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2017년 3월 발생한 폴라리스쉬핑의 26만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스텔라데이지>(Stellar Daisy)호 침몰 사고 책임이 선사 측에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해난 사고의 조사와 심판을 모두 한 곳에서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김영무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전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는 5월22일 열린 한국해사포럼 월례회의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사와 심판을 한 곳에서 하는 우리나라의 해양안전심판제도가 합리적이고 사고 원인 규명에 적합한 제도인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도 사고 조사와 심판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직격했다.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해 51%의 증거력으로도 사고 원인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형사재판은 증거 채택에 80% 이상의 증명력을 요구한다. 중앙해심의 재결서가 <스텔라데이지>호 재판의 증거로 활용되는 데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영무 교수는 세미나에서 중앙해심이 폴라리스쉬핑의 안전 관리 소홀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선사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중앙해심은 지난 3월25일 발표한 재결서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좌현 2번 평형수 탱크가 찢어지면서 <스텔라데이지>호가 5분 내에 급격히 침몰했다”고 판단했다.
굴곡된 횡격벽의 지연 수리, 평형수 탱크 부식과 함께 격창양하(화물창을 한 칸씩 건너뛰어 화물을 양륙하는 방식) 같은 무리한 운항과 화물창 이중저 아래에 빌지(폐수) 배출 관로를 임의로 설치한 것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침몰을 일으켰다고 보고 선박 감항성 유지와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선사 측에 과실이 있다고 추단했다. 다만 각각의 요인들은 직접적인 침몰 요인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평형수 탱크의 구조적 취약성이 지적됐지만 선박은 규정을 충족하고 있었다”며 “결국 선급이나 정부, 선사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 당시 규정의 미비점이 이후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스텔라데이지>호는 유조선에서 벌크선으로 개조된 뒤 8년간 선급검사 15회, 기국검사 4회, 화주(라이트십) 검사 3회, 브라질 항만당국 검사 3회, 항만국통제(PSC) 검사 6회 등 총 31회의 검사를 받아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14번의 안전관리체제 인증 심사도 통과한 걸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해상 고유의 위험이나 불가항력, 선박 검사 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구조적 결함, 잠재적 하자 등으로 사고가 나면 상법이나 해상법 등에서 면책을 적용함에도 관리 소홀을 이유로 선사에게 책임을 물은 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대한조선학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모베나코리아, 한국해양대 공길영 교수팀 등의 전문가들이 연구용역을 거쳐 제시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원인은 너울성 파도가 야기한 선체 피로다. 이들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너울성 파도의 비대칭 횡압력으로 선체 피로가 누적되면서 2번 화물창 좌현 외판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5분 만에 선박이 침몰했다는 중앙해심 판단을 두고 “생존 선원의 진술과 인마샛(위성통신장치) 신호, EPIRB(위성 조난 신호기) 신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침몰 시간은 최소 15분에서 최대 35분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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