위험도를 ‘불리한(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 기관은 해운산업에 대해 3년째 이 등급을 유지했다.

유가하락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해운 시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건화물선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선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해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1105에 머물렀다. 2013년의 1206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부진을 털고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란 해운조사기관들의 전망과 달리 시황은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었다. 새해에도 시황 침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782로 지난해를 마무리한 BDI는 지난 2일 11포인트 낮은 771로 새해를 시작한 뒤 6일 현재 758까지 하락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세계 1,2위 선사가 제휴한 2M과 세계 3위 선사를 비롯해 중국 및 범아랍권 선사가 합작한 O3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조사한 12월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가 전 달에 비해 하락세를 띤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하락이 기대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평가다.

몇 년째 불황이 지속되면서 해운시장 지원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얘기가 금융당국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의 해운산업에 대한 몰이해를 그대로 드러낸 말인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 특성상 연관 산업인 해운산업의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중국이나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이 해운산업 지원에 적극적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프랑스정부는 세계 3위인 자국 대표선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부펀드(FSI)를 통한 지분 출자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든든한 수익원 역할을 해왔던 전용선을 모두 매각했다. 한국을 대표해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글로벌 선사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사들의 대형선 확보가 경쟁선사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어 제대로 된 승부를 벌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양대 국적선사들의 초대형선 신조 발주는 전무하다. 선박 대형화는 컨테이너선 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만성적인 저운임 시황에서 초대형선을 통한 효율성 제고는 수익성 개선의 마지막 보루다. 해운 불황의 주범이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선사들이 초대형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 얼라이언스 체제로의 시장 재편도 대형선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G6에 가입해 있는 일본 MOL과 홍콩 OOCL, CKYHE에 합류한 대만 에버그린 등이 2만TEU급 컨테이너선 신조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웃 국가들이 대표 해운기업들의 초대형선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라이언스 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대표 선사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양대 국적선사의 대형선 투자와 경쟁력 확보는 이제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범국가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해운의 재도약을 위한 밀도 높은 금융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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