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0 10:05:00.0

나진항, 환동해권 국제물류네트워크 거점 성장해야

남·북·중·러 다자간 민간협력구도로 확대·전환 필요
●●●나진-선봉지역은 이미 북한이 지난 1991년말 초반부터 추진했던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구 개발사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지역이다.

나진시와 선봉군을 포함하는 62㎢의 이 지역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개국이 접경하고 있는 삼각지형을 형성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 지역을 동북아 지역개발과 경제발전에 유리한 자연적, 경제적 조건과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면서 황금이 삼각주라고 명명해 왔다.

지난 1990년대 초반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서 제외된 두만강 개발계획에 포함되는 일부 지역으로서 나진은 북한·러시아·중국 3국이 접경하는 지대에 위치하고 있기에 3국을 관통하는 교통·물류의 요충지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동해를 중심으로 남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개발 중심지역 등장하고 있으며 대륙국가는 해양으로, 해양국가는 대륙으로 진출하는 게이트웨이로서 관련 국가들의 상당한 관심이 모아져 왔다.

하산은 두만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이 접경하고 있는 지역이며 예전부터 군사 및 교통이 발달한 곳이다. 이곳은 러시아 연해주 최남단에 위치한 변경지역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군사지역이기도 하다.

하산은 러시아에 있어 북한과 육상교통을 통해 연계되는 유일한 지역이다. 하산 철도역은 두만강 철교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두만강역과 마주하는 변경역으로 과거 러시아 여객열차가 주 2회 두만강 철교를 지난 북한으로 들어왔으며 이곳에 출입국세관이 설치돼 있다.

현재는 북한으로부터 주로 목재와 석탄을 운반하는 화물열차가 매우 간헐적, 비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또 하산역은 TSR에 연결되는 지선철도의 최종 종착역으로 매일 1회 블라디보스톡역과 여객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북한의 북동부지역 철도는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만강과 해안선을 따라 총연장 405km의 순환망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전철화구간은 237km, 복선구간은 34km다.

또 러시아와 유럽 등 대륙으로의 화물수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두만강역에서부터 나진항과 청진지구 남강덕역까지 134km구간이 표준궤와 광궤의 혼합궤도로 돼 있어 러시아에서 나온 열차가 직접 나진항과 청진지구까지 드나들 수 있게 돼 있다.

또 중국으로 화물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북한 남양역과 중국의 투먼역사이는 복선철도로 연결돼 있다. 이외에도 북한 삼봉역과 중국 카이산둔간, 북한 훈융역과 중국의 훈춘간 철교가 건설돼 있어 철도 연결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북한 북동부지역에는 철도운영에 필요한 차량경영시설들과 차량수리공장, 컨테이너공장도 들어서 있다. 두만강역에는 러시아에서 들어온 차량의 대차를 바꿔 북한경내로 들어보내기 위한 대차교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수출입화물을 러시아 화차에서 북한 화차에, 북한 화차에서 러시아 화차에 중계할 수 있는 기본적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철도 인프라는 북한의 다른 지역 철도시설과 마찬가지로 시설만 갖춰져 있을 뿐 시설의 상태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2001~2003년간 모두 3차에 걸쳐 북한철도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2001년 9월16일에서 10월16일까지 한달동안 실시한 러시아측 자료에 근거하면 북한철도 현대화에 필요한 비용은 2001년 기준으로 약 24.5억~29억달러에 달할 만큼 전면적인 보수가 불가피한 상태다.

나진항은 나진선봉지역 특구로 지정된 이래 1991년경부터는 일본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하게 됐으며 현재는 부산항간에 컨테이너 선박이 운항되고 있다. 나진항은 해양과 대륙의 결절점이자 환동해권 물류의 요충지로 철도와 도로망을 통해 중국의 동북지역 및 러시아 연해주로의 국제적 연계가 가능하며 북한 또한 부두시설 확충, 도로 및 철도망 확충을 중심으로 인프라 건설사업을 계획해 왔다.

