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09:11

기고/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62)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現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前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원고(해상화물운송사업자)는 다수의 화주들로부터 항만시설 사용료를 수납 받아, 화주들을 대신하여 피고(항만공사)에게 항만시설 사용료를 대납하여 왔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에 따른 대납경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항만공사법령상 대납경비의 지급 여부는 피고의 재량이고, 원고의 지급청구는 대납경비 발생 다음달 20일까지라는 청구기한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쌍방의 치열한 다툼 끝에 대법원이 항만공사법령상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단(대법원 2021년 12월16일 선고 2018다204114 사용료 사건)을 하였고, 이번 기고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려고 한다.

구 항만공사법 시행령(2017년 6월20일 대통령령 제281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3항(이하 ‘본 조항’)은 “공사는 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공사의 관할구역 및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항만구역 외의 항만시설에서 「해운법」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 해상화물운송사업 또는 해운대리점업을 경영하는 자가 다수의 승객 또는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는 경우로서 이 영 제12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공사에 신고를 하고 항만시설의 사용료를 한꺼번에 대신하여 냈을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사업자에게 사용료 대납(代納)에 든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항만공사에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 지급 여부에 관한 재량이 있는지 여부,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 청구를 항만공사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기한 내에 하여야 하는지 여부이다. 우선, 대법원은 본 조항이 해양수산부령에 대납경비청구권의 내용과 절차를 구체화하도록 수권하는 규정일 뿐, 피고를 비롯한 항만공사에 대납경비 지급 여부에 관한 재량을 부여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모법의 명확한 위임이 없는 내용을 하위법령에서 규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구체적 타당성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즉, 문리적 해석만으로 위임의 근거가 없다고 보아서 위법무효라고 판단하지 않고, 당해 하위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적법유효하다는 방향으로 관련된 제반 규정을 검토하여 근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법원은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이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본 것으로 보인다. 옛 항만법(2019년 1월15일 법률 제162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항만의 지정·개발·관리·사용과 재개발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구 항만법 제1조), 항만공사법은 일정한 무역항에 항만공사를 설립하여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항만공사법 제1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의 내용과 체제 등을 종합하면, 구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은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관하여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항만공사법이 특별히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일반법인 구 항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대법원은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에 관한 항만법령과 항만공사법령의 규정을 살펴보면, 본 조항은 항만공사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제도를 시행령 단계에서 비로소 도입하는 창설적 규정이 아니라 항만공사의 경우에도 구 항만법 제30조 제5항에 따른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 제도가 당연히 적용된다는 것을 주의적·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대납경비를 지급받으려는 자는 매월분의 대납경비를 다음달 20일까지 공사에 청구하여야 한다.”라고 정한 구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2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상화물운송사업자와 항만공사 상호간의 업무편의를 위해 대납경비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개월마다 정산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다음달 20일이 지나면 해당 월의 대납경비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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