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31 13:28

기획/ 운임인상여파 ‘TSR 운송업계 위기’

올해들어 운임 30% 인상…운송업계 통과화물 ‘全無’ 울상


통과화물이 제로(Zero)다.”, “올해는 내실 기하면서 버티기 들어갈 거다.”, “선복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밖에 없다.”

새해들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운임이 대폭적으로 오르면서 이 운송루트를 이용하던 對러시아 수출하주들이 화물을 해상으로 전부 돌려버리면서 TSR 운송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은 새해들어 통과화물이 전년대비 40배 줄었다거나 ‘전무’하다고 현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운임인상 ‘통과화물’ 겨냥

해운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1월1일부터 TSR운임을 40피트컨테이너(FEU)당 ‘통과화물’은 1천달러, ‘러시아 내륙화물’은 8백달러를 올렸다. 이에 따른 TSR 운임은 부산-핀란드 구간이 종전대비 30% 오른 FEU당 4600달러, 보스토치니-모스크바구간이 25% 오른 3100달러로 인상됐다.

지난해 12월 운임인상에 대한 소식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한국 하주측과 복합운송업계에서 강한 반발을 하며 이에 대한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러시아정부는 통과화물 운임을 대폭 올린 이번 운임인상을 강행했다.

한국에서 나가는 혹은 한국하주들이 중국공장에서 내보내는 TSR 화물은 대부분 핀란드로 향하는 통과화물이 많아 러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TSR을 이용하는 한국하주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말았다.

핀란드향 통과화물이란 TSR로 러시아를 거쳐 핀란드 하미나에 있는 물류창고로 이동한 뒤 러시아에서 수요가 발생할 경우 다시 재반입되는 화물들이다. 핀란드향 화물이라고는 하나 동유럽권으로 빠지는 순수한 의미의 ‘통과화물’이 아니라 최종 도착지는 러시아가 되는, 엄밀하게 따지면 러시아로의 편법 수출화물인 셈이다.

한국 수출하주들이 이같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러시아 수출을 하는 이유는 운임과 통관, 재고관리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운임면에서 통과화물은 러시아 정부가 해상과 경쟁을 의식해 러시아 내륙행 화물보다 ‘저가운임정책’을 써온 덕에 요율이 많이 낮았다. 또 통관측면에선 핀란드를 통한 통과화물은 러시아 내륙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보다 ‘통관’ 절차가 용이하다. 재고관리 측면에선 러시아에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경우 한국에서 주문을 받아 이를 운송하는 것 보다는 핀란드 물류창고에서 관리하고 있던 재고물품을 수출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현재 이같은 방법으로 러시아 수출을 해온 한국 수출업체들은 러시아 가전제품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과 LG전자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철도공사(RZhD)가 집계한 2004년 한국발 TSR 컨테이너 물동량은 15만4천TEU. 이중 핀란드향 통과화물이 11만9천TEU였다. 74%에 이르는 한국발 TSR물량이 핀란드를 거치는 통과화물인 것이다.

이렇듯 TSR 운임이 올해부터 대폭 오르자 이들 대형하주들은 러시아로의 수출화물(핀란드향 통과화물)을 원양항로(Deep Sea)로 전부 돌려버렸다. 일부 중소하주 화물이나 PDP등 긴급화물에 대해서만 울며 겨자먹기로 종전보다 1천달러이상을 더 얹어주고 TSR을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형하주들은 TSR이 운임을 내리지 않는 한 운송루트를 다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같이 TSR화물이 하루아침에 해상화물로 다 빠져버리자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이 구간을 전문적으로 운송해온 선사와 복합운송업체(포워더)들이다.

현재 TSR의 해상연결구간인 부산-보스토치니간을 운송하는 선사는 현대상선과 러시아 페스코 합작의 동해해운과 러시아 MCL(Magistral Container Lines), 동남아해운, 중국의 차오양라인(한국대리점 카리스해운), 장금상선등 5개사.

TSR을 전문으로 운송해온 메인포워더는 우진글로벌로지스틱스, 천지해운, 그린로지스틱스, 유니코로지스틱스, 대아트란스등.

