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폭염이 지속되는 후텁지근한 나날의 연속이다. 밤에도 열대야가 지속돼 잠 못 드는 이들이 넘쳐나는 뜨거운 여름이었다. 이유는 다르지만 올 상반기 항공시장도 그야말로 뜨거웠다.
예년 성수기를 훨씬 상회하는 화물수송률을 보이며, 토론토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로 LCD, LED TV 및 부품 등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 특수를 톡톡히 봤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한국발 항공수출화물은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 20만5천톤을 수송하고, 2분기에는 22만5천톤을 처리해, 지난해 4분기 21만톤을 상회하는 높은 물량증가를 보였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한 항공사들의 올 상반기 한국발 항공수송 물동량은 37만8,21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만2,238톤보다 29.4% 늘어났다.
가전제품 수출물량 호조로 중국 32.3%↑
지역별 수송량은 북미지역이 8만5,271톤으로 43.1% 늘었으며, 중국이 8만6,117톤으로 32.3% 늘었다. 아시아 지역도 6만6,491톤으로 33.5% 증가했으며, 유럽은 9만4,348톤으로 15.4% 증가했다. 남미행 화물 수송실적은 2,900톤으로 지난해 1,742톤에서 66.5%나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중국지역 물량 증가에는 중국정부의 가전제품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가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정부는 지난해부터 농촌지역의 내수 부양을 위해 농민들이 일정 가격 이하의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구매가격의 일정액을 환급해 주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을 시행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정부는 가전하향의 보조금 대상 품목을 15개에서 30개로 늘리고 제품별 보조금 지급액을 50% 안팎의 비율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는 보조금이 지원되는 TV 제품의 가격상한이 낮아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했지만, 올 2월부터 가격상한이 높아져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도 혜택을 보게 됐다.
10대 항공사들의 상반기 수송물량은 전년대비 크게 늘었다. 화물수송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17만4,142톤을 처리해 전년대비 36.5% 증가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35.9% 증가한 8만8,845톤을 수송했다.
폴라에어카고와 전일본공수는 각각 1만500톤, 8,687톤을 수송해 47.6%, 62.7%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제이드카고인터내셔널은 전년대비 176.4%나 증가한 6,029톤을 수송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제이드카고인터내셔널의 높은 화물수송증가율은 올 초 화물기 추가 투입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대의 화물기를 투입돼 총 7대의 화물기가 운영 중이다. 항공시장이 살아나며 유럽지역에서 5,089톤을 수송해 지난해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물량이 늘었다.
물동량 급증에 대해 제이드카고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발 수송을 중단해오다 지난해 2분기부터 화물수송 재개에 들어갔고 올 초에는 화물기가 추가 투입돼 비약적인 증가를 보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들, 하반기 JAL카고 중단으로 반사이익
반면, 일본항공(JAL)은 6,188톤을 수송해 30.5% 감소했다. 오는 10월 말부터 JAL이 화물기 운항을 중단하게 되면 일본항공이 취급하던 노선의 화물이 다른 항공사들로 흡수돼 항공사들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외국항공사 관계자는 “JAL이 수송하던 한국발 물량은 크지 않지만,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성수기 물량증가에 세계 화물증가도 더해 질 것 ”이라고 말했다.
운임매출에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캐세이패시픽의 한국발 수송물량은 증가에도 불구하고 운임매출 감소를 보였다. 이에 대해 캐세이패시픽 관계자는 “한국발 수송물량은 증가했지만, 노선별 집중의 차이로 운임매출에서 수치상 감소로 나온 것”이라며 “수송단가가 높은 지역보다 낮은지역으로 수송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캐세이패시픽의 한국발 화물수송량은 1만431톤으로 5.7%의 증가를 보여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 성장률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캐세이패시픽은 8월 초 영업실적보고를 통해 올 상반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었으며, 화물수송에서도 지난해보다 24.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타이항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실어 날랐지만, 다른 항공사들의 높은 물량증가에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타이항공은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고 여객기로만 한국발 항공화물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화물의 영향보다 여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타이항공 관계자는 “여객기로 화물수송을 하기 때문에 화물이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여객기를 추가 투입하지는 않는다”며 “여객노선에 따라 화물을 싣기 때문에 여객수요가 높을 때 화물수송량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IT제품, 자동차 부품이 효자노릇
품목별 항공화물에서는 올 상반기 자동차 부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94.3%나 증가했으며, 기타광학기기부품은 108.3%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항공수요를 이끌었던 LCD패널 수출물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휴대폰은 10.4% 감소한 반면, 칼라TV부품은 전년대비 81.3%나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휴대폰 수출 약세로 IT관련 제품이 지난해보다 4% 하락한 49% 증가를 보였지만, 기계류는 자동차 부품물량의 수출 호조로 8% 증가한 24%를 보였다.
화물수송량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운임도 올랐다. 대리점들은 운임인상에 불만을 보이고 있지만 항공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3D TV 등 수요가 급증한 반면, 항공시장은 순간적인 공급의 확대가 불가능해 운임 상승세가 지속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물량은 대폭 증가했지만, 대리점과 화주 부담을 고려해 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화물대리점 수송실적도 강세를 보였다. 범한판토스는 상반기 3만3,124톤을 취급해 전년동기 2만9,184톤 대비 13.5% 증가했다. 코스모항운은 1만5,545톤을 처리해 26.9% 증가했다.
올 상반기 대부분의 대리점에서 두 자릿수의 물동량 증가를 보였으며, 10대 대리점의 수송실적은 15만1,677톤으로 전년대비 28.8% 증가했다. 쉥커코리아와 고려종합국제운송은 각각 1만1,742톤, 1만758톤을 수송해 각각 57.7%, 54.1%의 증가를 보였다.
범한판토스와 삼성전자로지텍, 코스모항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위 변동 없이 같은 자리를 지켰다.
특이한 점은 삼성전자로지텍은 2만1,182톤을 처리해 전년 동기 2만47톤 처리해 5.7%의 한 자릿수 증가를 보인 반면, 하나로티엔에스는 9,122톤을 처리해 205.8%의 증가를 보였다는 점이다. 하나로티엔에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자업체 소니와 수송계약을 맺으면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물량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 하반기 본격적인 공급 확대
상반기 시황 호조를 뒤로 하고 항공사들은 하반기 성수기에 대비하고 있다. 외항사들은 본격적인 화물노선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국적항공사도 화물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DHL과 루프트한자의 합작투자 항공사인 에어로로직은 푸동을 경유하는 라이프치히-인천 구간에 화물기를 투입해 8월부터 데일리 취항하고 있다.
캐세이패시픽은 8월말 엑스트라 화물기를 투입해 물량 수급 상황을 지켜본 뒤 추후 화물기 추가 도입을 결정 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9월13일부터 주 4회 인천-애틀랜타에 화물기를 띄운다. 대한항공도 10월26일부터 주 3회 청주-애틀랜타행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청주공항에서 화물기 운항을 처음 시작하기 때문에 제반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중부권 이남 지역 화주들의 국내 운송 구간 및 운임을 줄일 수 있어 청주공항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항공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물동량 성장을 보였기 때문에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11월에는 중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지만, 수요가 아시아지역에 한정 돼 특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도 예년 성수기보다는 높은 물량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마케팅 담당자는 “상반기 환적화물을 제외한 성장률은 35.6%로 성수기보다 높았지만, 하반기는 성수기 시즌에 들어서도 다소 완화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혜기자 jhjung@ks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