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직접운송 의무화를 골자로 해 야심차게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이 업계로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란 비판을 받아 향후 정책 수립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정부·여당 및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화물운송 제도개선 민·당·정 합동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최근까지 우리나라 화물차운송시장의 문제점 개선방안을 논의해왔다. TFT는 출범 이후 4차례 회의를 거쳐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을 도출, 최근 발표 했다. 하지만 12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운송업계와 주선업계, 화물연대 등 어느 한곳 정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곳이 없었다.
◆화물차운송시장의 문제점= 우리나라 화물차운송시장은 불필요한 다단계가 많고 위수탁 위주로 운송이 진행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6월의 화물연대 파업도 다단계 운송거래를 통한 화물차주들의 심각한 수익 감소가 원인이 됐다.
화물차 운송시장에서 하청구조는 물량의 변동성에 미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화물은 많은 반면 그 반대는 적거나 물량이 월말에 집중되는 문제 등으로 운송업체는 일정 수준의 운송능력만 보유하고 초과물량은 하청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형하주의 장기계약 물량도 일정치 않아 운송사가 일부는 자차로 운송하고 일부는 협력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중소형 하주는 소량의 물량이 수시로 발생돼 고정차량을 가진 운송사에 위탁하는 것보다는 주선업체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
다만 운송사는 운송능력 초과부분만 협력업체에 위탁해야 하나, 전체를 일괄 위탁하면서 단순히 운송단계만 늘리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화물운송시장이 운송사(1단계) 단위가 아닌 주선사-개별차주(2단계) 단위의 구조이다 보니 대부분의 운송사는 운송업과 주선업을 겸업하고 있다. 운송사는 수탁받은 물량을 ‘주선 기능’으로 다른 운송사에 일괄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모기업 물량을 독점하고 중간 수수료 공제 후 대형운송회사 등에 운송을 일괄 위탁하고 있다. 중소규모 제조회사의 물류자회사는 친·인척, 퇴직임원 등이 단순 주선기능만을 수행함으로써 거래단계와 비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화물운송은 하주→주선(운송)사→운송사(→협력운송사)로 복잡한 다단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하주→운송사(→협력운송사)로 축소할 경우 화물차주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수탁(지입)제 위주의 시장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물량확보 능력이 없고, 차량을 위수탁(지입)으로 확보하더라도 운송업이 가능해 단순히 위수탁료만 챙기는 전문 운송업체가 상당수 존재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1분기 화물운송시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으로 운영되는 일반화물운송기업에 소속된 차량 21만대 중 98.5%가 위수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차량 1대로도 운송업 진출이 가능해 1대 허가차량은 개별화물 6만9천대, 용달화물중 8만2천대 등 전체 차량의 42%에 이르고 있다.
위수탁 운송사가 물량확보를 하지 않고, 1대 허가 차량도 많다보니 개별차주들 중심으로 운송시장이 형성됐고 이와 비례해 주선업체의 이용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서 일반화물 54.9%, 개별 81.7%, 용달차주 60.7%가 주선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운송의 다단계 구조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화물차가 많아 수급이 불안하다는 점은 화물차주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돼왔다. 지난 1999년 7월 IMF 외환위기로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화물운송업을 등록제로 전환했다. 등록제 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화물차는 20만대에서 37만대로 84.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운송업체는 69.7%, 주선업체는 59.7% 증가했다. 그러나 물동량은 10.3% 증가에 그쳐 차량당 평균 물동량은 40% 감소했고 운임도 하락세를 띠었다.
