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4 14:40:00.0

기획/육상운송시장 물량답보, 제도개선안도 제자리

업계 “정부, 육송업계 지원의지 있나”
화물운송 표준요율제 빠르면 3월 시행

●●● 현재 컨테이너 육상운송 시장은 작년 이후 지속된 물량감소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컨테이너 물량이 정점이던 지난 2008년엔 운송차량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량이 평균 30% 가까이 급감했다. 대형화주들은 지난해 하반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두 곳을 제외한 대부분 화주의 물량은 더 감소했다.

한 대형운송사 컨테이너영업 담당자는“글로벌 경제위기로 급감한 물량이 지난해 4월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일시적이었다”며“물량 감소와 유가하락으로 인해 운임도 많이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송업체들은 물량감소에 이어 화주들의 유가연동운임수준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유가연동제는 운송계약기간 중 연료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 변동 폭을 운임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유가 인상분을 운송료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데 몇몇 대형화주는 20% 이상의 유가변동폭에 대해서만 운임에 반영하며 운송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운송업체 관계자는“요즘같이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연동제를 시행하는 업체는 최소한이라도 유가 변동 폭을 운임에 반영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이마저도 반영하지 않는 화주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반면, 화물운송의 약자라고 볼 수 있는 차주들에게는 글로벌 위기로 인한 물량감소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잦은 제도변화로 혼란스런 운송시장이 더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매년 화물운송시장 개선안이 나오고 있지만 제도도입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운송사, 차주 모두에게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는 것.

화물운송 표준요율제 1년째 준비 중

요즘 정부에선 지난해 추진키로 했던 화물운송 표준요율제 시범사업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표준요율제란 화물량·운송 거리에 따라 운송원가를 반영해 최저운임을 정하는 것으로 이르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08년 8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표준요율제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지난해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한 뒤 1년여만에 구체적인 도입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할 화주업체 35곳을 선정했다. 운송사 대상으로는 19곳 선정을 목표로 설득작업 중에 있으며 차주는 35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1년간 진행될 시범사업의 대상품목은 컨네이너와 철강으로 결정됐으며 각 품목당 2개 구간에서 표준요율제가 실시된다. 컨테이너는 수도권-부산, 수도권-광양구간, 철강은 포항-안산, 창원-인천구간이 선정됐다.

현재 대형운송사들이 선정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컨테이너와 철강 물량을 많이 확보한 운송사들 대부분이 시범사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요율시범사업에 선정된 35개의 화주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운송사로 선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에서 화주-운송사-차주의 표준운임 준수 수준, 표준운송원가 및 표준운임의 적정성, 참여업체의 만족도, 표준운임의 시장 적합성 등을 평가하게 된다.

표준요율시범사업은 직접 또는 간접방식으로 강제성을 띠게 된다. 직접적인 강제로는 화주와 운송업체가 운임을 준수하지 않으면 위반업체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간접강제로는 운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적제재를 가하지 않고 자율준수토록 하거나 유가 변동 시 운임을 재 산정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김인경 사무관은 “향후 1년간의 시범사업기간동안 미준수 상황에 따라 화주·운송업체 등에 직·간접강제의 형태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시범사업종료 3개월전부터 시범방안에 대해 평가 및 개선안작업에 들어가며 그 결과에 따라 법제화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송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어 제도 도입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1년여 준비 기간 동안 업무담당자들이 바뀌고 시장 환경이 변하다보니 정해 놓은 표준운임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시범사업은 올 3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아직 운송사 선정이 되지 않아 시행일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준요율 해석 입장마다 제각각

국토부는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KOTI)에 용역을 주고 표준요율을 산정했다. KOTI가 산정한 운임표를 보면 서울 중구-부산 간 컨테이너 표준왕복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8만7천원으로 2008년 6월 국토부에서 인정한 신고운임 101만4천원에 비해 14.3%가 낮다. 안산-광양간 컨테이너 표준왕복운임은 TEU당 82만원으로 신고운임 91만8천원보다 12%가 낮다. 이 운임수준에 대해선 화주, 운송사, 차주간 입장이 다르다.


운송사들은 산정된 표준요율제가 시장운임보다 높다는 점에서 표준요율제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신고운임대로 운임을 받고 있는 운송사는 없다. 대부분의 운송사들은 신고운임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구간 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운송사 입장에서는 현재 받고 있는 시장운임이 표준운임보다 낮으니 화주가 할인요구 없이 표준운임대로 지불해준다면 적극 시행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화주기업들은 신고운임과 표준운임을 비교할 때 표준운임이 더 낮게 설정돼 있는 구간에 대해서는 표준운임제를 환영하고 있다. 구간 별 표준운임이 무조건 낮은 수준만은 아니다. 같은 구간을 두고 시장운임이 더 높다는 화주와 표준운임이 더 높다는 화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화주들이 신고요율표상의 운임도 할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시장운임보다 더 높은 운임을 지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주협의회 관계자는 “표준요율제는 모든 화주에게 일률 적용할 수 없고, 화주들은 시장운임을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관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처음에는 정부에 인위적 강제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참조원가제 도입을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참조원가는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운영되는 제도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원가분석을 통해 시장에서 참조할 수 있는 원가의 원단위를 제공해 운임협의 시 활용하는 제도다.