◆항로 선사들 선복감축 ‘고육 지책’

선사들의 경우 화물이 올해들어 통과화물 몫인 주(週)당 800~1200TEU가 감소했다. 이들의 작년 이맘때 주간 물량은 3천~4천TEU였으나 지금은 그보다 26~30%가 감소한 2500~2700TEU만을 싣고 있다. 통과화물로만 보면 작년대비 40배 감소한 수치라고 한다.

선사들은 레진이나 건설자재, 엘리베이터등의 화물유치로, 빠진 물량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이나 가전회사들이 물량을 TSR로 돌리지 않는 한 이전같은 물량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그나마 레진물량도 중국쪽에서의 생산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한국에서의 선적량마저 중국에 뺏길 판이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선복을 줄이는 방법으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다. 부산-보스토치니 항로에서 25%가량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MCL은 지난 1월부터 선박 5척에서 3척을 줄여 2척만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항로 전체 선복량은 종전보다 1050TEU 정도가 줄어든 4700TEU.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동해해운도 이달부터 기존 1200TEU와 1000TEU 2척의 운항선박을 800TEU와 700TEU급으로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이들 두 회사가 감축하는 선복량은 총 1800TEU. 종전 선복량의 31%나 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기항지도 줄이고 있다. MCL은 남중국쪽에서 나오던 환적화물이 전부 원양항로로 운송루트를 바꾸는 바람에 선복감축과 시점을 같이해 남중국 기항지를 대폭 줄였다.

MCL의 남중국서비스는 현재 상하이와 닝보만을 들르는 상황이다. 이전 기항지였던 홍콩이나, 선전, 신강, 옌티엔등은 피더서비스로 돌렸다.

상하이 이남지역은 운송기간은 TSR과 해상이 비슷함에도 운임은 FEU당 1500달러 정도가 차이나 TSR운송은 더이상 경쟁력을 가질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옌티엔에서 핀란드까지 운송일은 원양항로나 TSR이나 30일로 같다.

이와 함께 MCL은 광양항 기항을, 동해해운은 마산항 기항을 올해 들어 포기했다. 이 지역 하주들의 물량이 전부 원양항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

이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들의 모임인 동해선사협의회(ESOA)는 지난달 23~24일 이틀간 TSR운임인상에 따른 시황악화를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워더, 화물유치 ‘동분서주’

포워더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손가락만 빨고 있다”는 모 포워더 관계자의 말처럼 러시아내륙화물을 서비스해왔던 대아트란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TSR 전문포워더들은 TSR 물량의 95% 이상을 차지하던 핀란드향 통과화물이 원양항로로 빠지면서 졸지에 TSR 전문포워더라는 타이틀을 내놔야 할 위기에 처했다.

비록 포워더들이 해상으로 루트를 바꾼 화물들 운송을 맡고 있다고 하지만 TSR 루트에선 NVOCC(무선박운송인) 개념으로 진행하던 운송형태에서 원양항로에선 단순 에이전트 이상의 역할밖에 하지못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마저도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들이 원양선사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손을 떼야할 처지다.

더구나 러시아의 올 겨울날씨가 혹한이 계속되면서 수출 시황이 뚝 떨어진 것도 가뜩이나 어려운 포워더를 옥죄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물건 구매력이 떨어진 탓에 러시아로의 수출물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포워더들은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살 길을 찾고 있다. FOB(본선인도조건)로 진행되는 러시아내륙화물 공략, 상대적으로 운임인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 물량이 온전한 것으로 분석되는 독립국가연합(CIS)향 화물 유치등이 한 예. 또 TSR이 사업성이 없다고 최종 판단 내려질 경우를 대비해 해상화물 비중도 높여갈 참이다.

천지해운이나 그린로지스틱스 같은 경우 핀란드 하미나와 코볼라등의 창고운영등 앞으로 3자물류서비스를 강화해 난국을 헤쳐나간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복합운송업체 A사 관계자는 “러시아로 직접들어가는 화물에 대한 마케팅을 늘리기 위해 현지 지사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러시아 현지포워더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OB화물을 공략한다지만 경쟁력 면에서 현지 포워더를 따라가는 것은 버거울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TSR운임인상은 항만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마산항이 대표적인 사례.

