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7 14:37

“근해선사 전용터미널 건설로 부산항 경쟁력 제고 시급”

아시아역내 정기선사 역할 재조명 세미나 열려

아시아역내 항로를 운항하는 근해 컨테이너 선사의 기항을 적극 지원해야 부산항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전무는 지난달 29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항 경쟁력과 인트라 아시아 정기선사의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근해 컨테이너 선사와 부산항의 단점을 제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부산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 등을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해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난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1868만TEU)의 22%(436만TEU)를 처리한 인트라 아시아 정기선사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아시아역내 선사’ 위한 부산 신항 전용터미널 ‘긴요’

“아시아역내 선사에 대한 관계기관의 정책과 배려가 부족하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전무는 “그동안 부산항은 대형 모선(메가 얼라이언스) 유치에만 주력해왔다”며 아시아역내 선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아시아역내 선사는 아시아 각 지역을 오가는 고려해운, 흥아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팬오션 등 국적 중소 컨테이너 선사를 뜻한다.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지속적인 증가로 지난해 수출입 물동량을 추월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된 환적 물동량은 941만4천TEU로 923만8천TEU를 기록한 수출입 화물 실적을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부산항의 환적화물을 1000만6천개로 목표를 설정했다. 부산항의 환적화물 1000만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지난해 환적화물을 처리해 창출된 부가가치는 약 1조1100억원이었다. 환적화물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커 환적항만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 BPA의 입장이다.

김 전무는 “부산 북항이 폐쇄될 경우 최소한 2~3km의 대체 전용터미널이 필요하다”며 “환적항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산 신항내 2-4단계나 2-5단계를 아시아역내 선사들이 기항할 수 있는 전용터미널로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전용터미널 개발시까지 경과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항 터미널별 중소 컨테이너선 유치 할당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 컨테이너선 유치 할당제는 부산 신항 전 부두운영사들을 대상으로 일정수준의 근해선박 유치를 강제화하는 제도다.

부산 신항 신규부두 적기개발돼야

초대형선과 연근해 중소형선이 동시 기항해 화물을 연계처리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근섭 연구위원은 부산 신항의 신규부두를 적기 개발·추진해야한다고 밝히며 2-5단계(3개 선석)와 함께 2-6단계(2개 선석) 개발도 조기에 착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선석이 적기에 공급돼야 초대형선과 중소형선이 동시 기항해 연계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또 그는 싱가포르 투아스 터미널 등을 벤치마킹해 아시아역내 선사와 원양선사가 동시 기항이 가능하도록 배치를 구상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부산 신항에는 원양선사가, 북항은 아시아역내 선사들이 주로 기항하고 있다. 부산 북항의 아시아역내 선사 비중은 2006년 31.3%에서 2014년 68.3%로 급상승했다. 원양선사들이 부산 신항 개장으로 인해 북항서 둥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신항의 원양선사 비중은 89%로 높다. 올해 북항 ‘O3’ 얼라이언스의 물량이 본격 이전하면 신항과 북항의 이원화 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항(원양선사)과 북항(아시아역내 선사)의 이원화 구조로 인한 물류비 부담도 환적항만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부산항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신항과 북항 이원화 구조에 따른 셔틀운송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25억원의 추가 처리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다른 해법으로 부산 북항 부두운영사와 동반 이전을 꼽았다. 북항 부두운영사 통합 이후 아시아역내 선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아시아역내 선사는 신항 기항 공간 확보와 환적 유치 경쟁력 강화를, 통합 운영사는 신항 이전 초기 안정적 물동량 확보와 기존 운영사와의 화물 유치 경쟁을 지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것. 부산항 역시 물량 증대는 물론 운영사 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 ‘일석 삼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주제발표 이후 사진 왼쪽부터 이환구 흥아해운 부사장, 심재찬 부산항만물류협회 이사장, 전준수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 이수호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장, 박남규 동명대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에는 BPA와 한국선주협회뿐만 아니라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사와 부두운영사 및 항만물류협회, 연구기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전준수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 이수호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장, 이환구 흥아해운 부사장, 심재찬 부산항만물류협회 이사장, 박남규 동명대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BPA 박충식 운영본부장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인트라 아시아 정기선사와 부산항의 공동발전을 위한 소통과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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