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의 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대립이 대선 영향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한미 FTA를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시키고 있다. 2년 전의 극한 대립이 비준을 둘러싸고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정부는 선진통상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FTA 체결을 더욱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는 FTA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하는가? 만약 FTA를 확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당장 어떻게라도 된가는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세계 통상정책의 기류는 범세계적 자유주의에서 FTA와 같은 지역무역협정의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세계적 차원의 무역자유화를 위해 추진해 왔던 도하라운드가 회원국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 중단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세계지역무역협정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WTO가 출범한 1995년부터 현재까지 240개 이상의 지역무역협정이 WTO에 통보되었고, 실제 운용되고 있는 지역무역협정의 수도 WTO 회원국 수보다 훨씬 많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1개 이상의 FTA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차원의 무차별적 자유무역을 표방하고 있는 WTO가 출범한 이후에 차별적이고 지역제한적인 FTA 즉, 지역무역협정이 오히려 크게 증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렇게 FTA가 확산되고 있는가? FTA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WTO는 2007년 7월 기준으로 회원국 수가 151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모든 국가들의 경제적 상황에 맞는 통일된 협정을 이끌어 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대표적으로 우루과이 라운드는 협상타결에 8년(1986년~1994년)이 소요되었고, 도하라운드는 2001년 11월에 협상을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거의 중단상태에 있다. 반면에 FTA는 대부분 2국간에 체결되고 있기 때문에 WTO에서보다 훨씬 단기간에 협상을 종료할 수 있다. 그 어렵던 한미 FTA도 1년 만에 협상을 타결하였다.
협상 분야가 확대되고 갈수록 타결이 어려운 분야가 많다는 점도 WTO보다는 FTA를 선호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WTO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GATT의 핵심 논의대상은 공산품의 관세인하였다. 그러나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크게 낮은 현 상황에서는 협상이 비관세장벽이나 투자자유화, 서비스 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모든 분야에서 151개 회원국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상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FTA 협상에서는 집중적이고 주고 받기 식의 협상을 통해 회원국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협정을 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WTO의 무차별원칙도 FTA를 선호하게 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차별원칙이란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과 자동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하하기로 하였다면 이를 다른 149개 회원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 협상의 결과를 향유할 수 있다. 반면 FTA를 통해서 한국과 미국이 자동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경우 그 결과는 양국에만 적용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외에도 FTA는 자국에 유리한 파트너를 선정하여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FTA 확산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FTA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여러 가지의 장점들 때문에 현재와 같은 확산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WTO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FTA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수단을 제공한다.
물류산업 차원에서도 FTA는 매우 중요하다. 한 때 국내물류업계는 동북아물류중심국가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비전은 거의 사상누각으로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물류산업은 서비스 산업이면서 글로벌 산업이다. 국내물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시장 확대를 통해 규모와 범위 경제를 실현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내시장은 이제 거의 포화상태에 와있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은 해외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산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국기업들의 진입에 다양한 장벽들을 설치하고 있다. 진입을 하더라도 단독진출을 허용하지 않거나 혹은 지점이나 사무소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FTA는 우리 물류산업의 글로벌화와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FTA가 공산품을 대상으로 한 관세인하만이 아니라 투자와 서비스의 자유화까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분야는 더욱 중요한 FTA 협상의 테마가 될 것이다.
대상국가로는 향후에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FTA가 중요하다. 한중 FTA는 수입관세의 인하로 양국간의 교역을 크게 증대시킬 것이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의 대중교역량은 2007년 대미교역량의 1.7배를 초과하였다. FTA는 공산품의 교역을 확대시킬 것이고, 투자의 확대로 양국간에 새로운 물류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그만큼 국내 물류기업에는 성장의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류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물류산업의 기반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공급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낮은 실정이다. 최근 중국이 물류시장을 외국기업에 개방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열악한 물류환경을 빠른 속도로 개선하기 위함이다. 세계의 모든 물류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적극화하고 있다. 이미 특정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일부 국내기업들도 특정한 분야에서는 중국내 물류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내물류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여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규모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 선진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중 FTA는 국내 물류기업들의 중국진출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FTA에서는 투자와 서비스의 자유화가 최근 들어 중요한 협상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FTA 협상에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서비스 자유화를 최대한 이끌어 낸다면 한국 물류기업들은 외국의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사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된다. 중국 물류기업과의 협력도 활성화될 수 있고, 중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제 3국 물류기업들과의 협력기회도 더욱 늘어 날 것이다. 한국 물류기업에 있어 중국시장으로의 진출과 성공은 국내 물류산업 전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물류산업 차원에서 보다 다양하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중국 물류시장에 대한 보다 세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외국기업 진출에 대한 규제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규제를 어느 정도로 자유화해야 하는지를 우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FTA협상에서 우위를 점해야만 보다 유리한 양보를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FTA의 관심은 주로 자동차, 전자, 기계 등 공산품과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업에 집중되어 왔고, 물류산업은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관심이 주로 이들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던 데에도 영향이 있겠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물류업계가 정부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류산업 차원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FTA를 한국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업계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