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5 10:46:00.0

“컨테이너 육상운송료 올랐지만…”

이달부터 9% 인상…화물차주 “하루 운행비도 안돼”
신항기점 인상률은 4.7%로 차등 적용 논란

●●● 지난 2003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사상초유의 물류대란으로 국내 산업계는 큰 후유증을 앓았다. 부산항은 세계 글로벌 선사들의 기항 기피로 세계 5위로 내려앉았으며, 수출업체들은 선적 차질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한 해 2차례나 연이어 터진 국가 물류망 마비가 불러온 국제적인 국가 신인도 하락은 금액으로 따질 수도 없다.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기름값의 고공행진으로 국내 물류시장이 또 다시 물류대란 악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치솟는 유가…국제유가 200달러 시대 현실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두바이유는 5월말 현재 배럴당 120~130달러 안팎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달러 가량 오른 수준이다. 국제유가 2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경유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리터당 국내 경유 가격은 물류대란 이듬해인 2004년 5월말 876.9원에서 올해 5월말 현재 1876.9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유가보조금 280원을 뺀다 해도 1600원대다.

기름값 상승은 물류업계 중 국내 육상화물수송업계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해운업계나 항공업계는 유가할증료(BAF)를 도입해 오른 기름값을 보전하고 있지만 육상화물차들은 이같은 운송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물차 운전사들은 더이상 운전을 해선 ‘벌어먹기 힘들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량 운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운전대를 더이상 잡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는 정부에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에 유가보조금 기한 연장, 유류세 인하분 보전, 면세유 지급, 표준운임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원만한 해결방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할 것이란 경고다.

이같은 와중에 지난 1일부터 컨테이너 육상운송료가 2년여만에 인상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그동안의 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9% 오른 운송료 인상안을 인가했고 운송업체들은 이달부터 오른 운송료를 시장에 도입했다. 지난 2005년 11월21일 요율 인상 이후 2년6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부산 북항을 기점으로 한 20피트 컨테이너(TEU)의 서울 도착 편도운임은 한강이북 지역은 57만9천원, 한강이남 지역은 56만8천원으로 오른다. 종전보다 4만8천원, 4만7천원이 각각 인상된 수준이다. 40피트 컨테이너(FEU) 운임의 경우 한강이북은 5만3천원 오른 64만3천원, 한강이남은 5만2천원 오른 63만1천원이 된다.

하지만 이같은 인상률도 화물연대 및 운송업계가 요구한 인상률과는 거리가 있다. 운송업계는 2005년 이후 유가 상승 및 부대비용 상승 등으로 20%에 가까운 원가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운임인상수준 기대 못미쳐”

연합회도 컨테이너 요율표 서문에 “정부공인 원가계산기관에서 경유가 인상분에 대한 컨테이너 운임의 원가를 산정한 결과 20% 이상의 인상요인이 확인됐으나 수출입 화물의 물류비 증가 억제와 정부당국의 물가안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원송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흡수하고 경유가 인상분 일부만 보전해 이번 요율 인상에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화물연대측도 15% 이상의 운송료 인상을 요구해왔다. 지난 3월 유류세 인하로 화물차 경유보조금이 리터당 54원이 삭감된 반면 경유가격은 계속 올라 휘발유보다 높아진 상황이어서 화물차의 적자운행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수송할 경우 들어가는 기름값은 33만8100원 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다 고속도로비 3만5천원, 하루 식사비 1만5천원, 숙박비 2만원 등을 포함하면 40만8천원이 된다. 운전사의 하루 일당 10만원을 포함할 경우 벌써 50만8천원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인상된 서울-부산간 편도운임 56만~57만원은 적정 운임인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주에 들어가는 비용을 주고서도 6만~7만원 가량이 남기 때문에 나머지 금액은 운송사 몫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주들이 운송사측에 운송료 할인을 안받을 때 얘기다. 현재 대부분의 하주들은 운송사들로부터 20~30% 가량의 운임 할인을 받고 있다. 결국 운송료가 인상된 상황에서도 하주들이 서울-부산간 지불하는 운임은 39만~45만원이 된다. 화물차주들의 원가보다도 낮은 셈이다.

