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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침체를 보였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수송시장이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 공장이 가동되면서 자동차 반제품(CKD)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잡화와 벌크화물도 늘고 있다.
러시아철도공사(RDZ)는 올 11월까지 컨테이너 물동량은 185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성장했다고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유로존 경제위기가 현 상태에서 더 확산되지 않는다면 내년 러시아의 경제가 4.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횡단철도(TCR)도 중앙아시아 시장 호조로 상승세를 타고있다. 업계에 따르면 TCR을 이용해 중앙아시아로 수출되는 화물은 지난해 대비 150% 이상 늘었다.
이같이 북방대륙지역의 수요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북방물류를 수송하는 물류업체들은 표정이 밝지 않다. TSR과 TCR의 적체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륙철도를 이용하는 북방물류시장이 물량부족으로 침체를 겪었다면 올해는 화물적체로 또 다른 침체를 겪게 됐다. 대륙철도와 적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매년 문제되어 왔지만 올해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TSR의 시발점인 보스토치니항에서 화물적체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화물이 보스토치니항에 도착해서 빠르면 2~3주 기다렸다 철도로 수송되고 있으며 평균 한 달 가까이 적체되고 있다. 극동-러시아 구간 사이에 배정된 철도화차가 부족하고 러시아로 수출되는 화물 중 TSR을 통해 수송되는 화물의 회복이 덜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철도공사는 한국발 TSR 수송물량이 줄자 철도 화차의 비중을 유럽지역에 더 크게 배정했다. 최근 TSR을 이용해 유럽에서 러시아내륙으로 들어가는 자동차 등의 화물이 증가하고 있으며 운임면에서도 극동지역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수출물량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자동차물량이 늘고 있지만 TSR을 통한 CKD물량은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해상운임이 하락하면서 TSR을 이용하던 화주들은 대거 원양항로(Deep Sea)로 돌아섰다.
TSR 전문수송업체 한 관계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핀란드 등으로 가는 수출화물의 경우 TSR을 이용하면 7천~8천달러의 운임을 내야하지만 원양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3천~4천달러 선에 수송할 수 있어 러시아 수요가 늘어도 TSR 수요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자동차제조업체 타가즈가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수출되는 타가즈의 CKD 수출 물량은 급감했다. 타가즈가 중국 자동차제조업체인 체리와 생산을 체결한 CKD 물량은 해상운송을 통해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TSR이 블록트레인(전세화물열차)방식으로 운영되면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며칠씩 기다려 출발하는 경우도 적체를 늘리고 있다. 블록트레인은 48~55량의 화차를 연결해 수송하는 방식으로 적재할 화물이 많으면 바로 채워 출발하지만 반대의 경우 화물칸을 채워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TCR 적체심각 발차 4개월 기다려…항공화물은 급증
TSR의 적체는 TCR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TCR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체를 빚기 시작하면서 올해 5, 6월 들어 적체현상이 심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TCR 시발점인 롄윈강에 지난 7, 8월 도착한 화물이 이달 들어 수송되고 있는 실정이다.
TCR 적체현상은 TCR의 화물량이 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카자흐스탄철도청의 화차부족이다. 하반기 카자흐스탄정부에서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화차를 추가 공급한다는 얘기가 시장에 돌았지만 카자흐스탄 국경에 지사를 둔 한 TCR 업체에 따르면 실제공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철도청으로부터 임대한 화차를 반납하면서 화차부족으로 인한 적체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중국 구간에서는 표준궤를 이용해 화물이 수월하게 수송되다가도 카자흐스탄 도스틱에서 광궤로 환적하는 과정에서 화차가 부족해 컨테이너가 쌓이다보니 중국정부는 TCR 발차중단조치를 취했다. 국경지역 적체로 중국지역 화차 회수가 지연되면서 비용부담이 늘자 아예 화물을 싣지 못하도록 초강수를 빼든 것이다. 중국철도청은 6월 이후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화차에 대해서만 발차를 하고 넘치면 발차제한을 하는 방법으로 정책을 바꿨다.
