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업계 “과도한 투자로 위기 초래”
●●● 직접운송 비율을 최대 50%까지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정부가 추진하는 화물자동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놓고 운송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화물운송제도 개선 민·당·정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방안의 틀을 마련했다. 이 안은 같은 해 12월12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열린 운송업계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김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1월30일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김의원은 법안 제안서에서 “화물의 일괄위탁에 따른 다단계 방지를 위해 운송업체로 하여금 수탁화물의 일정비율 이상을 자기차량으로 운송토록 하는 직접운송 의무제를 도입하고, 위·수탁 관리비만 징수하는 운송업체를 도태시키기 위해 운송실적이 일정기준에 미달할 경우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물운송시장이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하락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다단계 거래, 위·수탁(지입)제 만연 등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겹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측은 “화물운송제도 개선방안은 지난해 당정TF를 통해 관련 업계의 요구를 충분히 담았다”며 신속한 법제화를 위해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접운송 최대 50%까지 의무화
김의원이 발의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크게 직접운송 의무화와 운송시장 진입제한으로 요약된다.
직접운송의무제란 말 그대로 수탁화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직영 또는 위수탁 등의 회사소속차량으로 직접 운송케 하는 것이다. 직접운송 비율은 첫 해(2010년) 30%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늘어 최대 50%까지 확대된다. 운송업체가 주선업을 겸업하는 경우에도 직접운송 의무가 주어진다.
나머지 물량은 협렵업체의 운송능력 범위내에서 하청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 경우엔 협력업체가 100% 직접운송을 해야만 한다. 운송을 맡긴 주선 또는 운송업체측에 관리책임을 의무화하는 위탁화물 관리책임제도다. 원청업체가 협력운송업체의 운송능력과 배차를 확인토록 해 재위탁이 발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재위탁 사례가 발견될 경우 위탁을 맡긴 업체도 함께 제재를 받게 된다. 관리책임은 화물운송주선업체들 뿐 아니라 국제물류주선업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정안은 정부가 운송사들의 직접운송 비율을 들여다보고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운송·주선업체의 실적 신고를 의무화했다. 담당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운송 실적을 관리하는 화물운송실적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이를 공시해 하주가 적정한 운송업체를 선정하는 근거로도 쓰이도록 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또 실제 운송능력을 갖춘 업체들이 화물운송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화물차운송사업 가허가제를 신설했다. 신생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가허가를 우선 발급하고, 일정기간 동안 운송실적이 있는 경우에 한해 본허가가 교부된다.
또 화물운송시장의 수급균형과 안정을 위해 화물차운송사업의 양수도도 제한되고 화물정보망 인증제를 도입해 정보망이 인증기준에 미달할 경우 허가를 취소토록 했다. 특히 운송업자나 주선업자가 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경우엔 운송가맹사업자의 정보망이나 인증정보망 이용이 의무화된다.
정부는 정보망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송업자가 위탁받은 화물을 운송가맹사업자의 정보망이나 인증정보망을 이용해 재위탁하는 경우엔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직접운송한 것으로 간주키로 했다.
개정안은 위·수탁 차주의 권리보호를 위해 운송업자가 차량을 현물출자한 사람에게 그 경영의 일부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경영을 위탁할 땐 차량소유자·계약기간 등 법으로 정해진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이밖에 위·수탁계약과 관련한 분쟁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시·도에 화물운송사업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3년내 3번 위반시 허가 취소
정부는 이 제도가 업계 저변에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처벌 규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시행령에 담겨질 처벌규정은 3년내 3회까지 직접운송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처벌 시효가 현행 1년 이내에서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운송업계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직접운송 의무제가 철저히 화물연대 측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어서 운송업계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하주에 대한 대형운송사의 책임운송 문제다. 운송사가 협력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협력업체가 자기 소유 차량은 물론 시장에서 개별차를 동원할 능력을 가졌기 때문인데, 이를 다단계라고 못 받고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시장 현실을 무시한 처사란 지적이다.
게다가 50% 이상을 회사 소속 차량으로 직접운송케 하는 것은 기업들의 무리한 투자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운송산업이 오히려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송사 A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회사 내부적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자차를 축소하고 용차와 위수탁차 이용을 늘리는 것이었는데, 과거로 다시 돌아가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은 뒤 “최근 경기 위축으로 시장 상황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투자를 강요하는 이 같은 정책으로 운송업계가 큰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직접운송 의무화라는 족쇄로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차량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직접운송 비율까지 정하는 것은 과도한 정부 개입이란 설명이다.
“차량공급제한에 직송 규제까지”…정부 개입 지나쳐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 한 임원은 “지난 공청회 보고서에도 다단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하청을 전면 금지한 현행 규정이 비현실적이라고 적시하는 한편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다단계 하청구조를 규제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며 “그러면서도 이러한 하청구조를 법으로 금지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의 활성화를 막는 잘못된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뜯어 고치는 것이 맞지만, 못하게 하는 논리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화물운송시장의 선진화 방안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운송업계는 일괄적으로 직영 비율을 의무화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을 하기보다 화물 특성별로 차량 수급 조절을 탄력적으로 해 시장에서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한다.
예컨대 컨테이너운송사업의 경우 별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유도해 정부가 지원하고 시장 기능에 맡겨 달라는 요구다. 이럴 경우 다단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다 정부가 이번에 초점을 맞춘 정보망 이용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형운송사가 주선으로 수탁한 화물을 100% 직접 운송케 한 것은 운송업계로선 더 큰 문제다. 운송사 입장에서 주선으로 하청받은 화물도 실하주로부터 받은 화물과 같은 수탁화물임에도 이것만을 100% 직접운송하게 하는 것은 기업들의 영업 효율성을 크게 해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운송사들이 이를 우려해 주선에 의한 수탁을 기피할 경우 화물 주선 시장의 전반적인 퇴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제도가 운송사의 요구는 무시한 채 화물연대측의 이익만 수용한 것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운송업계 C관계자는 “금년 말에 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상황이 심각하다”며 “운송업계에 직접운송을 위한 인프라가 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밀어붙이면 결국 화물연대에만 좋게 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운송사 무더기 도산 불가피”
제도 도입으로 현재 8천여개에 달하는 운송기업들 중 영세업체들의 무더기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또 다른 걱정거리다. 중소 운송기업 D관계자는 “몇 년동안 회사와 차주간에 신뢰를 쌓아오며 영업을 해왔는데 단순히 운송실적이 적다는 이유로 도태된다는 것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며 “대의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소규모지만 건전하게 영업하는 기존 회사들을 내치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고 일침했다.
이 같은 업계 불만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해 의견 수렴을 20번 이상 하면서 운송업계와 화물차주 의견을 들었다. 운송업체라 하더라도 자가차량 비율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 다를 것”이라며 “틀린 방향이 아니라면 가야 한다. 영세한 업체가 너무 많은데 이를 규모화 하고 하도급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모두 직영으로 운송이 이뤄지다 보니 우리나라랑 비교가 안될 만큼 차량 관리상태가 좋고 수송체계도 선진화돼 있다”며 “위·수탁은 (일종의) 용병이라 처음엔 효율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나중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공포되면 6개월 뒤인 올 연말께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