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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7 09:01

“정부 지원받은 국적선은 토종 해상보험 이용하는 게 순리”

인터뷰/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박영안 회장
대형사고 급증에 지난해 47억 손실…사업다각화 여건 마련 긴요


2년 만에 적자 전환한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수익성 강화와 사업 다각화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KP&I 박영안 회장(사진)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한국해운력이 세계 4위까지 올라섰다고 하지만 한국해운 인프라의 한 축인 KP&I는 정체 상태에 있다. 선사 협조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KP&I는 지난해 보험료 수익 305억원, 영업손실 47억원의 성적을 냈다. 2019년에 이어 다시 적자를 신고했다. 2017년부터 1000만달러 이상의 대형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면서 재보험 조건이 나빠지고 비용이 늘어난 게 적자 성적의 배경이 됐다. 비상준비금이 자산 재평가로 549억원에서 570억원으로 늘어난 게 위안거리다. 

P&I 보험시장 악화는 규모가 작은 KP&I에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KP&I의 보험료 규모는 P&I보험 국제카르텔인 IG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IG 회원사의 평균 보험료는 연간 3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KP&I는 3000만달러 안팎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비상준비금도 IG보험사는 평균 4억달러를 넘어서지만 KP&I는 8분의 1 수준인 5000만달러에 머물러 있다. 

박영안 회장은 국적선사들이 KP&I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국적선의 3분의 1은 국적 P&I보험사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과 일본은 선주와 정부에서 자국 보험사에 가입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한중일 3국 중 우리나라의 자국 P&I 가입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자국선단의 62%가 자국 JP&I에 가입해 있다. 중국도 자국 선단의 45%가 CP&I를 이용한다. 하지만 KP&I에 가입한 국적선박은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정부 지원을 받는 친환경 선박이나 관공선 등은 국적 P&I보험에 가입토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해양진흥공사와 협약을 맺고 국적선의 가입을 유도하려고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재정 1억弗로 확충해 경쟁력 높여야

배석한 KP&I 성재모 전무는 P&I뿐 아니라 재보험과 선체보험 등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조합법을 개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P&I는 선주상호보험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조합의 업무 범위가 법에 명시돼 있다 보니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제약이 따른다. 조합법은 선박사고나 화물 선원 해양오염을 다루는 P&I보험을 제외한 보험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KP&I는 지난 2017년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조합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금융위원회와 손해보험협회의 반대로 결실을 내지 못했다.

당시 금융위는 재보험, 손보협회는 선체보험 취급을 각각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무는 P&I보험의 특수성을 인정해 선주상호보험조합의 인가와 사업 목적 변경 등을 금융위와 협의하도록 한 규정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P&I보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조합으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금융위와 반드시 협의하도록 한 강행규정이 KP&I 발전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확대도 숙원과제다. KP&I는 IG와 경쟁하고 대형선박을 유치하려면 1억달러 수준으로 재정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IG 회원사의 8분의 1 수준인 비상준비금 규모로는 보험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KP&I는 지난 2005년 정부에서 3분의 2, 선사에서 3분의 1을 분담해 자본금 100억원을 출자한 뒤 500만달러에 불과했던 보험료 규모가 6년 후 3000만달러로 6배 급증한 사례를 경험했다.

성재모 전무는 “법으로 배당을 금지하는 데다 잔여 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어 KP&I의 성장은 오롯이 한국해운 자산의 성장으로 보면 된다”며 “재정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와 선사들의 결단과 참여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보험료 두자릿수 성장

다행스럽게도 올해 계약실적은 보험료 기준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냈다. 지난 2월20일 갱신 결과 KP&I는 회원선사 227곳, 가입척수 977척, 연간보험료 3566만달러를 유치했다.

선사 수는 지난해보다 2곳, 선박은 23척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보험료는 16% 성장했다. 제휴사에 귀속되는 보험료를 제외한 순보험료 규모는 12% 늘어난 2988만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스탠더드·브리태니어와 손잡은 IG 제휴프로그램 보험료는 890만달러로, 43% 늘어났다. 스탠더드 상품(KSC)으로 102척, 브리태니어 상품(KBC)으로 25척이 가입했다.

KP&I는 손해율이 높은 제휴상품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부터 수익률 배분을 7대 3에서 6.5대 3.5로 조정했다. 성 전무는 최근 제휴사인 스탠더드가 세계 2위 P&I 보험사인 노스오브잉글랜드(NOE)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두 회사가 합병해 세계 1위 해상보험사로 도약하면 제휴프로그램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기에 KP&I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해외선단은 선박 97척, 보험료 451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26척 7만달러 줄었다. 성 전무는 “사고율이 높은 해외선단의 경우 노후선을 계약 해지하고 신규 선박은 한 척도 인수하지 않았다”며 “대신 보험료를 평균 15.7%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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