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1 09:13

기고/ 유선과 도선 그리고 여객선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41)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태종대에 가면, 흥겨운 음악과 함께 주변 해역을 도는 선박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선박들을 주로 유람선(遊覽船)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려고 특정 장소를 방문한 손님들을 태우는 배다. 

우리나라 법상으로 위 선박은 유선 및 도선의 안전운항과 유선사업 및 도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이하 유도선법)」에 따른 ‘유선’으로 정의된다. 위 법률용어인 유선과 도선 그리고 여객선이 의미상으로는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데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가끔 있다. 우리나라 법상 유선과 도선 그리고 여객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도선법상 유선은 수상에서 고기잡이, 관광, 그 밖의 유락(遊樂)을 위한 선박으로(유도선법 제2조제1호), 도선은 내수면 또는 특별히 정하는 바다목에서 사람을 운송하거나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는 선박(유도선법 제2조제2호)으로 정의된다. 

유도선법이 아닌 타법인 해운법에서 규정하는 여객선은 선박으로 사람 등을 운송하기 때문에 도선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받아 해상이나 해상과 접하여 있는 내륙수로(內陸水路)에서 사람 또는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거나 이에 따르는 업무를 하는 선박이므로, 유선이나 도선과는 확연히 구별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각 선박별로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유선업자와 도선업자 그리고 해상여객운송사업자 모두 국가가 면허를 부여하는 등 수익적 행정행위의 객체가 된다. 그래서 다른 법의 적용을 받더라도 동일한 항로에서 각 사업자 간에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왕왕 있고, 영업권의 침해 등을 이유로 면허를 부여한 행정청 등을 상대로 경업자소송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이들의 영업권 침해에 관한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바가 있었는데, 해당 지역의 지형(일례로 섬과 섬 사이의 거리 등)과 여객 수 등에 따라 특정항로에 부여된 이권(利權)이 상당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와 같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운법상 해상여객운송사업자와 유도선법상 도선업자와의 관계 및 법률에서 정한 각 사업의 취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서 이들을 분설하여 판시한 바 있어(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7두46271 판결), 이번 기고에서 위 판결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우선, 대법원은 유도선법에 따른 도선사업과 해운법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과의 관계에 대해, 도선사업은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이 운항되지 않는 해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해상교통수요를 보충적으로 충족시켜 주기 위한 영업형식으로서,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는 해역임을 전제로 면허가 부여될 뿐 아니라, 영업의 내용이나 방식이 해운법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의 영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위 전제에서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이 운항되지 않던 해역에서 도선사업 면허를 받은 도선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던 중에 동일 항로에 관하여 해운법에 따른 여객선 운항이 새롭게 개시되었다면, 그 여객선 운항으로 기존에 부여된 도선사업 면허의 효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후 그 항로에 관하여 추가로 신규 도선사업 면허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도선사업의 경우 영업시간 내의 운항횟수, 운항간격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기존 도선사업자에 대하여 증선 등을 내용으로 한 면허사항 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추가 면허를 하는 것과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것이 도선사업의 영업 내용과 방식이 해운법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의 영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도선사업법령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하였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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