지난해 마산항 컨테이너 수송실적은 모두 5만5559TEU로 전년도 6만1994TEU보다 10%나 줄었다. 물량이 감소한 이유는 TSR 운임이 인상되면서 러시아 수출물량인 LG전자의 가전제품이 하반기부터 원양항로를 이용하기 위해 부산항으로 선적항을 바꿨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산항 물량은 작년의 27%에 달하는 1만5000TEU의 LG전자 선적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 정부는 급격한 화물 감소, 한국 하주 및 운송사들의 반발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번 운임인상을 단행했을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정부, ‘TSR운임인상’ 내막은?

먼저 지난 2월7일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철도공사 겐나디 베소노프(Gennady Bessonov) 사무국장이 밝혔듯 ▲러시아의 WTO 가입과 ▲러시아철도공사의 만성적자를 들 수 있다.

베소노프 사무국장은 이날 “WTO 가입을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운임, 물가등 각종 가격들을 세계적 수준에 맞추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곧 예전보다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전까지 지나치게 싼 통과운임에 따른 만성적자를 운임인상으로 타개하고 더불어 운임구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설명.

이와 함께 변칙적인 방법인 통과화물을 막음으로써 통관시스템을 투명화하고 나아가 러시아 물류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로 재반입되는 핀란드향 화물을 ‘통과화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로 직접 들어가는 화물이 늘어날 테고, 결국 핀란드에서 운영되던 물류시설들은 자연스레 러시아로 옮겨올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것.

현재 러시아 가전제품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러시아 현지에 하드웨어를 늘리고 있는 데서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LG전자는 오는 5~6월경 준공을 목표로 모스크바 루자지역에 15만평부지의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모스크바 지역에 물류시설 설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자산형 운송업체에 대한 불만도 이번 운임인상에 큰 배경이 됐다.

한국방문에서 베소노프 사무국장팀이 무역협회측에 “시설투자 없이 브로커형태로 운송을 진행하는 업체는 돈을 벌고 있고 러시아철도공사는 큰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이같은 입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운임인상으로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 현지 포워더들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 반면 러시아철도공사 계열사인 ‘트란스컨테이너’나 ‘러시안트로이카’ 등의 하드웨어형 운송업체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통과화물 운임인하 검토 ‘글쎄’

한편 지난달 16~1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TSR 국제회의에서 러시아철도공사가 통과화물 인하를 검토하고 있고 이를 러시아교통국에 건의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한국측에서 건설교통부, 무역협회, 복합운송협회, 한국철도공사등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철도공사 살만 바바예프(Salman Babayev) 부사장은 통과화물 요율을 1개월간 재검토해 운임인하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했다.

이밖에 ▲보안할증료(Convoy Charge)인하와 ▲화차부족문제 해결방안을 검토하겠고 ▲통관시스템을 완화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핀란드를 경유해 러시아로 재반입 되는 화물은 통과화물로 간주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 편법적인 러시아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통과화물 이외 화물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인하가 불가능하며 향후 몇년간 운임동결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통과화물 운임이 인하될 경우 수입노선(이스트바운드)에서의 공컨테이너재배치(엠프티포지셔닝) 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어 여기서 얻은 절감분을 수출쪽 운송비에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체 노선에 대한 운임인하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TSR 활성화를 위한 업체들의 희생인 것이다.

무역협회 하주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통과화물에 250달러, 모스크바향 화물에 500달러(FEU 기준) 받고 있는 콘보이서차지(보안할증료)를 절반으로 인하하거나 없애는 것도 큰 인하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B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러시아 정부의 태도를 비춰 볼 때 이번 국제회의 내용은 러시아철도공사의 립서비스에 불과할 것 같다”고 의미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지난해 CCTST(TSR운송조정위원회)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야쿠닌 사장이 TSR운임의 동결을 약속했음에도 새해들어 기습 인상됐고 베소노프 사무국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통과화물운임에 대한 인하를 검토하게다고 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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