TCR 전문 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이 발차제한을 시작한 이후 수시로 화물 발차를 제한하고 있다”며 “11월 들어서는 20일 이상 발차제한조치를 내리면서 화물이 거의 수송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발차제한 횟수가 잦아지다보니 하루에 48량짜리 블록트레인 1대가 겨우 TCR로 수송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TCR 메인 포트인 롄윈강에는 5천여 대의 컨테이너가 적재를 기다리고 있다. 칭다오와 황다오에도 약 1500여대의 컨테이너가 각각 쌓여있다. 적체돼 있는 물량만 놓고 볼 때 하루 48개의 컨테이너가 움직인다면 적체는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연말에 대기업의 물량밀어내기로 항만에 대기할 컨테이너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적체는 더욱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동절기 적설량과 강풍으로 인한 철도단선으로 발차가 제한되는 등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적체가 심각하게 진행되자 대륙철도를 이용하는 화주들의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화주사무국이 중앙아시아지역 수출입업체 13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업체의 76%가 화물적체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물량의 도착일 지연으로 인한 대금회수지연 피해가 55%로 가장 컸으며 거래가 중단되고 물류비가 증가하는 피해가 컸다.
적체가 3~4개월씩 지속되다보니 긴급한 중앙아시아향 화물이 항공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안디잔에 위치한 GM대우 조립생산공장으로 수출되는 물량의 경우 제조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운임이 비싸도 항공으로 대거 수송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CIS 지역비중이 적었던 항공사들은 ‘급방긋’이다. 새로운 물량확보에 목마른 항공사들은 이 지역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발길이 뜸했던 TCR전문 수송업체들을 방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카자흐스탄 국경 도스틱과 중국 국경 알라산커우 구간에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그 지역에 트럭을 통한 육로수송 서비스를 시작했던 TCR 수송업체들은 대부분 화주의 요청 건에 대해서만 간간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철도수송보다 열흘 이상 운송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실제 운송에서는 국경 세관에서 수시로 국경을 닫아 트럭킹 서비스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중국철도청 800弗 인상
중국철도청은 TCR 발차를 제한하면서 운임도 덩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중국을 통과하는 중앙아시아 화물에 대해 40피트 컨테이너(FEU) 당 800달러를 인상했다.
중국철도부가 통상 1년에 한 번꼴로 100단위 이하로 운임을 올리던 걸 감안하면 대대적인 인상폭이다. 카자흐스탄철도청에서도 10월부터 철도운임의 21%를 인상했다. 운임은 구간에 따라 최소 150달러에서 최대 300달러 인상됐다. 뒤를 이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도 카자흐스탄정부와 비슷한 수준의 운임을 인상했다. 12월에는 급행요금(익스프레스차지)명목으로도 운임이 인상됐다. 중국철도부는 발차제한 후 제한이 풀리면서 화물이 도착한 순으로 적재하기보다 비공식적으로 급행요금을 지불한 화주의 물량을 우선순위로 실었었다. 화주들은 급행요금을 내고서라도 화물을 먼저 실으려다보니 이 부분이 공식화되면서 결국 운임만 올린 꼴이 됐다. 급행요금은 40피트 컨테이너 500달러로 협의됐지만 대부분의 화주들이 부담하면서 일반운임 인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올 들어 중앙아시아지역의 철도운임은 2천달러 이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초에는 TCR, TSR 운임이 모두 인상될 예정이다. 매년 연초에 대륙철도운임이 인상되기도 했지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각국의 철도청이 운임인상을 더 수월하게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새해를 몇 주 앞둔 시점에도 아직 운임인상 발표는 없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철도청은 운임인상을 갑자기 발표하거나 뒤늦게 소급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한 TSR수송업체 관계자는 “운임인상을 며칠 전에만 통지를 해줘도 고마울 텐데 매년 1월 운임인상을 하면서 2월이 돼서야 운임을 공표하고 급적용하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희한한 운임인상의 공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TCR 운임이 오르다보니 개인 화주들과 소규모업체들의 수출화물이 급감했다. 대기업의 물량은 꾸준히 나가고 있지만 중앙아시아에 중고차물량을 수출하던 화주들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무엇보다 8월부터 시작된 운임인상이 발차가 지연된 화물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화주들은 운임폭탄을 맞게 됐다. 해상수송을 통해 롄윈강에 도착해서 3~4개월 발차가 지연으로 기다리다 어느 순간 앉은자리에서 1천달러 이상의 운임을 더 내게 된 것이다. 철도운임 인상폭이 철도수송업체가 떠안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결국 화주가 그대로 지불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류철도수송시장에서 운임인상은 천재지변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화주가 부담하게 된다”며 “정부의 운임인상이기 때문에 선사의 운임인상개념처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TCR을 대체할 운송수단은?
