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7 09:03

‘아시아나 인수불발 효과 미미’ 대한항공, 신용등급 8년만에 A등급 복귀

한신평·나신평·한기평 기존 ‘BBB+’ 등급서 모두 ‘A-’로 상향 조정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8년 만에 ‘A-’로 상향 조정됐다.

국내 3대신용평가 기관인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는 일제히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높이는 한편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안정적’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의 변동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고 ‘긍정적’은 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뜻한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15년 12월 이후 8년 만에 A등급대로 복귀했다.

신용평가 3사는 주력 사업인 국제선 여객사업의 정상화 흐름이 더욱 공고해졌고, 화물 시황 둔화에도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10월 일본 당국의 무비자 여행 허용에 이어 비교적 더딘 회복세를 보이던 중국 노선이 활기를 되찾은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023년 8월 우리나라 국제선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 동월 대비 약 87.1% 수준까지 회복했다. 중국 노선의 경우 2019년 같은 시기에 견줘 올해 1월 약 7.6%에서 올해 9월 약 52.7%까지 대폭 증가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입은 약 4.2조원(16.7%), 총 매출액 약 7.5조원(19.0%)을 내며, 2019년 같은 시기보다 10% 이상씩 상회했다.  

또 대한항공은 높은 수준의 여객운임과 탑승률을 바탕으로 고유가 등 비우호적인 외부 변수 영향을 상쇄하며, 2023년 상반기 영업이익 9627억원, 영업이익률 12.9%의 양호한 실적을 냈다.

한신평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으로 유가가 재차 상승하고 있으나 성수기 효과 등을 고려하면 2023년 3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기대된다”며 “잠재적 여객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국제선 여객운임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수익성 노선을 중심으로 한 기재 운용전략 등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견조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재무 여력을 확충했으며, 항공기단 규모 회복을 위한 항공기 추가 도입 계획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확정 시에도 팬데믹 이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020년 이후 약 4.4조원의 유상증자, 기내식과 기내판매 사업부 매각 등 자본 확충에 힘입어 재무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말 871.5% 63.0%에서 2023년 6월 말 208.1% 37.6%까지 회복됐다. 또한 견조한 이익창출력과 대규모 선수금 확보로 순차입금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금은 2022년 말 약 1.5조원에서 2023년 6월 말 약 2.5조원까지 늘어났고, 순차입금은 2019년 말 약 15.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4.5조원까지 완화됐다. 

 


“인수 불발돼도 대한항공 신용도 영향 제한적”

한신평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더라도 대한항공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한신평은 “항공 산업의 경쟁 강도가 점증하면서 수익성을 제약할 수 있겠으나, 대한항공의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와 우수한 노선 경쟁력,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의 편입에 따른 재무부담이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또 한신평은 "대한항공이 화물을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여객 사업만 인수하게 되면서 당초 기대보다 사업 안정성 개선 폭이 제약될 수 있지만, 사업 매각대금 유입을 통한 재무부담 일부 완화, 화물 부문의 잠재적인 통합비용 축소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이달 초 화물사업을 분리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지난 2일 재개된 회의에서 화물 사업 매각과 영구전환사채 발행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재적 인원 5명 중 과반수인 3명이 해당 안건에 동의했다. 그간 이사회에선 화물사업 매각 찬성 측과 매각 시 주주들에 대한 배임 소지를 우려하는 반대 측의 주장이 팽팽히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선 이사진 대부분이 시정조치안 제출에 동의하며 화물부문 매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앞서 유럽 화물노선의 독점이 우려한 유럽연합(EU)이 두 항공사의 합병을 두고 시정안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이사회 결정 직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과 EU 4개 도시의 슬롯(공항 이착률 횟수) 이관 방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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