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08 09:24:00.0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경기침체속 유가급락 , 환율 등 수출여건 ‘고무적’ 해운업 각종 변수 많아 시황하락 단
●●● 2009년 기축년 한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한층더 거세게 해운업계를 몰아칠 기세다. 제조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 최대의 위기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해운·물류 기업들도 이에 따른 급격한 물동량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물경제의 침체 확산으로 세계 해상물동량 증가율은 점차 둔화하는 추세임에도 지난 몇년간의 최대 호황기에 발주한 신조선들이 올해부터 대거 투입될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해운업계는 정기선 부문 올해 세계 총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1억5천만TEU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컨테이너선박은 약 1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경기침체에 따른 주요 선사들의 선복감축에도 수급 불균형은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AXS알파라이너는 지난해말 1300만TEU를 넘어선 세계 정기선대는 올해 8월 1400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인도 예정인 신조 컨테이너선 규모는 437척·183만TEU로, 물동량 성장 둔화와 비교할 때 급격한 신장세다. 이중 9천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은 64.1% 늘어난 37척·42만3천TEU가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다.
때문에 해운업계는 올해 1분기부터 운임하락과 소석률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평양항로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구매감소로 수출입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소석률도 70%대 초반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아시아 역내항로도 원양항로 부진에 따른 대형선사들의 자녀선 투입이 본격화되면서 선복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유럽항로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선박 계선에 나서면서 17% 가량의 공급량 감소가 예측돼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때아닌 해운호황은 아니더라도…”
그렇다면 해운·물류업계는 올 한해 불황의 그늘에서 힘든 한숨만을 내쉬어야 하는 걸까? 우리 해운물류업계가 희망을 가져야할 요인들은 없는 것일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헤쳐나갈 길은 있게 마련이다. 지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 한국 경제가 바닥없는 추락을 하던 상황에서도 호황세를 보이던 수출경기가 우리 해운산업의 단단한 버팀목이 된 바 있다.
게다가 세계 해운경기가 연초의 전망과는 다르게 작동했던 때가 종종 있어 온 터여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6년 세계 해운업계는 연초의 수급 예측 실패로 큰 운임하락을 맛봤을 뿐 아니라 2007년 들어서도 시황이 하락세를 탈 것이란 전망과 달리 때아닌 호황으로 함박웃음을 터뜨린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운물류산업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의 위축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 한해는 어려움이 더욱더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하지만 경제 특히 해운물류업이 각종 변수가 많아 시황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첫 메시지로 6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꼽을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 나라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10% 이상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세계 명목 GDP 54조7천억달러의 12% 수준에 이른다.
미국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를 통해 GDP의 23.3%에 달하는 3조2300억달러를 투입해 경제 위기 조기 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고 유럽도 은행간 채무보장, 부실은행 국유화, 감세 및 재정지출 등의 방법으로 GDP의 17.1%인 1조5273억유로를 경기회복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게다가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GDP의 11.9%인 61조6천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재정지출은 총 17조엔으로 GDP의 3.3%에 이른다. 또 중국 국무원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10대 조치를 발표하고 2009~2010년 간 총 4조위안(800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7년 중국 GDP의 1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정부도 2012년까지 GDP의 5.7% 규모인 51조3천억원을 재정지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각국들의 경기 부양책이 예정대로 신속히 진행된다면 세계 경기 회복기간은 그만큼 빨라질 수 있으며 우리나라 수출 경기도 조기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황사이클 짧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공조와 경기 사이클의 단기화도 시황 상승에 긍정적인 징표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G20 금융위기 공조 합의 등 전 세계적인 경제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의회는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을 가결했고 유럽지역에선 GDP의 22.4% 규모가 구제금융으로 쓰일 예정이다.
또 미국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인 0~0.25%로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FCB)은 2.5%, 일본은행은 0.1%, 한국은행은 3%까지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글로벌 경제의존도가 점점 축소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정책공조는 미국발 경기불황의 강도와 영향을 완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 32%에서 2007년 25.3%로 크게 낮아진 반면 유럽은 19.9%에서 22.3%로, 중국은 4.2%에서 6%로 높아졌다.