그 결과 5t 이상 일반 화물차주의 월평균 소득은 1997년 202만원에서 올해 1분기에 184만원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최근 경유가 상승으로 화물차주의 실질소득은 더욱 줄어들었다. ℓ당 경유가는 지난 2005년 1079.73원에서 올해 6월 1912.02원으로 77% 올랐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4년 4월 이후 등록제를 다시 허가제로 전환했으며 신규허가를 동결해 수급을 조절하고 있다. 이 결과 과잉공급량은 2004년 4만77천대에서 2006년 2만9천대, 지난해 2만5천대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엔 물동량 대비 화물차가 2천대 부족해질 것으로 추정해 과잉 공급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운송 의무화= 정부는 이같은 화물운송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직거래 활성화와 시장구조 개선 ▲수급안정화 ▲화물차주 복지여건 향상 ▲화물운송산업 발전기반 조성 등의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단계 방지를 위한 직접운송 의무제를 도입하고 IT를 활용해 운송 거래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직접운송의무제란 수탁화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직영차 또는 위수탁차량으로 직접 운송하게 하는 제도다. 직접운송 의무 비율은 2010년 30%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운송·주선 겸업업체도 운송업체와 동일한 직접 운송 의무가 부과되고 잔여물량을 위탁받은 협력업체는 이를 100% 직접 운송해야 한다.
정부는 주선·운송업체에 협력운송업체의 운송능력과 배차 확인 의무를 줘 협력업체가 재위탁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이들 업체들도 함께 제재할 방침이다. 또 주선업체의 직접 배차를 유도하기 위해 중개대리를 1회 허용하도록 했다.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직거래 유도 정책도 추진된다. 우선 ‘화물운송 실적관리시스템’을 내년께 구축해 2010년부터 운송·주선 실적 등을 신고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화물정보망 인증제를 도입해 인증 정보망에서 화물위탁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2011년부터 직접운송외엔 인증 정보망을 통해서만 위탁이 허용되도록 하고, 업계의 차량확보를 위해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정보망을 통한 화물위탁을 직접운송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이다.
▲표준계약서 사용 활성화= 정부는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운송업체의 직영차량 운영을 유도하고 ‘표준 위수탁(지입) 계약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표준 계약서 사용을 활성화함으로써 위수탁 차주의 권리를 보호할 방침이다.
위수탁(지입) 전문회사들에게는 향후 2~3년간 화물운송 전(全)단계를 관리하고 실적신고를 시범 운영해 물량확보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이들 기업들의 운송실적이 일정기준에 미달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화물차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으로 정부는 지난달부터 감차를 할 경우 보상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차량가격과 폐업지원금을 보상하고 대상 운전자에 대해서는 직업전환 교육을 지원한다.
또 경유차에 비해 연료비가 30~40% 저렴하고 오염물질이 적은 LNG 화물차 보급을 위해 대당 약 2천만원씩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항만이나 고속도로 등 물류거점을 중심으로 충전소를 확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표준운임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표준운임제 도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올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연구용역을 실시중이며 내년께 시범운영 및 법제화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정부는 이밖에 6개월간 사업실적을 확인해 허가권을 발급하는 방안과 소규모 업체들의 대형화를 위해 인수·합병(M&A)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부정적 반응 커= 이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어느 한 곳도 정부 정책에 긍정적이지 않다.
부산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협회 장원석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직접운송의무제도는 다단계를 아예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이다”고 반발했다. 장회장은 “이 제도에 따르면 직접운송사는 30%만 직접운송하고 70%는 다단계 운송위탁을 해도 된다는 것이냐”며 “이는 운송위탁이 필요한 대형운송업체들만 생각한 정책으로 다단계구조를 더욱 고착시킬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실적관리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운송업계와 주선업계의 특성상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정보를 노출시키는 정책”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화물연대측은 지입제의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화물연대 심동진 사무국장은 “정부가 여러 가지 면에서 노력한 면이 보이나 정책이 불완전하다”며 “그 간 화물연대는 5번의 대란을 겪었는데, 정부나 주선협회나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할 뿐 근본적으로 화물운송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을 꺼냈다.
심국장은 “물량 확보의 어려움으로 운송실적 신고의무화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고, 차주의 노조 조직화 그리고 차고지 확보난 등으로 볼 때 직영화 역시 좋은 정책이 아니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지입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화물운송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지입제는 적합한 제도가 아니므로 폐지해야 한다”며 “모든 비용을 화물운송자들이 책임지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고 덧 붙였다.