총 부지면적 38㎢의 나진항은 주로 석탄, 비료, 강재, 파철, 원목, 잡화, 기계류 등 일반화물과 컨테이너화물을 취급하는 3개부두와 20만3천㎡의 보관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3개부두를 합쳐 연간 300만톤의 하역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건설 예정인 4호 부두가 완공되면 화물 처리능력은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16km에 달하는 표준궤도와 광궤의 혼합궤인 항만내 철도인입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광궤노선 연장구간은 11.7km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수립

북한과 러시아는 두만강 하구의 나진-하산 연결지역이 동북아지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요충지임을 공히 인식하고 이 지역에 대한 중장기적 공동개발 계획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수립했으며 그간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진행해 왔다.

특히 러시아는 푸틴 정권의 실리적 경제발전에 입각한 ‘2020 국가사회경제발전 복합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이와 병행 러시아철도공사 주도로 국토의 균형개발과 생산 인프라 확대에 초점을 맞춘 ‘2030 러시아철도교통발전전략’을 수립했다.

TKR-TSR 연계로써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전략의 한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핵문제로 갈등이 고조됐던 2006년말과 2007년초에도 북러 철도 협력사업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천명하는 등 국제 정세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북러 철도협력사업에 상당한 적극성을 보인바 있다.

최근들어 러시아의 적극적 움직임은 일단 남·북·러 3자간에 진행된 TKR-TSR 연결사업이 교착국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국면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가 보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TKR-TSR 연결사업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

사실 2000년초 적극성을 보이며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러시아는 2002~2003년 사이 몇가지 이유로 손을 놓는 듯 했다.

그 이유중 하나는 나진-하산구간 철도 실태조사 결과 예상을 초과하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점이었다. 즉, 북한의 철도기반 시설이 워낙 낙후돼 일부 개보수 수준을 넘어 철도를 새로 깔아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원선 구간을 선호한 반면 북한은 군사적 문제를 이유로 동해선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동해선은 경원선에 비해 남한 내 미연결 구간이 길어 철도 건설에만 약 7~10년이 소요되며 비용도 더 많이 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여러 요인을 감안, 러시아로서는 전면 재검토의 상황에 직면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시간적으로 지체되기는 했으나 결코 이 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TSR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교량적 역할로서의 독점적 위치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러시아측의 불안감이다.
둘째는 2001년부터 시작한 3단계 러시아 철도 구조개혁이 2단계까지 마무리돼 북한 및 남한과의 협력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기본적 여건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나선물류합영회사 설립 등에 러시아 우려

셋째로는 최근 중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북한 도로-항만-구역 일체화 프로젝트에 따라 원정-나진간 도로건설 및 나진항 개발을 위한 북중간 합영회사(나선물류합영회사) 설립 등 중국의 동진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다.
이밖에도 태평양으로의 원활한 진출은 러시아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극동항만을 대체할 새로운 항만, 즉 나진항의 확보가 필요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지역 철도의 현대화가 이뤄지면 국제물류를 위한 기반시설을 확보할 수 있을 뿐더러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남한과 일본, 동남아 국가 등의 새로운 교역 중심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나진항의 개발과 사용권을 빌미로 중국과는 도로연결을, 러시아와는 철도 연결을 통해 과거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던 나진-선봉 특구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이중적인 양자게임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투자 유치에 실패한 나선물류합영회사의 중국측 파트너에 대한 실망과 함께 보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동북 3성의 팽창에 따른 경제적 의존도 심화에 대한 일정한 경계심으로 인해 러시아측에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근들어 북한과 러시아간 철도협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철도 및 항만의 현대화를 통해 나진-선봉특구의 경제적 재활성화를 꾀하려는 북한의 요구와 극동지역 항만의 적체 해소와 TSR의 새로운 거점확보라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북러간 철도협력의 최근 진전사항은 결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경계하는 북한의 의도와 대북 영향력 확대를 통해 아태지역의 주요한 행위자로 등극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가 서로 합치되는 국제정치적 역학구도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부터 본격적인 철도협력 사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2000년 11월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공동위원회 운수분과 4차 회의에서 원산과 나진을 거쳐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북러 철도연결협력의정서를 체결했으며 2001년에는 철도운수분야합의서, 북러 철도협력협정을 체결했다.

