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1 09:08:00.0

“동북아 물류허브 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

허문구 한국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 팀장/경영학박사
허문구 팀장
2003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동북아물류허브 정책”을 정하고 이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지난 5년간 일관성 있는 물류정책들이 나름대로 추진되어 왔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물류허브 정책의 결과로 가시적인 성과가 많이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수십여년간 해결되지 못하였던 항운노조의 상용화 기틀이 마련되었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지원을 위한 물류펀드의 설립, 종합물류업인증제의 시행, 물류전문대학원의 설치 등 물류전문 인력의 양성을 위한 노력 등이다.

사실상 지난 5년간 물류발전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의 결과물들은 수치적으로도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국의 물류센터 면적은 2001년에 비해 2005년말에는 62.6% 증가한 1,600만m2 로 크게 확대되었고,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우리나라 8대 물류기업들의 평균 매출액(3928억원)에 비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평균 매출액(7169억원)은 83%나 늘어나는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화주기업의 제3자물류 활용율도 2002년에는 25.7%에 불과하였으나 2007년에는 42.2%까지 확대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사실상 천대(?)받아왔던 물류산업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인식되면서 범국민적으로 물류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것도 물류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하다.

당초 참여정부가 동북아물류허브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전세계적인, 그리고 특히 동북아에서의 국가간의 첨예해진 물류경쟁 구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중국, 일본, 대만, 극동러시아, 심지어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저마다 자국을 물류 허브화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공항만 등 물류관련 인프라의 확충 및 물류제도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개선, 그리고 물류전문 인력의 육성과 같은 물류휴먼웨어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류의 기술이 IT와 더불어 발전하고 물류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물류가 단순한 화물의 운송이나 보관정도가 아니라 재포장, 라벨링, 조립가공, 콜센터운영, 주문관리 등으로 기능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이 인식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수출입규모가 7000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이 되었으며 2010년을 전후로 무역 1조불 시대에 접어들고, 2030년이면 무역규모가 4조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FTA에 이어 EU, 중국 등과의 FTA 확대는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밝게 해주며, 물동량이 증가할수록 물류의 중요성도 그에 비례하여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교부 추산에 의하면 교역증가와 기업경영의 글로벌화에 따라 국제물동량은 2002년 5.9억톤에서 2020년 12.5억톤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만큼 화물의 흐름을 관장할 물류기능도 커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E-business는 더욱 확대될 것이지만 그에 수반하는 ‘물건의 이동’은 필요불가결하게 된다는 것도 물류가 계속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할 이유가 된다.

그간 “동북아물류허브 정책”에 대해 물류업계 일각에서 조차도 중국의 경제와 물류부문에서의 급부상을 지켜보면서 그 성공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웃 국가들이 모두 물류허브가 되기 위해 엄청난 국가적인 에너지를 쏟고 있는 마당에 “동북아물류허브 정책”은 우리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현재 물류의 트렌드는 대형화(maximization)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컨테이너의 사이즈도 점점 커져가고 있고 이를 운송할 선박도 계속 커져가고 있다. 물론 항공화물 운송에서조차도 단위운송 비용을 낮추기 위한 항공기의 대형화 추세도 이어지고도 있다. 한편, 선박이 대형화 될수록 고정비용의 부담 때문에 여러 항만에 기항하지 않게 되는데, 그런 대형선박이 우리나라를 모항(hub port)으로 사용치 않는다면 당장 우리의 수출입화물의 적기선적에 어려움을 겪게 됨과 동시에 화주는 선박의 선택권이 줄어듦으로써 운임의 상승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다시 무역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리적으로 보아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가운데 위치한 뛰어난 입지조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물량의 30% 이상이 쏟아지는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미주로 최단거리의 항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거쳐 가야 하는 뛰어난 허브로서의 매력도 갖추고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 및 공항만배후지를 중심으로 많은 외국 기업들이 입주하여 동북아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나간다면 우리에겐 새로운 국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있다. 또한 선진국의 예를 보면, 물류산업의 고도화와 물류체계의 선진화가 이루어진다면 전체적인 물류비 절감이 이루어지면서 제조업의 경쟁력도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일찍이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21세기는 태평양 시대”임을 예언하면서 “West-line Theory" 즉, 문명의 서천설(西遷說)을 주장한 바 있다. 즉, 세계 문명과 물류의 중심이 중국의 황화지역, 인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발하여 서진(西進)하면서 그리스·로마로, 이어서 한자동맹 등 서부유럽으로, 또 이어서 영국으로, 그리고 또 서쪽으로 넘어가 미국의 동부지역에서 서부지역으로 넘어갔다가 이제 태평양을 지나 동북아에 도착해있다는 것이다. 서천설을 보면 언젠가는 동북아시대에서 또다시 서쪽으로 넘어갈지 모르지만 현 시점이 최대한 우리에게 오래 지속되게 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동북아물류허브 정책” 은 필수적일 것이다. 맹자(孟子)는 일의 성공에는 천시(天時), 지리(地理), 인화(人和)가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동북아시대의 도래라는 천시(天時)와 한반도의 지리학적 위치라는 지리(地利)도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호기를 쉽게 떠나보내지 않도록 신정부도 “동북아물류허브 정책”을 더욱 확대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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