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3 09:22

알기 쉬운 해상법 산책/ 컨테이너 혁명은 현재진행형

법무법인 세경 최기민 변호사


“트럭에 실은 화물을 선박에 통째로 옮겨 싣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20세기 후반 세계를 바꾼 인물 중 1인으로 선정한 말콤 맥린(Malcom Mclean)의 고민이었다. 

당시는 화물들이 통일성이 전혀 없는 다양한 상자와 자루에 실려 세계를 오가던 시절이었다. 항만노동자들은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서 수 일에서 수 주간 작업을 해야 했고, 트럭운전수들도 자신이 싣고 온 화물이 선적될 때까지 계속 항구에서 대기해야 했다. 말콤 맥린은 고민 끝에 표준화된 컨테이너 박스와 컨테이너 박스 운송을 고안했고, 그 결과 하역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하역 속도도 몇 배 이상 빨라졌다. 표준화된 컨테이너 박스는 시간과 공간, 비용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해상운송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물류산업의 혁명을 이끌었다. 

이처럼 실무에서 체감하는 컨테이너 박스의 중요성에 비해 학계와 법조계는 그동안 컨테이너 박스에 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 그러다가 한진해운의 파산 및 코로나19 사태 이후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물류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컨테이너 박스와 관련된 법률관계 및 컨테이너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컨테이너 박스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냉장·냉동 화물의 운송에 사용되는 냉동 컨테이너(Reefer Container)와 액체화물 등을 운송하는데 이용되는 ISO탱크 컨테이너가 대표적이다. 냉동 컨테이너는, 그 전에도 많이 이용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백신과 같은 의약품의 운송을 통해 다시 부각됐다. 최근에는 여러 선사에서 냉동 컨테이너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해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몇 년간 필자가 다룬 화물손상 사건(cargo claim)들은 주로 냉동 컨테이너를 이용한 해상운송과 관련돼 있다. 일반화하기에는 섣부르지만 그 이유를 추측해 보면, 일반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해상운송에서의 화물손상 사건은 관련 법률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굳이 해상변호사의 도움까지는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반면에, 냉동 컨테이너는 일반 컨테이너 박스와는 구조가 다르고 기술적인 이해도 요구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조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냉동 컨테이너와 관련된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보자.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냉동 컨테이너의 기능에 대한 것이다. 냉동 컨테이너를 통해 화물을 급속하게 냉동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냉동 컨테이너는 단열구조를 구비한 컨테이너 박스에 냉기순환장치를 달아 컨테이너 내부를 저온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된 컨테이너에 불과하다. 즉 냉동 컨테이너의 기능은 화물을 냉장·냉동 화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에 적입하기 전에 이미 냉동돼 있는 화물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냉동 컨테이너에 적입하기 전에 화물은 충분히 예냉(pre-cooling, pre-freezing)돼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이 많이 오해하는 또 다른 사항은 온도기록지의 해석과 관련된다. 냉동 컨테이너는 내부에 온도측정센서가 있어서 수시로 온도를 측정, 기록한다. 그런데 온도측정센서는 냉기순환장치 공간의 냉기공급부(Supply Air Temperature Sensor)와 회수부(Return Air Temperature Sensor)에 있기 때문에 이들 센서에서 측정한 온도는 화물이 적입돼 있는 공간의 정확한 온도라고 할 수 없다. 화물적입공간에 공급되는 냉기가 설정 온도와 동일하거나 그보다 낮은 온도이고, 회수되는 공기의 온도가 냉기공급부의 온도보다 높은 온도이더라도 냉동 컨테이너는 정상적으로 기능한 것이다. 회수되는 공기는 화물적입공간의 열기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가끔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냉동 컨테이너의 온도기록지에서 매일 1시간 정도 일시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냉동기능이 고장난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는 냉동기능이 고장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성애가 생겨 냉기공급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따뜻한 공기를 증발기 코일에 보내어 성애를 제거하는 작업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성애제거 작업에 따른 온도 상승은 화물적입공간과 분리된 냉기순환장치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위 주장은 냉동 컨테이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냉동 컨테이너와 관련된 분쟁에서 온도기록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냉동 컨테이너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온도기록지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해운산업은 컨테이너의 발명을 넘어서는 또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앞다퉈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운반선을 수주하고 있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 각양각색의 친환경 선박들도 수주하며 K-조선의 기술과 실력을 뽐내고 있다. 자율운항선박법(법률 제19909호, 2024. 1. 2. 제정, 2025. 1. 3. 시행)도 공포돼 있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앞둔 상황에서 보다 유연하게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며 그에 맞는 법률관계를 연구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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