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법인 업무확대, 택배업 별도 업종화도 시급
●●● 물류산업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세계 물류산업은 지난 2000년부터 오는 2010년까지 연평균 7.9%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3.4%에서 2010년엔 15.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전 세계 물류산업 성장률은 7.9%로 세계 경제성장율 전망치 6.4%를 웃돌고 있다. 게다가 물류비 절감은 매출액 성장을 통한 영업이익 창출보다 더 효율적으로 인식될 만큼 물류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물류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각 항만의 물동량은 20%에 가까운 급감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들 물량을 운송하는 물류기업들도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 난 시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즘 물류업계는 정부에 어떤 것들을 바라고 있을까? 업계가 요구하는 제도 개선사항을 알아 봤다.
우선 해운·항만 분야에선 부산신항만의 인프라 구축과 철도연계수송방안 마련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정부의 부산 북항 개발사업으로 많은 선사들이 부산 신항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나, 정작 신항 인프라가 부족해 선박 접안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한진해운을 비롯해 덴마크 머스크라인, 쿠웨이트 UASC 등이 이전했으며, 현대상선은 내년까지 이전할 예정이다.
신항의 시설부족은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부산과 부산신항만 사이 약 50km 구간의 철도 연계수송이 미비해 철도가 아닌 다른 육송수단을 이용하게 돼 물류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부산 가덕도 매립지의 지반 침하가 철도 인프라 구축을 더디게 하는 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신항만엔 교통편과 숙식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해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이 운행을 꺼리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H사의 경우 신항만으로 수송되는 컨테이너가 월간 100∼150TEU 가량인데, 철송시설 부족으로 개당 1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1000∼1500만원, 1년으로 따져 1억2천∼1억8천만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것이다.
“상용화 추진 속도내야”
항만물류업계는 항운노조의 노무공급 독점 폐지 및 항만인력 시장의 신규 진입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장비의 발달로 항만 하역작업의 기계화, 무인화가 가능하나, 항운노조의 노무공급 독점으로 인해 항만 하역작업의 기계화, 무인화 추진이 곤란하다는 이유다.
근로자 노무공급은 현행법(직업안정법)상 노동조합에게만 허가되고 있다. 기업의 해상물류 의존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으나, 항운노조의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으로 불필요한 물류비 부담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인 것.
정부는 그동안 항운노조 상용화를 추진해 왔으나, 일부 항만에서만 상용화가 이뤄졌을 뿐 현재는 추진 주체를 하역회사 및 화주에게 맡기고 있어 진척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기계화 및 무인화를 해도 하역비는 동일하게 발생하거나 항운노조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해 물류비 절감이 어려운데다 작업방법도 과거 60∼70년대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지적된다. 해상운송비용의 절감과 항만하역작업비용의 절감이 동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물류비 절감과 물류경쟁력 제고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K사 제품부두의 경우 줄걸이 작업을 마그넷작업(제품에 자석을 부착해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전환할 때 총 71억400만원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둘수 있음에도 항운노조의 노무독점으로 항만의 기계화·무인화 투자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부두엔 현재 총 320명의 항운노조원이 투입되고 있다.
줄걸이 작업에 노조원이 6∼10명 투입되고 있으나, 마그넷 작업으로 전환하면 3∼4명으로 줄어 50%의 인력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물류업계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이미 기계화가 완료됐거나 기계화, 무인화가 가능한 항만부터 항운노조 상용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운노조 소속 근로자를 항만물류업체가 상시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항운노조의 독점적 노무공급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관 분야에선 해상수입 LCL화물(소량화물)의 보세창고 보관요율 고시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창고 보관 요율은 지난 1999년 1월1일 이후 자율경쟁을 통한 창고 보관료 인하를 목적으로 고시제에서 업체간 자율제로 변경됐다. 1998년 말까진 창고 물품보관료의 결정과 변경은 세관장의 승인사항이었다.
“해상수입 창고료 고시제 부활 목청”
자율화 이후 LCL 화물의 창고보관료는 오히려 대폭 올라 수출입업체의 물류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물량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워더들이 수입화물 창고료 중 일부를 현지 수출화주에 환급금으로 주는 변칙적인 운송관행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LCL 화물의 경우 보관창고 지정을 화주가 아닌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이 하고 있다. 반면 만재화물(FCL)은 수입화주의 선택에 따라 보세창고 선택 등이 자유롭게 이뤄져 창고료 자율제가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LCL 화물의 창고 보관료는 창고료 고시제가 시행되던 지난 1998년에 비해 최고 10배 가까이 늘어나 화주기업에 물류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 결국 올해부터 업계 자율로 창고보관료 상한선을 만든 후 창고보관료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보관요율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양산세관은 지난해 12월16일, 인천세관은 올해 2월1일부터 각각 이 방식으로 창고 보관료를 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제도 시행 후 창고보관료가 대폭 하락해 자율제에서의 보관요율이 불합리한 수준이었음을 엿보게 한다. 양산세관의 경우 2차 가이드라인이 설정된 지난 1일 이후 보관료가 최고 55%, 인천세관은 2월1일 이후 52%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보관료의 상한선을 민간자율에 맡기는 바람에 제도 정착의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창고보관료조정위원회에 보세창고대표, 화주대표, 물류주선업대표 등이 참여해 가이드라인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업계간 이해조정이 쉽지 않아 실효성 있는 합의도출 가능성이 낮은 것.