아울러 최근 경기 하강 기간이 단축되는 반면 확대 기간은 늘어나는 이른바 세계적인 경기 안정화 현상(Great Moderation)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위기의 단기 진정 가능성을 예감케 하는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1919~1945년 경기 하강 기간이 18개월이었으나 1945~2001년 사이엔 10개월로 단축된 반면 경기 확장기간은 35개월에서 57개월로 늘어났다”며 “글로벌 경제정책 공조와 그레이트 모더레이션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며 국내 경제도 경기부양 정책 효과와 수출환경 개선으로 조기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의 하락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해운물류업계에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었던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띠고 있다. 현재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0달러선,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각각 48달러선까지 하락한 상태다. 산유국들은 지난해 8~9월 전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을 전달 대비 각각 93만배럴, 68만배럴 감산했고 2개월동안 156만배럴 줄였으나 유가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미국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올해 유가전망에서 WTI는 배럴당 71달러, 두바이유는 66달러로 예상했으며 원유 수요 감소세가 확대될 경우 WTI는 50달러, 두바이유는 45달러까지 내려 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7월 t당 800달러선까지 근접했었던 선박연료유 가격은 최근 들어 25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료유 가격은 t당 1달러 인상될 때마다 우리나라 외항해운업계가 1천만달러의 연료비를 추가부담해야 할 만큼 큰 비용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최근의 유가하락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들에게 조용한 단비가 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그나마 수익성 악화의 체감이 덜하다”며 “선사들은 올 한해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지역 다변화로 성장동력 마련
세계 경제 동반침체로 해운·물류업계의 지지기반인 국내 수출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시장 다변화가 진전되고 있는 점도 위기 극복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버팀목이다.
한국은 지역별, 상품별 수출 다변화 뿐 아니라 수주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등 수출 다변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과 일본의 점유율이 14%포인트, 10.3% 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국 시장이 22% 급성장했고 아세안 국가, 중남미, 중앙아시아(CIS) 시장이 균형있게 성장하는 추세다.
수출시장 다변화는 환율상승과 더불어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지역의 경기침체에 따르는 수출감소 효과를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해운업계가 다시금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최근 정부가 재추진을 선언한 경인운하도 해운·물류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와 달리 연안해송과 연계해 물류적인 측면에 어느 정도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해운·물류업계는 지금까지 인천항을 기종점으로 움직이던 연안해운 노선을 강을 이용해 수도권 내륙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도로 및 철도수송과 함께 수송모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인천에서 연안운송할 때 문제됐던 인천-서울간 교통 체증구간을 운하를 뚫어 해결한다는 것이어서 매력적”이라며 “배로 가는 것이 얼마나 가격 경쟁력이 있느냐인데, 정부측 말대로 TEU(20피트 컨테이너)당 6만원 절감된다면 이용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연안운송이 제일 우선적인 건 맞다”며 “다만 일반 도로운송을 수송대체하는데 (운하 이용이) 물류비가 더 많이 들어갈 경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해 비용 절감을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대해서 지적했다.
이밖에 국제물류주선업계는 지난해부터 관세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입화물 창고료 상한선제로 제한적이지만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하주협의회·창고협회·국제물류협회 등 업계 의견 수렴을 반영해 수입 소량화물(LCL)의 창고보관료에 상한선을 도입해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 억제에 나섰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선 검사대상 지정 및 검사비율을 높이는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한선제 도입 이후 그 이상 수준을 형성하던 일부 업체들의 창고료 수준이 내려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CL 수입화물 창고료는 중국측 포워더의 환급금 요구 등으로 정상적인 가격형성이 이뤄지지 못해 지난 10년간 6배나 급등한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환급금 문제는 마이너스 운임 등 업계 수익성이 나빠지는 근본 원인이었다”며 “창고료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환급금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해 시장이 그나마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