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9 09:10

기고/ 상법상 복합운송인의 책임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57)
법무법인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現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前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복합운송(複合運送; combined transport, multimodal transport) 계약이란 두 종류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육·해·공에 걸쳐 화물의 운송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경 컨테이너가 발명됨에 따라 복합운송은 국제화물운송에서 보편적인 것이 되었는데, 각 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률과 책임 체계가 상이하다는 점 등 때문에, 2007년 우리나라 상법 개정 시 해상운송이 포함된 복합운송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우리나라 상법은 복합운송을 해상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에 해상 외의 운송구간이 포함된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복합운송인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에 적용될 법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상법 제816조 제1항). 다만, 어느 운송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 또는 손해의 발생이 성질상 특정한 지역으로 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운송거리가 긴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진다. 그리고 운송거리가 같거나 가장 긴 구간을 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운임이 가장 비싼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진다(상법 제816조 제2항).

필자는 복합운송 중 화물이 분실된 화주를 대리하여 복합운송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었고, 약 2년여 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최근 화물 가액 전액 상당 손해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년 5월26일 선고 2021가단5173480 손해배상(해) 판결, 쌍방 항소하지 않아 최종 확정됨}.

 


이번 기고에서는 위 판결을 소개하고, 복합운송 중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복합운송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선사 또는 운송주선인(포워더)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선 본 소송의 기초사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필자의 의뢰인인 화주는 미국에 소재한 소외 송하인에게 화물을 공장인도조건(EX-Works 조건)으로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화주는 위 화물수입계약에 따라 화물이 있는 미국 송하인 공장에서 부산항까지의 운송 일체를 복합운송인에게 위임하였다. 화물은 미국의 송하인 공장을 떠나 댈러스·포트워스에 소재한 창고에 컨테이너 안에 적입되었으며, 컨테이너에는 봉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컨테이너는 철도운송을 거쳐 로스앤젤레스(LA)항에 접안한 선박에 선적되었다. 컨테이너는 부산항에 도착하여 하역된 후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반출되었는데, 반출 당시 컨테이너의 봉인은 분실된 상태였고, 이틀 후 화물까지 분실된 것이 확인되었다.

본 소송에서 화주가 운송의 일체를 위임한 포워더가 상법상 운송인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으나(참고로 법원은 필자의 주장을 인정하여 포워더에게 상법상 운송인의 지위가 있다고 판단하였음), 더 중요한 쟁점은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어디인지,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상법 제816조에 근거하여 육상운송구간 또는 해상운송구간 중 어느 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는지 여부였다(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운송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 우리나라 해상법상 선주책임제한이 적용되어 운송인의 손해배상 범위가 현저히 축소되기 때문임). 

복합운송인 측은 해상화물운송장과 선하증권에 봉인장치 번호가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해상운송구간에서 화물의 분실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상법 제816조 제2항에 따라 어느 운송구간에서 분실이 발생하였는지 불분명한 경우로서 운송기간이 긴 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

필자는 복합운송인이 사건 경위를 파악한 후 당시 화주에게 이메일로 철도운송구간에서 화물이 도난되었다는 취지로 회신한 사실을 지적하고, 실제 해상운송인인 선사 및 부산항에서 화물 하역, 보관 및 반출 업무를 한 관리사에 각 사실조회신청을 하여 해상운송 중 화물이 분실되었을 가능성 자체를 모두 배제하는 것에 집중했다. 법원은 화주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여 화물이 철도운송구간에서 분실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복합운송인의 입장에서는 어느 운송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복합운송 중 손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어느 운송 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파악하고, 향후 분쟁에 대비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 또한 확실한 증거로 손해가 발생한 운송구간이 입증되고 확정되지 않는 한, 화주에게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것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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