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8 09:06

판례/ “원본 비엘이 따로 있다구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2.14자에 이어>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는 피고가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서렌더 선하증권을 교부받고 화물을 인도해 줬다는 이유로, 원본 선하증권을 취득한 원고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관해 살펴본다.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5년 12월10일 A사와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고 2017년 6월23일 수입신용장을 개설해 준 은행이다. 

나. A사는 2017년 8월경 중국 상해의 B사(Shanghai)로부터 의류(이하 ‘이 사건 의류’라고 한다)를 수입하게 됐다. B사는 C사(YHL)에 이 사건 의류의 운송을 의뢰했고, C사는 2017년 8월24일 송하인 B사, 수하인 원고, 통지처 A사로 돼 있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원고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했다.

다. C사는 D사(Million)를 통해 피고 E해운(이하 ‘피고’라 한다)에게 한국 내 운송주선 업무 처리를 의뢰했다. 피고는 2017년 8월24일 C사로부터 이 사건 의류에 관한 송장 및 패킹리스트를 받았고, D사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사건 원고 선하증권과 번호가 같다, 이하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받았다. 위 서렌더 선하증권에는 송하인 B사, 수하인 A사, 통지처 피고 E해운으로 돼 있고, 급행인도 문구(SURRENDER)가 날인돼 있었다.

라. 이 사건 의류는 2017년 8월25일 인천항에 도착했고, 피고 E해운은 C사에 A사의 통관 담당 회사인 F로지스틱에 화물도착통지(ARRIVAL NOTICE)를 해도 되는지 문의했다. C사로부터 화물도착통지를 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고 피고 E해운은 F로지스틱에 화물도착통지서를 보냈고, 2017년 8월29일 F로지스틱으로부터 운송 부대비용을 지급받은 다음 F로지스틱에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이른바 “디오”)를 보냈다. 이후 F로지스틱은 위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출하고 2017년 8월30일 통관을 거쳐 이 사건 의류를 반출해 갔다.

마. 원고는 2017년 8월30일 이 사건 원고 선하증권을 교부받음으로써 이 사건 의류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했고, 2017년 9월7일 중국측 은행에 수입신용장 대금으로 92,395,088원을 지급했다. 원고는 피고 E해운이 원고 선하증권과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의 발행인이 다르므로 위 서렌더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D사에게 서렌더 선하증권의 발행 여부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F로지스틱에 화물인도지시서를 보내 이 사건 의류가 반출되도록 하는 등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원고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했으므로, 원고가 수입신용장 대금을 지급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E해운이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이외에 원고 선하증권이 발행된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 이 사건 의류 운송에 사용되는 선하증권이라는 인식 하에 위와 같이 업무처리를 한 것을 두고 어떠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 선하증권이 발행됐는지 여부 또는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 진정하게 발행된 선하증권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고려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피고 남화해운은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을 수령하고 서렌더 선하증권의 업무처리 방식에 따라 A사의 통관 담당 회사인 F로지스틱에 화물도착통지서를 보내고 화물인도지시서도 발송했는바, ① F로지스틱에 화물도착통지서를 보내기 전 이 사건 원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C사에 화물도착통지서를 보내도 되는지 문의한 후 C사로부터 허가를 받아 위 화물도착통지서를 발송했고, ② 피고 E해운이 제공받은 선하증권은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 유일한 것으로 보이며, ③ 피고 E해운이 제공받은 서류상에도 특별히 이 사건 의류 수입이 원고 선하증권 기재와 같이 신용장에 의한 거래임을 인식할만한 기재도 없었다.

또한 피고 E해운는 2017년 10월25일 원고로부터 이 사건 의류가 반출되게 된 경위에 대해 문의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받게 되자, C사에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 발행되게 된 경위에 대해 재차 문의했고, C사는 2017년 10월30일 피고 E해운에게 자신들이 이 사건 의류 운송과 관련해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을 발행하도록 한 사실이 있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준 바도 있다.

4. 결론
실무상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처음부터 서렌더 화물로 처리해 줄 것을 운송인에게 요청하는 경우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서명이나 이면약관 없이 선하증권 양식의 사본에다가 서렌더 화물임을 표시해 송하인에게 교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본건과 같이 원본 선하증권이 발행됐던 경우에는 원본 선하증권의 효력 또는 원본 선하증권에 포함돼 있는 이면약관의 효력이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본건 판례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2019년 4월11일 선고 2016다276719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소지하고 있는 선하증권이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원본 선하증권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수하인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할 당시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사본 이외에 이중으로 발행된 원본 선하증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는 서렌더 선하증권의 기재상 신용장 거래인지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했으나, 선박대리점이 운송인에게 서렌더 선하증권 발행여부를 확인하고 그의 지시를 받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이상 선하증권의 진부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본건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외에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그 알지 못한데에 고의나 과실이 없었으며, 원본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 C사에게 서렌더 선하증권의 교부에 따라 화물을 인도해도 되는지 확인을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이 부정됐다. 본건 법원은 위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받아들여 ‘제3자가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상 원본 선하증권이 발행됐는지 여부 또는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 진정하게 발행된 선하증권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조차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렌더 선하증권은 출발지에서 선하증권 원본이 이미 회수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켜 수하인이 양륙항에서 선하증권 원본 없이도 즉시 운송품을 신속하게 인도받을 수 있게 할 목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킨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음으로써 서렌더 선하증권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 여부나 서렌더 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해 재차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지우는 것은 신속한 화물 인도를 위한 서렌더 선하증권의 목적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한 서렌더 표시된 선하증권 사본이 물류 당사자 간에 교부되는 경우 당사자들 특히 수입지 측 물류 종사자들은 선하증권 원본이 애초 발행되지 않았었거나, 발행된 원본이 이미 회수 내지 폐기된 것을 당연히 하는 점에 비춰 볼 때, 본 판결의 결론은 더욱 타당하다.)

서렌더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효력에 관한 판례를 살펴보면, 대법원 2006년 10월26일 선고 2004다27082 판결은 처음부터 수출화물에 대해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이른바 서렌더(surrender)화물로 처리 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선하증권이 발행 된 경우 선하증권의 발행을 전제로 그 이면약관에 근거한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와 달리 서렌더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2016년 9월28일 선고2016다213237 판결은 원본 선하증권이 발행됐다가 그 후에 다시 운송인에 회수돼 서렌더 선하증권이 된 경우이고, 여기서 법원은 “그 밖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하증권 발행 당시 유효했던 운송 책임에 관한 이면약관의 내용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고 판시했다. 즉, 법원은 서렌더 선하증권의 발행방식에 따라 처음부터 이면약관에 대한 합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선하증권에 관해도 계약의 일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 제3자에 대해 그 의사의 합치 여부를 알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책임을 묻는 합리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렌더 선하증권을 취득한 제3자가 법률상 분쟁에 휘말렸을 때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나 그 이면약관이 문제되는 경우가 자주 있는 만큼, 서렌더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경우에도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 여부나 이면약관의 내용에 관해 주의깊게 살피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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