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8 18:08

국내 병원 물류, 넘어야 할 산 많다

의료분야 특수성 고려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 시급
원내 물류 아웃소싱 전문업체 양성 및 제도 미비



병원물류는 다품종 소량으로 인한 관리의 어려움, 의료 안전사고의 위험성, 공급량 추정의 어려움 등의 요소로 인해 그 중요성에 비해 연구와 투자가 미약한 실정이다. 또한 병원 자체에서 물류관리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비한 실정이고 물류와 관련된 각종 관리 체계도 원활하지 못한 것이 현 우리나라 병원물류의 현황이다.

병원 물류에 있어서 가장 기본 단계라 할 수 있는 물품관리에서 이미 문제가 지적된다.

병원물품관리의 문제점은 청구, 불출, 공급 등에 따른 관리 분산으로 인해 전문인력이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게 되는 점에서 시작된다. 물품 통제와 관리가 어려우며 물자관리 역시. 통계작성 및 분석이 곤란한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달 7일 인천대학교동북아물류대학원 산업별 물류세미나 - 병원물류와 SCM 가 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날 유한대학 남상요 교수는 <한국 병원의 물류 현황 및 전망>이라는 주제로 국내 병원물류의 문제점과 과제 등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의료물류가 뒤떨어지는 요인에 대해 남교수는 내부환경과 외부환경으로 분류해서 발표했다.

우선 내부환경을 살펴보면 병원 내에서 물류관리 인식이 부족하고 구매 담당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거나 담당자는 원내전체에 책임을 질 입장에 위치해 있지 않다는 점. 다시 말해 관리자 자신이 수입에는 관심을 가지나 코스트관리에는 약해 물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 지출관리를 통합적으로 보는 부서로서의 물류 담당자에게 물류 관련 전문교육이 전무한 상태이며, 현장의 직원. 구매부. 경리부 사이의 유기적인 연계가 약해 병원전체를 통괄하는 일관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나 전략적으로 효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외부환경은 약품을 중심으로 의료 물류 저하 요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첫째, 약품의 경우 약가기준(일반명, 상품명, 함량규격)으로 통일되어 있으나 의료재료는 도매상, 제조회사가 영세기업으로부터 대기업까지 존재하여 상습관 이나 거래조건도 요러 형태로 명칭. 용어. 단위 등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원내에 있어서도 진교과나 직종에 의해 호칭이 다르기 때문에 차트, 진료청구, 전표, 현물, 회계가 일치하지 않다는 점을 물류 저하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도매상. 공급업자 만의 독자 물류시스템이므로 납기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시 말해, 거래할 때마다 원매 물류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약품마스터는 채용코드가 업자코드, 원무시스템코드, 물류관리시스템 코드라 하는 서로 다른 코드가 존재, 하나 추가, 삭제, 변경하는데 관련되는 여러 개의 코드를 동시에 메인터넌스하여야 함으로 운용 담당자에 업무 과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외에 약품이나 의료재료는 단기간에 신제품, 가격변경이 빈번히 발생하여 관리가 힘든 품목으로 , 병원 내에 있어서도 진료과나 직종에 의해 호칭이 달라진다. 게다가 의료기술의 진보에 따라 일회용품이 증가하여 의료재료비가 매년 증가, 의료폐기물의 환경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물류업계에서는 국제화가 진행되어 있는데 반해 의료업계의 물류시스템은 구태의연한 수작업에 의한 비효율적인 업무형태도 의료 물류 저하의 외부 요인 중 하나로 남교수는 지적했다.

남교수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의료물류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 우선 전자상거래에 의한 공동구매시스템을 언급했다. E-commerce를 중심으로 연계병원을 통합한 물품구매, 청구로부터 발주, 납품 등의 정보전달, 적정재고량 유지, 사용재료 정보집약화, 구매 데이터 일원관리 등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병원경영 효율화에 시너지 효과도 따라온다는 것.

이어 남상요 교수는 의료소모품의 바코드 도입에 관해서는 비용효과측면에서는 번거롭기만 하고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고 발표를 통해 밝혔다. 의료소모품의 90% 이상이 외국산이여서 자체 코드 개발과 적용이 어렵고 품목마다 종류, 금액, 부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바코드 부착은 어렵다는 점도 덧붙였다. 만약 의료 공동물류센터가 있다면 바코드 도입은 어느 정도 효과적이지만 현 병원물류체계에서 병원마다 자체적으로 도입할 시 그 효과는 미비하다는 점이 남교수의 지적.

그는 이어 병원물류에서의 SPD 시스템 도입에 관한 의견을 펼쳤다. SPD는 구매관리, 재고관리, 공급. 반송관리를 업무적, 공간적으로 한 곳에 통합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SPD 시스템이 이론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하여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부분적으로 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SPD가 전반적으로 도입, 정착되어 운영되고 있는 병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PD 시스템 도입과 정착이 더딘 이유로 남교수는 운영자의 인식과 지원부족, 담당자의 SPD에 대한 정확한 개념 부족, 직영 선호와 전문 위탁 업체 부재, 실질적 연구 부족, 병원전체시스템으로서의 인식 부족,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시스템 괴리감 등을 지적했다.

병원물류관리의 향후 발전을 위한 과제로 남상요 교수는 물류정보시스템 도입과 정착, 바코드와 RFID 등을 통한 코드체계 표준화, 물류업무 아웃소싱과 병원물류 전문업체 육성 등을 손꼽았다. 특히 병원물류업무 위탁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된 양질의 업자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인증제도 도입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윤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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