게다가 이 계산엔 화물차주들의 할부차 비용이나 차량유지비 등의 잡유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험료와 할부금 명목으로 한달에 빠져나가는 금액은 207만원 가량. 물론 화물차주들이 자영업자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비용은 투자금액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싶어도 못 잡는 상황”이라는 화물차주들의 목소리가 허언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셈이다.

컨테이너 육상운송사들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하주들이 받아왔던 운송료 할인을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의 운송료로는 화물차 운전사들의 몫도 제대로 담보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운송사 수익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은 회사 인건비를 줄이거나 각종 비용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고유가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유가 인상은 계속 이어질 것은 분명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물류업계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교섭단체가 구성될 경우 대형하주들도 참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 파업에선 하주는 빠지고 컨테이너 육송회사 모임인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 정부, 화물연대만이 회의테이블에 앉았었다. 비용을 지불하는 최종 결재권자인 하주는 빠진 셈이었다. 또 정부측의 경우 유류세 인하분 보전 및 보조금 기한 연장, 면세유 지급 등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가 나서 국토해양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류기업 A사 임원은 “더이상 육상물류를 해선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물류가 서비스업이라고 하는데 1개 컨테이너를 수송하면 그에 따른 용역료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말만 서비스업이지 서비스 개선에 따른 프리미엄은 바라지도 못할 뿐 아니라 수익내기에도 버거운 상황을 잘 드러낸 말이다.

이 임원은 “보통 화물연대라 하면 지입차량과 자가차량을 말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날로 악화되면서 운송사들에 소속돼 있는 위수탁 차량까지 파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물류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수출입 하주들의 경우도 기름값 인상으로 물류비 상승으로 힘들긴 마찬가지여서 육상운송업계의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비록 육상 수송엔 유가할증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지만 해상운송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하주들은 현재 미국이나 유럽등지로 40피트 컨테이너를 수출할 때 기본 해상운임 외에도 995달러에서 1200달러에 이르는 유가할증료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는 형편이다. 2년전과 비교해 2배 가량 올랐다.

하주측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가가 너무 올라 수출단가 맞추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운송사들의 물류비 인상 요구는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다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신항은 운송 힘들어”

한편 이번 인상에서 부산 신항을 기점으로 한 인상률은 9%보다 훨씬 낮은 4.7%로 정해진 것도 논란거리다. 신항 기점의 오른 운송료는 서울 한강이북지역은 TEU당 57만9천원, FEU당 64만3천원이다. 2만7천원과 2만9천원이 인상됐다. 부산 신항 인상률까지 포함해 산정한 전체 인상률은 8.2%로 낮아진다.

이같이 신항 기점의 운송료 인상률이 낮은 것은 이번 요율부터 신항내 운송차량 거점이 없어 부산 북항 차량을 이용할 경우엔 할증료를 별도로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신항기점 편도운임에서 신항내 운송차량 거점이 없을 때 20피트 컨테이너 2만3천원, 40피트 컨테이너 2만5천원을 가산 적용한다고 문장으로 명시했다. 할증료를 신설하는 대신 요율표상의 인상률은 최대한 낮춘 셈이다. 할증료를 포함해 신항 기점의 운송료를 계산할 경우 서울 한강이북 지역은 20피트 컨테이너 60만2천원, 40피트 컨테이너 66만8천원이 된다. 8.8~8.9% 인상률로 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물류업계는 할증료 청구의 자격요건을 갖췄다 해도 하주들에게 이를 원활히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주들이 요율표상의 요금도 할인을 요구하는 현실에 미뤄 요율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비용을 별도로 지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결국 신항 기점 운송료는 이번 인상에서 유가인상분마저도 제대로 반영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됐다.

B사 관계자는 “신항은 왕복화물이 적어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운행을 꺼려하는 곳중에 하나”라며 “이번 할증료 신설로 신항 운임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 꼴이어서 화물차 운행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경희 기자>
맨위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