2002년에는 북러간 동해선 철도개건 및 현대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06년 4월에는 남·북·러 3자 철도운영자회의를 개최해 의장성명에 조인했다. 또 같은해 7월 북한의 체신성과 러시아 철도공사는 두만강-하산에 북한과 러시아를 육지로 직접 연결하는 최초의 광케이블 건설에 합의하기도 했다.

러시아기술감독청은 지난해 11월 북한과 러시아간 나진항에 근거를 둔 합영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기업은 나진항에서 러시아 국경까지 철도를 재건하고 임대하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운영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역시 올 3월15일 러시아와의 나진-하산 철도 및 나진항 개선사업을 위한 합영회사 설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준비해오던 나진-하산구간 북한철도 현대화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결국 올해 4월24일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북한 북동부의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하산역을 잇는 철도구간의 물류수송을 담당할 합영회사 설립에 조인했다.

북러 양국은 나진-하산을 잇는 55km 철도구간의 개·보수 공사 및 나진항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철도 현대화 사업 및 합영회사 건설을 위해 총 2억2천만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보이며 합영회사에만 4,400만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민간 합영회사 설립 프로젝트는 자본유치가 대부분 러시아측에서 출자하며 러시아가 합영회사 지분의 70%를 소유키로 최종 합의됐다.

물론 그동안 남·북·러 3자 협의를 통해 줄곧 논의됐던 한국 등으로부터 외자도입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 하반기 시범운송 가능토록 합의

북러간 합영회사 주도의 나진-하산간 철도 현대화 사업은 6월에 착수해 연말에 완공될 예정이며 나진항은 연간 32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항만시설을 갖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오는 12월경부터는 부산항과 나진항을 잇는 해로를 경유해 나진에서 유럽까지의 철로를 이용한 화물수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북러간 합영회사 설립과 보조를 맞춰 그 후속조치로 지난 4월30일 국토해양부와 러시아철도공사는 나진-하산 구간 현대화를 위한 한러 민간 합영회사를 지난 6월 설립키로 합의했다.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한 범한판토스, 글로비스, 우진글로벌, 장금상선, 한루 등 물류분야 6개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기업의 합작법인인 루코가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을 이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러 양국은 회사의 설립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시범운송이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특히 한러 민간 합영회사는 북러간 합영회사 설립에서 러시아의 70% 지분을 한국과 러시아가 4 대 6으로 나누는 방식을 취했으며 이는 철도 현대화에 드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한국이 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토해양부는 나진-하산 철도 보수에 드는 비용 1억달러, 나진항 개발에 필요한 5천만달러를 한국의 민간부문이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정착단계에 이르면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약 15%정도인 연간 5만5천~8만TEU의 화물을 나진항을 통해, TSR을 이용해 유럽으로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북·중간, 북·러간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배제된 상태에 비하면 보다 진전된 방식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해양과 대륙의 결절점이자 환동해권 교통물류의 주요 거점인 한반도에 있어 나진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나진항의 확보는 남북한이 사업주체의 핵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나진항을 환동해권 국제물류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남북한을 사업 추진의 기본 핵으로 중국과 러시아 또는 일본 등 관련 당사국의 참여를 유도하는 윈-윈의 다자간 민간협력구도의 실현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현재 북·러간 합영회사의 러시아측 지분을 확보한 상황은 여전히 불완전한 구도임을 부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을 끌어들여서 사업구도를 남·북·중·러 다자간의 민간협력구도로 확대,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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