운송사 단체인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운송사들의 자차 보유 비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직접운송제도가 회사의 비용부담을 늘려 자칫 위기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자차 비율은 대한통운과 한진 등이 30~40%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반면 대부분의 운송사들은 10%대의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CTCA 소속 운송사 관계자는 “(IMF 이후) 지난 10년간 내부적으로 해왔던 것이 원가절감을 위해 자차를 축소하고 용차와 위수탁차 이용을 늘리는 것이었다”며 “(정부 정책은) 과거로 다시 회귀하라고 하는 것이어서 원가 부담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운송시장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이렇게 되면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내부적인 대응팀을 짜서라도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차 비율이 낮은 글로비스나 CJ GLS, 한솔CSN 등도 직접운송 의무화 제도로 운송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글로비스와 CJ GLS의 차량 보유대수는 각각 120대와 99대로 매우 적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화물운송제도개선팀 김홍진 팀장은 “사실 화물운송분야의 어떠한 정책도 완벽할 수 없고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업계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많은 연구 끝에 내린 개선안이고, 이 정책들은 지금 당장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더 좋은 정책이 있으면 부분적인 변화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제도의 단계적인 시행을 시사했다.
◆외국의 사례는= 1970년대 말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등록제 등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EU(유럽연합)의 경우 1998년을 기점으로 현재의 규제완화환경 골격을 완성했다. EU에선 대부분 시장진입이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고 최소보유대수 기준이 없어 위수탁제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최소보유대수기준이 있어 위수탁(지입)제가 일부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외국의 경우 시장에서의 운송서비스단위와 시장진입단위가 일치하고 있어 지입 등 편법으로 시장에 진입할 소지는 매우 낮다.
EU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영세한 운송업체 중심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EU 지역의 화물자동차 1대 사업자 비중은 리투아니아 26%, 스웨덴 36.5%, 프랑스 40.9%, 체코 53.1%, 폴란드 79% 등 매우 높은 상황이다. 5대 이하 영세사업자는 전체운송업체 대비 프랑스 75%, 체코 89%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세업체 보호정책을 보면 프랑스는 직접지불제도와 발주자에 대한 하도급사업자의 직접소송제도를 두고 있다. 직접지불제도는 발주자가 직접 하도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발주한 것에 한정해 적용된다. 직접소송제도는 원사업자가 하청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 한 달간 통지한 후 하청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게다가 지난 1992년 말 제정된 하도급법은 원청업자가 연료비나 수리비, 감가상각비 등 운임에 포함돼야 하는 각종 비용들을 제대로 주지 않을 처벌을 받도록 했다. 1995년 1월 마련된 교통안전 및 선진화법은 운송거래를 할 경우 주문서, 견적서 및 차량·장비를 명시한 계약금액 지불확인서 등 각종 문서 작성을 의무화해 하청업체의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시장진입에 최소차량보유기준 대수를 5대로 정하고 있어 1대 사업자가 많지 않다. 일본내 10대 이하 사업자는 전체의 53% 가량으로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하도급 규제를 통해 영세운송업체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지난 2000년 4월 하청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하청대등 지연지불등 방지법’(이하 하청법)은 과적·과로운전 등 원청업자가 하청업자에게 교통 안전을 위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처벌 기준을 마련했다.
또 원청사업자는 계약기간, 계약내용, 계약금액, 하청대금, 지불기일 등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하청사업자에게 교부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위탁 서류는 2년간 보존해야 한다. 아울러 원청업자는 수송일을 기준으로 60일 내로 하청대금 지불일을 지정해야 한다. 만약 수송이 끝난 후 60일이 넘어도 하청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실제 지불일까지 연리 14.6%의 연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하청법엔 위탁운송과 재계약 주선 금지와 같은 운송거래단계 규제는 없다.
미국은 6대 이하 보유 운송업체가 전체 운송업체의 72.4%를 차지해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1대만을 가지고 운영하는 미국의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는 전체의 41.8%를 점유하고 있다. 101대 이상의 차량을 가지고 운영하는 회사는 1% 미만에 불과하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