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의 B777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켰다. 2011년 화물기 추락 사고에 이어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로 아시아나는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고는 항공업계에서도 간담을 쓸어내리게 했다. 시황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전반적인 항공화물시장의 침체로 항공화물시장의 회복은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항공화물 품목 중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전자제품 관련 한국발 수출물량이 부진한 데다 자동차부품, 기계류 등 스팟성 화물 수요도 낮았다.
1분기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국적항공사들은 2분기 물동량 증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지만 시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1분기와 비슷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량 한 자릿수 증가, 운임은 두 자릿수 급락
상반기 항공화물 수송량은 전년대비 늘었지만 운임은 2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통계에 따르면 가입 항공사의 1~5월 누적 한국발 항공화물 수송량은 27만99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만4594t에 비해 6.1% 증가했다. 지난해 수송량이 전년대비 -14.2%를 기록해 낮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더딘 수준의 회복을 보였다. 여기에 수송량은 한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반면, 수송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14.4%로 두 자릿수나 감소해 항공사들은 더 많이 실어 나르고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남미노선에서는 5100t을 수송해 전년대비 29.5% 성장하며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아시아노선은 6만4732t을 수송해 19.6% 늘었으며 중국노선도 14.6%늘어난 6만7398t을 기록했다.
미주노선은 전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몇몇 항공사는 상반기에 삼성의 갤럭시 S4의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미주지역 수송량이 늘기도 했다. 수송량이 늘어난 노선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물량이 늘어난 곳으로 삼성전자 물량을 잡기 위해 각국 항공사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중남미와 아시아노선은 급증가세를 보인 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수송량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유럽과 일본노선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과 일본노선은 각각 5만6445t, 1만5889t을 처리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 -13.3% 뒷걸음질 쳤다. 유럽행 항공화물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인데다 올해도 물동량 감소를 보이며 유럽 취항 항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에어프랑스-KLM은 7월 주 2회 화물노선을 주 1회로 줄이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그동안 공급부족으로 한국 시장에 판매하지 않던 유럽-미주 노선 판매도 내놓으며 화물칸 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미항공사들도 한국-북미노선에 이어 유럽까지 연결하는 화물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북미 직항노선과 한국-유럽-북미 TS(환적)노선의 운항기간이 하루밖에 차이 나지 않아 화주들도 저렴한 항공운임에 화물을 맡기고 있다.
일본노선은 엔화 약세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발 물량은 20% 가까이 감소했다”며 “엔화 약세로 일본발 수출물량이 늘어야하지만 오히려 줄어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중남미 여전히 ‘뜨거운 시장’
동남아시장은 상반기에도 선전했다. 그 중 가장 뜨거웠던 곳은 단연 베트남의 하노이를 꼽을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수송량이 저조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기도 했다. 하노이에는 삼성의 휴대폰 공장과 IT 물량 생산기지가 밀집돼 있어 부품 수요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만으로 수출되는 판유리(플랫글래스) 수송량도 1분기 늘어나면서 반짝 대만행 수송량 증가에 이바지했지만 2분기 들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여기에 폴라에어카고가 4월 말부터 767화물기를 띄우면서 대만노선의 공급은 더욱 늘어나 항공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폴라에어카고는 인천-대만-나고야-인천 구간에 주 5회 화물기를 띄우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장거리 구간에 화물기를 띄우던 항공사들이 수송량이 줄자 아시아 시장에 공급을 늘리고 있다”며 “동남아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남미노선도 꾸준히 화물증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남미에는 대한항공이 주 2회 화물기를 띄우고 있으며, 5월 한국에 취항한 아메리칸항공(AA)이 인천-댈러스에서 중남미를 잇는 노선을 선보이고 있다. 브라질의 휴대폰 수요와 자동차 부품 수요는 여전히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사들의 한국발 항공화물 수송실적도 전년대비 늘었다. 대한항공은 1~5월 항공화물 10만5천t을 처리해 전년대비 3.8%의 약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수송량 1위 자리를 지켰다. 아시아나는 같은 기간 6만5천t을 처리해 전년대비 8.5% 증가했으며, 캐세이패시픽은 8600t을 수송해 9.3%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4위와 5위에 머문 ANA와 폴라에어카고는 각각 8400t, 7100t을 처리해 전년대비 각각 -2.4%, -11.3%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전반적으로 수송량이 늘었지만 kg당 운임은 많이 하락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북미노선 kg당 평균 운임은 2727원으로 전년 동기 3050원에 비해 11.8% 하락했다.
