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30 09:40

2자물류 '끝판왕' 무엇이 문제인가

일감몰아주기 방지법 강화돼야
공정위 ‘시행령’ 효과 없어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국가다. 하청의 재하청 구조를 당연시한다. ‘갑’인 대기업의 횡포는 ‘관행’처럼 받아들인다. 요즘 언론보도를 통해 몇몇 대기업이 어렵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정부가 대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정부는 대기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 회생을 도왔다. 대기업에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 우리의 삶은 좀 나아졌는지 자문해본다.   

일감몰아주기는 ‘치트키’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치트키(cheat key)를 입력하면 초보자라도 손쉽게 게임을 이길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일감몰아주기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대표적인 2자 물류기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일종의 ‘치트키’를 쓴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기업 가운데 연봉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인지 물류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현대글로비스는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10억원, 15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로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일궜다. 지난해 매출액은 14조6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물류기업이 수출 감소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감몰아주기에 힘입어 5%가 넘는 성장세를 일궜다. 

내부거래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달 17일 발표된 현대글로비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증가 내부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2조708억원(기타수익 제외)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3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말 70.7%에서 71.5%로 0.7% 포인트 증가했다. 모기업 물량을 등에 업은 2자 물류 대표기업의 강력한 힘은 외형 성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문물류기업으로 꼽히는 ㈜한진의 매출액이 2003년 6154억원 규모에서 2015년 1조6417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하는 동안 현대글로비스는 무려 26배나 성장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국내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은 이 기간 해운 불황 등의 여파로 32% 성장하는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 현대글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2001년 현대글로비스가 설립되기 전까지 수십년 간 현대자동차의 물류는 전문물류기업들이 분담해왔다. 그런데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자동차의 물량을 독점해나가면서 중소기업들의 물량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현대글로비스가 2014년 ‘물류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하며 상생을 외칠 때, 전문물류기업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한 2자 물류기업의 등장은 국내 전문물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포워딩업체나 3자 물류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의 재하청으로 내몰렸고, 과당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나서자,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저단가 영업을 통해 3자 물류기업들의 물량을 마구잡이로 끌어 모았다. 대다수 중소물류기업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중소물류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물류기업들은 물량이 많다보니까 선사나 항공사로부터 낮은 가격으로 운임을 받는다. 이들과 경쟁하는 대다수 중소물류기업들은 불리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지금 국내 중소물류기업들은 2자 물류기업들의 물량을 다시 재하청을 받는 구조다”며 “다단계 구조로 인해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물류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대글로비스 지입 용차를 사용하는데, 이때 평균 대비 2배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하는 등 여러 가지 횡포가 잇따른다는 제보도 포착된다. 또한 화물연대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차량운반 트레일러(카캐리어) 적재 적량이 넘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자물류기업은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도 저조하다. 현대글로비스의 2015년 현재 직원수는 1026명이다. 반면 전문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은 매출액은 5조558억원으로 현대글로비스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직원수는 5배 많은 5301명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상법·세법 함께 작동해야 

한편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강력하게 제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민의당 채이배 국회의원 당선자(비례대표)는 이달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제대로 막겠다고 선포했다. 경제개혁연대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연구해온 그는 재벌 기업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일감몰아주기는 재벌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이배 당선자는 일감몰아주기가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된다고 지적한다. 또 일감몰아주기 행위는 공정거래법·상법·세법이 같이 작동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에는 효율성, 긴급성, 보안성이라는 예외사항을 둠으로써 대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실효성 있는 과세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법안(공정거래법·상법·세법)을 패키지로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내부거래 비율로 판단하고 있는데 비율뿐 아니라 ‘절대적 금액’으로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특히 김 변호사는 상품거래 200억원, 자금거래 50억원 미만은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것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연간 200억원은 경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구훤미씨가 대표로 있는 오성로지스가 이 같은 사례다. 오성로지스는 현재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수영빌딩에 본사를 두고 국제물류주선업을 하고 있으며, LG그룹과 친인척 관계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는 희성금속 등 대기업 물량을 주로 맡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이 회사의 매출액은 약 166억원 규모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법을 다시 강화해서 사실상 무력화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총수일가의 지분을 대폭 낮춰 규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수직적통합 ‘경쟁력은 뒷걸음질’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건 수직적통합이다. 이충배·김정환 논문 <우리나라 글로벌 자동차 물류기업의 발전 전략>을 보면, 현대차그룹은 철강재에서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공급사슬상 관련 분야가 수직계열화 돼 있어 자원의 내부소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의 수직적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물류분야와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논문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부품생산은 한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수출돼 조립되기 때문에 부품의 수출 물류가 중요한 경쟁요인으로 꼽힌다. 부품 조달이 원거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납품시간(Lead-time)의 증가로 생산일정의 경직성이 높다. 재고수준도 증가함에 따라 주문생산(Build-to-order)의 구현이 어려워진다. 결국 현대자동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리스크에 강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SCM(공급사슬관리) 역량이 지목된다. 


▲현대글로비스 SWOT 분석 

GM은 현대자동차가 현대글로비스에게 대부분의 물류관리업무를 독점적으로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부 물류기능을 제외하고 대부분을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한다. 아웃소싱 업체의 선정은 기능별로 공개입찰방식을 택한다. 이를 통해 공급사슬의 최적화를 도모하고, 비용절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GM은 운송과 하역은 외주형태를 취하며, 완성차 및 부품 수출입물류는 본사가 진행하고 현지 물류는 현지기업이 수행한다. 이를 통해 물류업체의 인프라 및 전문인력 활용에 따른 자본비용이 절감되고, 핵심역량에 대한 집중이 가능하다. 또한 기능별 아웃소싱을 통한 최적화된 SCM구축이 가능하며, 공개입찰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사 물량을 수주하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른 화물을 취급할 경우 전문성에 한계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즉 완성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물류를 처리하는 데 전문성을 갖기 때문에 일반 화주의 화물을 처리하는 경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자동차 관련 화물 취급에 맞춰진 시스템을 일반 물류에 적용하려면 조정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2자 물류라는 이미지 때문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기업은 현대글로비스에 물류를 위탁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 더군다나 현대글로비스는 모기업의 경기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배구조 관점에서 제3자 물류업체로 발전하는데 있어, 독립적인 물류업체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일련의 사실을 종합해보면 현대글로비스가 전문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특히 최근 CJ대한통운이 네덜란드 세바로지스틱스에 대한 M&A(인수합병)를 검토하는 등 글로벌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현대글로비스는 외형확대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자물류 규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선 총수일가 및 이해관계자들의 지분을 20%이하로 낮추고, 모기업과 거래하는 절대 금액도 제한하는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직적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고, 저단가를 무기로 중소물류기업의 물량을 가로채는 행위는 존경받는 기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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