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09:07

판례/ “빗나간 기상예보”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2.27자에 이어>

<평석>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는 해상운송 도중에 기상예보와 현저히 다른 기상상황에 조우해 선박이 침수돼 발생한 화물 사고에 관한 책임관계를 논한 사례를 살펴본다.

2. 사실관계
가. 피대위자는 화물에 관해 원고에게 적하보험에 가입했다.
나. 피대위자(화주)의 화물이 사건 바지선(부선)에 광양항에서 선적했고, 2016년 4월15일 01:15경 예인선 ‘현진 케이에스5’호에 의해 예인돼 군산항으로 출발했다.
다. 그런데, 이 예부선열은 2016년 4월16일 오후부터 기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보를 받았고, 이에 2016년 4월16일 09:30경 충남 신안군 재원도 부근 북위 35도 06분 47초, 동경 126도 00분 56초 지점으로 피신해 그곳에서 닻을 내렸다. 같은 날 20:00경부터는 강풍과 폭우가 동반되는 등 기상이 더욱 악화되자 이 예부선열은 북위 35도 06분 40초, 동경 126도 01분 30초 지점으로 피신했다가 2016. 4. 16. 23:05경 닻을 내렸다. 이후에도 기상은 더욱 악화돼 풍속 초속 11.3~17m, 파고 3.6~6.7m, 시계 0.4마일에 이르렀고 강한 비가 내렸으며, 이 예부선열은 강한 파도에 동요돼 심각한 피칭(pitching, 배가 앞뒤로 흔들리는 움직임) 과 롤링(rolling,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 현상을 보였다. 이에 예인선은 2016년 4월17일 2:30경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목적으로 바지선을 분리해 근처에서 표류를 시작했다.
라. 바지선은 위와 같이 표류하던 중 2016년 4월17일 06:10경 북위 35도 06분 18초, 동경 126도 01분 61초 지점에서 큰 굉음을 내면서 선체의 중간 부분이 V자 모양이 되도록 굽어져 내리고 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 바지선은 위와 같이 손상을 입은 채 표류했고, 2016년 5월3일 ~ 5월4일경 위 지역에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화물 중 대부분은 바다에 떠내려갔고, 해수에 침수됐다.
바.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의 전체가 소실된 것으로 보고, 2016년 10월26일 피대위자에게 보험금 67,775,400원을 지급했다.

3.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고는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것인가 가 문제됐다. 재판부는 아래의 사실에 주목했다:
우선, 이 사건 2014년 3월21일 실시한 한국선박안전기술공단(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KOMSA)의 정기검사에 합격(유효기간 2014년 3월29일부터 2019년 3월28일까지)했고, 2015년 3월2일에는 해양오염방지 인증서가 발급됐으며, 2015년 6월12일에는 중간검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선박보험자인 한국해운조합이 요구하는 각종 검사에 통과했다.
둘째, 이 사건 선박의 재화적재 톤수는 7,653m/tons이다. 피고는 피대위자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 6,846m/tons 이외에도 2011년 10월20일부터 2016년 4월5일 까지 41회에 걸쳐 합계 297,578m/tons의 슬래그를 운송한 적이 있고, 1회당 6,415 ~ 7,691m/tons의 슬래그를 정상적으로 운송했다.
셋째, 이 사건 선박의 출항 직전인 2016년 4월15일 11:00경 기상청은 “2016년 4월16일 밤부터 4월17일 새벽 사이에 강한 남서풍이 불겠고, 시간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으며, 서해중부해상의 물결은 먼바다 1~3m로 높게 일겠다”는 내용으로 일기 예보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사건 사고 해역에 호우 특보와 강풍 경보가 발령됐고, 2016년 4월16일 17:00경부터 사고 발생 시점인 2016년 4월17일 6:30경까지의 풍 속은 초속 10.1~17m, 파고는 2~6.7m, 시계는 0.4마일에 이르렀고 강한 비가 동반됐다. 한편, 2015년 4월의 연근해 기상통계에 의하면, 서해 남부 먼바다에서 위 기간 동안 초속 10m 이상의 풍속이 분포될 확률은 3.7%로 집계됐다.
넷째, 이 사건 선박의 수직면에 1미터 정도를 제외하고는 균열이 발견됐고, 선박이 V자로 굽어져 해저에 접촉해 있는 면은 안으로 굽어져 있었다. 이 사건 선박의 평평한 선저 부분에는 균열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사고 해역에 암초가 발견되지 않았고, 선체 측면 및 선저 부분에 구멍 등 암초에 충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선박이 암초와 충격해 좌초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선체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선저 부분이 딱딱한 해저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선박이 당시 강한 파도에 동요돼 심각한 피칭(pitching, 배가 앞뒤로 흔들리는 움직임)과 롤링(rolling,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현상을 장시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체에 집중된 피로(fatigue)로 인해 선체가 V자로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
나. 재판부의 결론
이 사건 사고 해역의 경우 같은 기간에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불 확률이 3.7%에 불과하고, 서해중부상 먼바다의 파고가 1~3m로 예보됐음에도, 실제로는 최대 풍속 초속 17m, 최대 파고 6.7m의 예견하기 어려운 기상현상이 발생한 점, 이 사건 선박은 무게가 2,876톤에 이르고 닻까지 내렸음에도 장시간 이어진 강한 바람과 파도로 인해 약 0.3마일이나 밀린 후 V자로 파손된 점 등 이 사건 사고 당시의 기상 상황, 침몰 원인 및 경위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은 발항 당시 항해에 대한 감항능력을 구비했고 항해 중 통상 예견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이 판결이 주는 교훈
해양사고가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이라는 것을 입증하면 선주는 면책될 수 있다. 본건은 기상예보와 전혀 다른 실제의 기상상황 및 선체의 선재의 피로에 의한 파손이라는 점을 선주 측이 충실히 입증해 승소(면책)에 이른 경우이다.
바다를 예정된 항로를 따라 항해하는 선박은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위험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선체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발항 당시 감항능력이 결여된 선박을 해상운송에 제공한 선박소유자는 항해 중 그 선박이 통상 예견할 수 있는 파랑이나 해상부유물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돼 침몰했다면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일응 보게 된다. 따라서 운송인이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그 책임을 면하려면 그 풍랑이 발항 당시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에 속하고 사전에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했음이 입증돼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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