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1 14:15

“카페리타고 중국여행 떠나요”

<승선취재기>
中, 항만 통합프로젝트로 출혈경쟁 막는다
▲ 한중훼리 < 향설란 >호


“진정한 여행은 이동 수단부터 나그네 콘셉트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나그네가 되어 낯설거나 새로운 곳을 떠돌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한중 양국을 오가는 카페리선에 승선할 기회가 생겼다.

선박과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은 시작부터가 갈린다. 비행기는 내려서부터, 선박은 배를 타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카페리선 이용 시 15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으로 하루를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여행에서는 하루를 버는 셈이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밤하늘의 별을 세어보는 낭만은 선박에서만 즐길 수 있다. 좁은 좌석에 앉아 이륙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 비행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긴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고객들의 여행 만족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시설도 완비돼 있다. 침대 TV 욕실 레스토랑 노래방 식당 면세점 등의 시설이 승객들의 여흥을 고무시킨다. 길동무와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등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선박 여행의 묘미다.

낭만이 살아 숨쉬는 ‘한중카페리’

8월의 끝자락, 최종 목적지인 중국 옌타이를 가기 위해 위동항운의 카페리선 < 뉴골든브릿지 V >호에 몸을 실었다. 한중 여객선 세 번째로 물살을 가른 인천-칭다오 뱃길은 1993년 첫 취항했다. 초기에는 4000t급 카페리선이 운항했지만 여객과 화물이 몰린 덕에 지금은 2만9000t급으로 선박 규모가 확대됐다.

 


승선 직후 눈길을 끈 건 에스컬레이터 노래방 극장 레스토랑 등 고객들을 위한 시설이다. 특히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인천대교와 인천항 갑문 통과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과 일출 때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도 선박 여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장점이다. 출항 이후 선박은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순항했다. 수신 감도가 약했던 휴대전화는 새벽이 되니 먹통이 됐다. 중국 일정이 본격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인천항 갑문 부근에 친환경 항만 안내선인 < 에코누리 >호가 정박해 있다.


16시간을 항해한 끝에 중국 칭다오항에 도착했다. 다음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한중훼리 차량에 탑승해 옌타이로 향했다. 옌타이 시내를 지나며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건 사과다. 경운기 오토바이 자동차 자전거 등 교통수단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모든 주민들이 사과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대형트럭에 수북이 쌓인 사과, 직접 시장에 나와 자리를 깔고 직거래를 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알고 보니 사과는 옌타이의 특산물이었다. 중국 전역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 총량의 4분의 1을 옌타이가 맡고 있다.

 
▲ 봉래각


옌타이 시내를 지나 중국 최대 관광명소인 봉래각에 들렀다. 입구 한편으로 AAAAA(A5)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이 다소곳이 세워져 있다. A5는 중국 정부에서 인정한 최상급 관광지를 의미한다. 중국 4대 누각인 봉래각은 선인이 출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진시황이 신선과 같은 삶을 살고자 3번이나 이 곳을 찾았다고 한다.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세워져 있는 누각은 푸른 바다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찾는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中, 산둥성 內 항만통합 프로젝트 가동

중국 산둥반도 북동부에 위치한 옌타이항은 우리나라와 가깝다. 인천과 옌타이간 해상거리는 480km에 불과해 15시간 정도면 여객선이 두 지역을 연결한다. 중국 투어 둘째 날엔 옌타이국제컨테이너터미널 주보평 마케팅팀 실장과 개월중 항로담당 실장이 간담회에 참석해 옌타이항 컨테이너 터미널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한중훼리 곽인섭 사장과 오동훈 상무도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현재 옌타이항은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정부 주도하에 진행되는 컨테이너 터미널 통합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옌타이 웨이하이 르자오 등이 통합 프로젝트에 포함된 항만들이다. 산둥성 내 항만들의 출혈경쟁을 없애고 서비스 합리화를 꾀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 사진 왼쪽부터 옌타이국제컨테이너터미널 주보평 실장, 한중훼리 장조리 실장, 곽인섭 사장, 오동훈 상무


최근 부두통합은 항만물류업계의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5년엔 미국 터코마와 시애틀 두 항만이 ‘더 노스웨스트 시포트얼라이언스(NWSA)를 결성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 부산북항에서 신선대부두(CJ KBCT)와 감만부두(BIT)의 통합이 성사됐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까닭에 부두 통합을 이뤄내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터미널 운영사들이 통합에 동참한 건 하역료 덤핑 등 불가피한 경쟁을 피하기 위함이다. 또 선박 대형화에 따른 해운업 경기변화와 얼라이언스 재편 움직임 등에 발맞춰 부두운영사들은 비즈니스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화물유치를 위한 경쟁을 필사적으로 벌여온 부두들은 급기야 통합에까지 이르렀다.

옌타이항도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컨테이너 화물량 증가와 대형선 입항 증가에 발 맞춰 공동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통합에 뛰어들었다. 주보평 실장은 “옌타이와 웨이하이 등의 항만에서 터미널 통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간 150만TEU 규모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옌타이항은 올해 50만TEU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로 수심이 17m로 대형선 접안이 가능하며, 중국-일본 한국-중국 노선을 주력으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국내 피더 네트워크는 주 7항차, 일본과 한국항로에서 각각 주 6항차 주 13항차가 운영 중이다.

카페리 여객실적 전년比 17%↓

중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뱃길에선 한중훼리 < 향설란 >호에 몸을 맡겼다. 독일에서 1996년에 건조된 1만6천t급 여객선은 LOLO(LIft on LIft Off, 크레인으로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하역방식)선 특징상 선박 복원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박개조도 진행된 적이 없어 높은 안전성을 자랑한다. 지난 2000년 10월부터 인천항과 중국 옌타이항을 잇는 해상항로를 운항 중이다. 한중훼리의 성장을 책임져온 주역이나 다름없다.

 
▲ < 향설란 >호에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일반 승객뿐만 아니라 ‘다이공’으로 불리는 보따리상들도 배편에 올랐다. 보따리상들은 면세점과 시장에서 각종 물품을 저가로 구입한 뒤 중간상을 통해 다른 국가에 내다 팔아 수익을 남긴다. 비행기보다 배삯이 싼 카페리선을 대부분 이용한다. 먹고 살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수없이 드나드는 그들에게 카페리선은 ‘여행’이 아닌 ‘생계수단’이 된지 오래다.

최근 카페리선 여객 화물실적은 명암이 엇갈린다. 여객은 뒷걸음치고 있는 반면, 화물은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1~7월 한중카페리 15개항로 여객 수송 실적은 73만7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의 89만1000명에 비해 17%나 줄었다. 사드보복 조치 후폭풍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화물실적은 34만2000TEU로, 지난해 32만TEU와 비교해 6.7% 증가했다. 선사 직원은 “화물이 증가했지만 선사들의 화물유치 경쟁 등으로 운임은 크게 하락해 과거에 비해 수익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기자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우리나라 국민들의 카페리 이용량이 적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우리나라 사람이 주로 카페리선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중국인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표찰을 목에 건 소수의 한국인 관광객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사드보복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양국을 오가는 여객이 크게 줄어든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 일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한 번 갑판에 올라가 넓게 펼쳐진 망망대해를 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기차와 비행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묘미를 배여행에서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지인들과 함께 다시 한번 배를 타볼까 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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