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6 10:05

논단/ 국제해사소송의 관할과 준거법의 결정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법학박사)
일본 미쓰비시 강제징용사건에 대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4.12자에 이어>
 
(3) 미쓰비시 강제징용사건 대법원판결

(가) 판결요지 - 피고의 동일성 여부에 대한 공서의 원칙 적용
미쓰비시 강제징용사건에 대한 2012년 대법원판결은 구 미쓰비시와 피고 미쓰비시의 동일성여부를 판단하면서, 일본법에 따라 구 미쓰비시가 해산하고 피고가 설립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동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하여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일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대한민국법을 적용하여 피고의 동일성을 인정하였다.

(나) 판결이유
위 대법원판결의 판결요지는 아래와 같다.

1) 대한민국의 저촉규범에 따라 준거법으로 지정된 일본법을 적용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위반되면 일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법정지인 대한민국의 법률을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1962. 1. 15. 이후에 발생한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구 섭외사법에 있어서도 이러한 법리는 마찬가지이다.

2) 이 사건에서 외국법인 일본법을 적용하게 되면, 원고들은 구 미쓰비시에 대한 채권을 피고에 대하여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데, 구 미쓰비시가 피고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피고가 구 미쓰비시의 영업재산, 임원, 종업원을 실질적으로 승계하여 회사의 인적, 물적 구성에는 기본적인 변화가 없었음에도, 전후처리 및 배상채무 해결을 위한 일본 국내의 특별한 목적 아래 제정된 기술적 입법에 불과한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 등 일본 국내법을 이유로 구 미쓰비시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채무가 면탈되는 결과로 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다.

3) 일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당시의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하여 보면, 구 미쓰비시가 책임재산이 되는 자산과 영업, 인력을 제2회사에 이전하여 동일한 사업을 계속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 스스로 구 미쓰비시를 피고의 기업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구 미쓰비시와 피고는 그 실질에 있어 동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법적으로는 동일한 회사로 평가하기에 충분하고, 일본국의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구 미쓰비시가 해산되고 제2회사가 설립된 뒤 흡수합병의 과정을 거쳐 피고로 변경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4) 따라서 원고들은 구 미쓰비시에 대한 청구권을 피고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

(다) 평석
위 대법원판결은 손해배상책임의 주체로서의 피고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서의 원칙을 적용하여 일본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다.
 
Ⅳ. 국제불법행위소송의 관할과 준거법

1. 머리말
불법행위로 인한 분쟁은 비계약적 분쟁의 전형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국제불법행위분쟁의 경우에도 국제계약분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제재판관할 및 준거법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며, 민법상의 일반불법행위원칙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그 국제적 특수성에 따른 적용의 제한, 한계 문제 등에 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계약당사자간에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므로 계약적 청구에 있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논하기 위하여는 채무불이행책임 이외에 불법행위책임의 존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2. 국제적 불법행위와 국제재판관할
가. 실질적 관련의 원칙과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 고려
국제불법행위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도 국제계약의 국제재판관할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위 국제사법 제2조 규정에 따라 실질적 관련과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 원칙에 따라 관할이 결정될 것임에는 의문이 있을 수 없다.
 
나. 관할 판단의 기준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불법행위분쟁의 경우에도 국제계약분쟁과 마찬가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등 참조).
 
다. 민사소송법의 관할규정 유추적용
국제불법행위소송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법의 관할규정이 유추적용될 것이며, 따라서 국제재판관할의 법리에 따라 민사소송법상의 피고주소지 관할원칙은 물론 의무이행지, 불법행위지 관할 등도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불법행위지 관할과 관련하여 행위지와 결과 발생지가 다른 경우 행위지와 결과발생지를 모두 불법행위지로 보아 원고의 선택에 따라 그 어느 곳에서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통설이며, 우리나라 대법원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불법행위지의 개념은 민사소송법이 아닌 국제소송법의 입장에서 당사자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 미쓰비시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위 대법원판결은 위에서 살펴본 관할 판단기준을 전제로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도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적 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하여야 할 것이며, 피고의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가 대한민국내에 있으면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민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분쟁이 외국법인의 대한민국 내 사무소 등의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조리에 맞는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관할의 구체적 기준을 설시하였다.

한편, 위 대법원판결은 대한민국이 불법행위의 일부가 이루어진 불법행위지이고 당사자 및 분쟁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며,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와 미지급임금 청구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와 미지급임금 청구에 대하여 대한민국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함으로서 민사소송법상의 관련재판적을 인정할 것으로 보이는 바, 2018년 법무부국제사법개정안도 이러한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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