TCR 적체가 본격적으로 심화되자 그나마 적체가 덜한 TSR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화물을 수송하는 방법을 찾는 화주들이 늘었다.
TSR로 중앙아시아로 화물을 수송하면 TCR로 운송할 때보다 운임차이가 커 최소 1500~3천달러까지 운임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런 운임차이에도 보다 빨리 화물을 수출하기 위해 TSR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순한 소품목 화물의 경우 TSR로 옮기면 운송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건축자재, 기타 기계부품 등의 잡화들은 오히려 운송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자체통관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통관절차가 까다롭다. TCR은 일단 적재하게 되면 통관에 있어 수월한 편이지만 TSR은 통관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순간 모든 검사하는 부대비용을 모두 화주가 물어야하는 문제가 있다.
이란의 반다르아바스항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화물을 수송하는 화주도 늘고 있다. 해상운송을 통해 반다르아바스항에 하역한 후 철도가 아닌 트럭을 이용한 육로운송으로 중앙아시아지역에 화물을 보내는 방법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가바드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로 가는 화물은 TCR을 이용하는 것보다 해상과 육로를 통해 운송하는 것이 운임도 싸고 더 빠르다.
이 지역보다 더 위쪽인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에는 TCR을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저렴하지만 적체가 극심하다보니 더 높은 운임을 내고서라도 반다르아바스를 통해 화물을 수송하는 화주가 늘고 있다. 철도운송수입제한품목인 중고타이어의 경우 TCR 수송이 어려워지면서 반다르아바스항을 통해 타슈켄트 등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삼성, LG가 TCR 대안루트로 반다르아바스항을 이용하고 있다”며 “TCR과 운임차이가 커 주요물량은 돌리지 않았지만 시험운송을 마쳤다”고 말했다.
TCR을 대체할 운송루트가 나오지만 운임차이로 쉽게 옮기지 못하고 있다. TCR 적체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카자흐스탄지역에 화차를 늘리는 것 뿐이다.
TCR 전문 수송업체 A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정부에서 국경지역에 화차공급을 늘리지 않아 그 이후 지역으로 화물수송이 안 되고 있는 만큼 민간 업체들이 화차를 확보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합작형식으로 500여대의 화차를 투입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TCR 화차의 공급이 충분히 이뤄줘야 하지만 카자흐스탄정부에서는 뚜렷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연말 들어 휴일이 늘고 물량이 증가하면 적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2월 초 중국 훠얼궈스(藿爾果斯)와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잇는 철도가 개통되면서 향후 적체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도만 개통됐을 뿐이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상용화되면 알마티로 가는 화물의 경우 도스틱을 거치지 않고 후월꿔스를 통하게 된다. 카자흐스탄의 북부와 남부지역으로 나뉘어 북부지역은 도스틱을 통해 남부지역은 후월꿔스를 통해 화물이 수송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도가 개통돼도 화차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적체해소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화차의 공급만이 TCR 적체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