표준운임을 보는 시각이 운송사는 운송사대로 화주는 화주대로 다르다보니 표준요율시범사업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 법제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화물연대는 지난 2008년 물류파업 당시 곧 시범사업에 들어갈 듯이 하다 1년이나 늦춰진 것에 대해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은 “2008년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시범에 들어가는 표준요율이 신고운임과 비교할 때 낮게 설정이 돼 있지만 시범운영을 하면서 운임은 변경될 수 있는 것”이라며“향후 시장과 (표준)운임이 차이가 심하게 난다면 낮은 수준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8년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는 하불 운임(화물차주·기사에 지급되는 운임)의 19%를 인상키로 했지만 현재 유가 하락과 물량 감소로 화물운송차주들은 인상 전보다 운임을 더 받지 못하고 있다. 물량감소, 운임하락에 차주들은 표준요율제 시행으로 화주가 운송사에 지불하는 운임이 투명한 단계를 거쳐 차주에게 돌아오는 것만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법제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운송사의 물동량 수요, 차량공급 수준에 따라 다양한 적용조건이 발생해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운임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표준운임에 대해서는 이론상으로는 합리적인 제도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운송사 관계자는“표준요율은 일반화물운송사업의 경영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어 경쟁력이 없는 운송회사의 경우 표준운임의 시행이 오히려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도 있다”며“정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표준요율제가 현실화 되기에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B운송사 관계자는“정부가 신고 수리한 신고운임으로 시장운임이 형성돼 있는데 굳이 표준운임을 만들어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접운송의무화 어디로 갔나

지난해 1월 다단계 구조를 깨기 위해 운송업체의 직접운송 의무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직접운송의무화와 운송시장의 진입제한을 골자로 한 ‘화물운송 제도개선방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당시 국토부는 강력한 시행을 약속했지만 이후 그 어떤 진행상황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개선방안에 대해서 “현재 민주당측의 반대로 진척 없이 1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라 진행이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시행시기와(의무화) 비율정도는 다시 수정될 것”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일각에선 직접운송의무화제도가 대기업화주와 물류자회사의 다단계 거래를 개선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나 실제로는 중소 화물운송업체의 보유차량을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CTCA의 한 관계자는“국회에 1년째 계류 중인 직접운송 의무화의 현실화보다는 컨테이너 업종을 신설하고 컨테이너운송가맹사업을 도입해 컨테이너 화물운송시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정규모의 차량과 시설을 갖춘 컨테이너 운송사에게 허가를 줘 자가 운송과 영세 주선업자의 시장진입을 제한해 시장난립을 막자는 것이다.

컨테이너운송가맹사업은 CTCA의 15개 회원사가 투자해 가맹사업을 전담할 사업체를 만든뒤 이들 운송사가 주선가맹점으로, 개인화물차주가 운송가맹점 형태로 참여하는 정보망사업이다. 중간에 금융기관도 참여시켜 운송료 결제도 바로 처리 할 수 있다. 가맹사업을 통해 화주에게 위탁받은 컨테이너를 개인화물차주들에게 제공해 거래단계를 축소할 수 있다. 정보망을 통한 거래의 투명화로 최대한 개인차주의 이익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법원,“중소운송사에 운송관리비 징수 정당”

한편, 컨테이너장치장(CY)을 운영하는 대형운송사들은 최근 법원으로 받은 한 승소 판결로 육상운송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운송사들은 2008년 10월 중소운송사에 징수하던 운송관리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27일 승소판결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보, 국제통운, 대한통운, 동부익스프레스, 삼익물류, 세방, 양양운수, 천경, 천일정기화물자동차, KCTC, 한진 등의 CY운영운송사는 컨테이너 화주의 위임을 받은 운송업체가 자사 CY에 보관돼 있는 컨테이너를 반출할 때 컨테이너 1개당 2만~7만원의 운송관리비를 징수해왔다.

이들 업체는 ▲선사가 운송관리비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경우 ▲CY운영 운송회사가 운송하는 경우 ▲CY운영 운송회사들의 협력운송회사가 운송하는 경우 ▲대형화주가 운송하는 경우에는 운송관리비를 받지 않았다.
결국 CY가 없는 영세한 자가 운송업체들에게만 운송관리비를 받아온 것으로 공정위는 CY를 운영하는 대형운송사의 중소운송회사에 대한 운송관리비 징수는 사업 활동 방해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CY운영운송사들은 “자가 운송업자가 비용이 많이 드는 CY투자 없이 운송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운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식을 접한 CY운영 운송사 관계자는“올해 운송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운송관리비의 정당성을 입증받은 일”이라며“운송관리비 청구가 자가 운송사가 난립돼 있는 화물운송시장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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