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의 주력 먹거리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발주 열기가 올해도 뜨거울 거란 전망이 나왔다. 향후 예정된 LNG 프로젝트가 상당한 데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선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LNG 운반선 발주가 지속될 거란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웹 세미나를 열고 올해 조선업 전망을 발표했다.
“컨선 발주 한풀 꺾여”
한신평은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곳간을 책임졌던 컨테이너선은 올해 발주가 주춤할 것으로 점쳤다. 이미 인도되거나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이 상당해 환경 규제와 노령선 폐선에 따른 교체 수요 위주로만 발주가 이뤄질 거란 분석이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440만TEU를 기록, 2023년 160만TEU 대비 2.7배(173%) 급증했다. 2024년 발주량은 2021년의 450만TEU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난 연말 현재 발주잔량은 사상 최고인 830만TEU를 찍었다.
한신평은 “최근 대규모 발주에 따른 기저 효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당분간 컨테이너선의 발주 둔화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LNG 운반선은 대규모 발주가 진행됐음에도 향후 예정된 LNG 프로젝트가 상당해 중장기 수주 전망이 양호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은 LNG 운반선과 함정 건조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미 정상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긴밀한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가스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2590만㎥를 기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LNG 수출 허가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이 늘어나면 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의 건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발맞춰 조선업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선 인프라가 부족해 함정 MRO(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 위탁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투자 확대 기조를 고려하면, 미국 내 LNG 프로젝트 진행이 가속화하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확대돼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신평은 “미 해군 MRO 사업 진출은 국내 조선사들의 사업영역 확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탱크선은 수급 전망이 우호적인 가운데, 환경규제 등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조선가지수 양호해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
글로벌 발주량이 전년에 비해 감소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황 회복의 바로미터인 신조선가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에 고무적이다.
건조 단가 상승은 조선사들의 외형 확대로 이어진다.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은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해 건조 단가를 올리는 게 수월해진다. 따라서 낮은 가격에 수주할 유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주가 줄더라도 수주 선가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거란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다만, 향후 환경 규제에 친환경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내 조선사들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LNG·메탄올 추진선박 등 친환경선박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라며 “향후 친환경선박시장을 주도하려면 국내 조선사들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조 단가가 높은 물량을 수주한 덕분에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도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강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데다 원달러 환율 역시 우호적이란 점도 긍정적이라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과제는 인력난 해소와 생산시스템 안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비교해 건조량이 증가한 가운데, 일부 조선사에서 공정 지연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는 등 인력 수급 및 공정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거란 판단이다.
한신평은 원활한 공정이 진행되려면 충분한 인력 확보와 더불어, 기자재·외주업체 등 협력사 관리, 중대재해 사고 예방 등 다양한 부분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조선 인력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0만9000명에 그쳤던 근로자는 지난해 12만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한신평은 “공정이 지연되는 경우,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외주 협력업체 단가 인상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체상금(LD) 부담뿐만 아니라 시장 내 신뢰도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인력을 도입해 일정 수준의 인력을 확보한 가운데, 대형 조선사들의 경우 올 들어 점차 공정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인건비·외주비 상승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