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8 16:04

한일항로/ ‘해답은 공급조절’ 실링 조이기로 운임회복 나서

흥아라인 실링 10% 축소 합의


선사들이 심각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일항로를 회복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근해항로 선사들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한일항로는 최근 수요 부진과 선사들의 심화된 경쟁으로 극심한 운임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한일항로 운임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발 일본 주요지역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운임은 50달러선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다. 수입항로 운임은 30달러를 밑도는 실정이다. 일부 선사들은 터미널조작료(THC)를 할인해주는 사실상의 마이너스운임을 수입항로에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침체는 물동량 약세와 선사들의 갈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1~7월 한일항로 물동량은 101만3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3만2500TEU에 견줘 10.8% 하락했다. 수출화물은 9.7% 감소한 19만9600TEU, 수입화물은 15.4% 감소한 16만5300TEU, 환적화물은 9.9% 감소한 64만5300TEU에 각각 머물렀다. 수출입 환적 할 것 없이 모두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감소세를 띠었다.

한일항로 물동량이 두 자릿수로 뒷걸음질 친 건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일 무역전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심각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월간 실적은 7개월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으며 이 가운데 1월과 4월 6월 7월엔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수요 침체와 함께 취항선사들의 대립도 운임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장금상선에 인수된 흥아라인의 선적상한선(실링)을 둘러싼 실랑이가 그것이다. 과거 흥아해운의 실링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는 흥아라인 입장과 실링은 승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장금상선 계열사로 편입된 흥아라인의 실링을 새롭게 책정해야 한다는 다른 선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갈등을 촉발했다. 실링 해석을 놓고 벌어진 불협화음은 급기야 영업 경쟁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일항로 운임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됐다.

심각한 운임 하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선사들은 금융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링 재산정 문제가 흥아라인이 흥아해운 시절보다 10%를 덜 싣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게 선사들의 화합으로 이어졌다. 다만 흥아라인 실링 건은 1년 후 물동량 실적에 따라 재검토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실링 변경은 11월부터 적용된다.

갈등을 봉합한 선사들은 실링 조이기에도 합의했다. 현재 80%로 정한 9~10월 실링을 70%대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11년 전 예년 물동량의 65% 선으로 실링을 정하면서 혹독한 금융위기발 불황에도 운임을 300달러대 이상으로 유지했던 선사들은 올해도 강력한 공급 축소로 떨어진 운임을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A선사 영업담당자는 “한일항로마저 무너지면 근해선사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지만 금융위기 시절의 경험을 살려 운임을 150달러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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