가장 높은 물동량 감소를 보인 일본은 74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하락했으며, 유럽도 2130원으로 16% 떨어졌다. 물동량 증가를 기록한 남미와 아시아노선에서도 7%의 운임하락을 보이며 전 노선의 운임이 모두 내려가는 현상을 빚었다. 항공사들은 작년보다 더 많이 화물을 실어 날랐지만 배고픔은 더욱 심해졌다.
수송단가가 하락하면 대리점들은 수익성이 높아져야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콘솔사(화물혼재사)들도 kg당 150원 남기던 이윤을 50원 정도밖에 못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화주들만 배가 부르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항공사와 직접 거래를 하지는 않았지만 중남미를 주력으로 하던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 P사가 잠적하면서 거래하던 콘솔사들의 피해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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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취항으로 화물공급 계속 늘어나
화물수요가 부진하면서 화물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화물공급을 줄이고 줄여나갈 계획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7월 화물기 운항 횟수를 108편으로 전월보다 5편 줄였다. 항공사들이 화물기 공급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정작 여객기 취항이 늘면서 항공사들의 노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여객수요를 두고 한국 시장에 취항했지만 화물공급도 덩달아 늘어나는 만큼 화물부문에서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에티오피아항공(ET)이 인천-홍콩-아디스아바바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B767-300 및 B787-800 기종을 투입해 주 4회 운항에 들어갔다. 베트남항공은 이달부터 다낭 노선을 신규 개설해 주 2회 운항에 나서기도 했다. 여객기 취항이지만 동남아 취항 항공사들에게는 화물 공급이 늘어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유럽의 체코항공도 6월 인천-프라하 노선의 첫 운항을 개시했다. 주 2회 운항에 7월초부터는 주 1회 증편해 주 3회를 운항할 예정이다.
앞서 세계 2위 초대형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AA)은 5월 인천-댈러스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AA는 B777-200기종을 투입해 매일(주7회) 운항하고 있다. 여객기 주 7회 운항은 화물기를 주 1회 띄우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월 300t가량의 화물공급이 늘게 된다.
동남아지역의 저가항공사들의 진출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의 중장거리 저비용항공사(LCC)인 스쿠트(Scoot)항공이 지난달 12일부터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대만 타이베이를 경유해 주 3회 신규 취항했다. 스쿠트는 B777-200 기종을 투입하고, 대만과 싱가포르 구간은 주 7회에서 주 10회로 증편할 계획으로 시장 화물공급이 늘어나게 됐다.
말레이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도 7월15일 부산-쿠알라룸푸르를 잇는 장거리 노선에 취항한다. 주 4회 운항되는 노선에는 A330-300기종이 투입돼 화물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어아시아엑스는 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 취항으로 동남아에서 호주, 한국을 잇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라고 하지만 장거리 노선은 여객기 기종이 크다”며 “보통 한번에 20여t까지 화물을 수송 할 수 있어 저가항공사들의 취항은 화물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화물 성수기 ‘기대도 안 해’
항공화물의 최대 성수기인 3분기도 큰 기대 없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라는 특수가 있지만 올해부터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기에 런던 올림픽도 특수 없이 지나가버리면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물동량 증가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에 크라이슬러가 3천t에 달하는 수출물량을 내보낼 것이라는 소식이 돌고 있지만 해상으로 수송할지 항공을 통해 수송할지 구체적이지 않다. 확실하지 않은 이벤트 외에는 하반기 물동량이 늘어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항공운임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제조 대기업들의 생산 공장들 해외이전으로 로칼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화물의 소량화 추세는 항공사의 수익성을 날로 악화시키고 있다. 항공사들은 백신과 혈액 시안 등 온도에 민감한 스페셜 화물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 외국항공사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 화물운임은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내려갔다”며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계류시켰던 2007년 상황이 다시 벌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