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6 09:11

수출기업 10곳중 8곳 “천장 뚫은 해상운임 내년 정상화”

전경련·수은, 수출기업 해운물류 애로 설문조사 진행
“공정위 해운업계 과징금 부과 물류대란 가중 우려”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류비가 내년에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류비 부담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상운송 비중이 높은 자동차 섬유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기업들은 물류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과제로 국적선사 육성을 최우선으로 꼽는 한편, 해운업계 현안인 공정위원회의 선사 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선 물류대란이 가중될 수 있어 과징금 철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이 밖에 기업들은 물류 애로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대책 외에도 선·화주 관계를 강화하는 등 중장기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 하반기 물류비 24% 상승 전망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00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해운물류 애로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물류비는 전년 동기 대비 30.9% 늘어났고, 하반기는 23.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해상 운임 급증 추이를 고려하면, 올 하반기에도 물류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내년 연말에 운임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거란 응답이 27.4%로 가장 높게 나왔고, 내년 6월(26.0%), 내년 3월(23.3%)이 뒤를 이었다. 

올해 안에 운임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곳은 7.3%인 반면, 내년에 정상화될 거라고 답한 비율은 76.7%에 달했다. 2023년에 안정될 거란 응답도 16%나 나와 물류비 문제가 해결되는데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았다. 

 



해상운임 급등과 선사들의 운항 스케줄 지연 등은 수출기업들에게 가장 큰 물류애로로 다가온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발 보복 소비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어려워진 선복 수배도 기업들의 수출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류에 어려움을 겪는 주된 원인은 주로 해상운임 급등(26.3%)과 운송 지연(25.4%)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도 18.6%나 나왔다.

물류비 증가에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기업들은 영업이익 감소(38.9%)와 물류 지연 관련 비용 증가(36.2%)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물류비 급증은 국내 수출기업이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 부담이 58.5%로 응답자 절반을 넘었고, 원가에 반영해 전가하는 기업 비중은 25.5%에 불과했다. 원가 절감(8.5%)으로 대처하거나 항공 등 대체물류 이용(5.9%) 외에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도 1.3%로 나타났다.

“선·화주 관계 강화 등 중장기전략 마련돼야”

최근 해운업계 현안인 공정위원회의 해운업계 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선 기업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물류대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해운 담합을 허용하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9.3%로 가장 높았고, 이번 공정위의 제재가 물류대란을 가중시킬 것이므로 과징금 철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22.0%로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물류 안정화를 위한 정부 노력과 관련해선 ‘국적선사 육성’이라고 답한 비율이 2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임시선박 투입 확대(26.4%), 선·화주 장기계약 인센티브 강화(12.4%), 컨테이너 확보 지원(12.4%) 순으로 나왔다. 

이번 물류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은 수출기업들이 단기 대책 외에도 국적선사를 육성하고 선·화주 관계를 강화하는 등 해운업에 대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물류비용 증가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운업계 육성을 위한 근본적 정책 외에 선박 확보 애로, 거래처 단절 등 어려움을 겪는 수출 대기업에 대한 면밀한 정부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자재가격 보다 해상운임 상승이 수출기업에 더 큰 타격”

수출입은행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원자재가격 인상보다 해상운임 상승이 기업들의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은이 5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6.9%의 기업들이 해상운임 상승으로 수출에 차질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기업 가운데 19.2%는 매우 심각한 차질을, 20.5%는 다소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고 답해, 40%에 육박하는 기업들이 심각한 물류체증을 겪고 있었다. 

차질 경험 비율로 비교하면 원자재가격 상승(72.3%)보다 운임 상승(66.9%)이 소폭 낮지만, 심각한 차질 발생 비율로는 해상운임 급등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매우+다소) 심각한 차질’은 37.1%이나, 해상운임 상승에 의한 심각한 차질 비율은 39.7%로 2.6%포인트(p) 높았다. 

해상운임 급등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의 수출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기업은 차질 경험 비율이 54.0%인 반면 중소기업은 68.2%로 중소기업이 해상운임 상승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우+다소) 심각한 차질’ 비율은 중소기업 41.5%로 대기업 22.0%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산업별로는 해운물류 이용률이 높은 자동차·부품(83%), 섬유(81%), 석유화학(74%), 철강·비철(73%), 기계류(70%) 순으로 해상운임 상승에 의한 수출 차질 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부품 섬유 석유화학 철강·비철 기계류 등은 모두 수출품 해운물류 이용 비율이 높은 반면, 이를 제외한 전기전자 플랜트 문화콘텐츠 신재생에너지 등은 비율이 낮아 산업별 영향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과 선박의 경우는 해상운임 상승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나고 수익성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 영향이 각각 67%, 26%를 차지할 정도로 예외적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꼽은 더 큰 문제는 운임 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물류비 절감과 관련해 절반이 넘는 58.7%의 기업이 대응방안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어 선적거래조건 변경(18.9%), 통관 수수료율 재협상(7.2%), 공동 물류 활용(5.4%), 물류전문기업 아웃소싱(4.9%), 고객사에게 물류비용 부담(1.4%) 순이었다.

가장 많은 기업들이 활용한다고 답한 선적거래조건 변경은 관세·부가세와 운송비 부담 방식을 바꾸거나, 전문컨설팅사를 활용해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등 일시적 물류난에 맞춰 거래조건을 변경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형태였다. 

‘대응방안 없음’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중소기업 59.0%, 대기업 55.6%로, 중소기업이 해결책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원자재가격과 해상운임 상승 모두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영향이 컸다”며 “대기업 주력 수출분야는 전기전자(반도체) 등 항공물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해운물류 이용률이 높은 산업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돼 있어 향후 지속적인 해상운임 상승시 중소기업들의 영향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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