업계는 결국 LCL 화물의 창고 보관료를 자율화 이전의 관세청 승인과 고시제로 되돌려야 현행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관취급법인의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국제물류기업들의 숙원과제다.
관세사법에 따라 물류기업이 통관업을 하기 위해서는 통관취급법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통관취급법인은 관세사
를 고용해 통관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영역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운송·보관·하역의 위탁을 받은 물품에 한정되고 있다. 통관취급법인은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반면 관세사 및 관세사 법인은 이 같은 업무 제한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장기 계약이 아닌 건별로 업무가 진행되는 통관업 특성상 통관취급법인은 일반 관세사법인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물류기업들은 통관취급법인의 업무영역을 관세사법인과 동일하게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관세사를 고용해 관세사법인과 같은 조건의 업무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단지 통관취급법인이란 이유로 업무 범위에 제약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통관업무가 관세사법인에만 집중돼 제조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데다 3자물류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업종 법제화로 증차문제 해결”
한편 택배업계는 택배업종 법제화와 증차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은 물류시설 운영과 보관·포장·정보처리 등 일관 물류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특수성을 갖고 있음에도 모든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에 택배업을 허용해 부실업체가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된 이후 모든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택배사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영세한 택배기업들은 저단가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수도권에선 적은 수의 차량으로 직접 배송하고 지방권은 일반 택배사에게 재하청 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이 일반국민에게 보편화된 생활서비스라는 점에서 경쟁과잉에 따른 이 같은 서비스 부실은 곧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 2000년 3800원대에 이르던 택배 운임은 지난해엔 2300원대까지 하락했다.
수익성의 악화로 후발업체 중엔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동원택배가 사업을 정리했고, 신세계 그룹의 세덱스택배는 한진택배에 인수됐다. HTH 택배는 같은 삼성가의 CJ GLS에 합병 됐다.
게다가 최근 택배업계의 급성장으로 증차 수요가 매우 늘고 있음에도 일반화물자동차와 같이 증차 금지 규정에 묶여 있는 점도 업계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택배업계가 별도업종으로 분리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지난 2004년 4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이후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증차가 제한돼 택배용 소형차량의 증차도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증차 제한은 당초 200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매해 연장되면서 올해도 화물차 신규 공급은 전면 금지됐다.
택배물동량은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억4600만상자이던 택배 물량은 지난해 10억4100만상자로 연평균 20%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와 비교해 일률적인 화물자동차 증차금지로 택배용 소형차량의 증차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업계는 수요에 비해 현재 약 6500대의 택배용 차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차량 부족으로 기존 배송사원들이 하루 평균 120개 이상의 물품을 배송해야 해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민간 택배업체와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관련법 적용을 받지 않는 우체국택배는 증차가 허용돼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우체국 택배차량은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연평균 150여대씩 차량을 늘려 왔다.
“우체국 택배는 증차 허용”…형평성 논란
택배사 한 관계자는 “대형화물차량은 공급과잉이지만 택배차량과 같은 소형차는 공급이 달리고 있다”며 “차량증차가 계속 금지될 경우 국민들의 택배 이용과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따라 편법 증차도 눈에 띄고 있다. 택배업계가 부족한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차량 번호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곧 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택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영업용 번호판 가격은 지난 2006년 350만원에서 2007년엔 450만원으로 29%나 올랐다.
증차문제는 택배업계 뿐 아니라 육송업계 전반적인 현안이 되고 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공급기준이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운수업종의 공급량을 획일적으로 제한해 서비스 질 저하와 물류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전자제품을 전문 설치기술인력과 함께 가정이나 기업체에 1~2.5톤 트럭을 이용해 배달·설치하는 물류서비스를 벌이고 있는 B사는 가전제품이 대형화되고 물량도 늘면서 증차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나, 공급규제로 영업용차량 번호판 구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번호판 가격이 6백~8백만원까지 급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송업계는 모든 화물자동차 운수업종에 신규공급금지를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톤수나 차량의 성격별로 차등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공장 생산능력 증설에도 불구하고 운송수단 확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체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수송용 탱크로리 등록을 허가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