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녹색교통물류시스템공학연구소가 발족됐습니다. 이 연구소가 발족된 동기와 향후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녹색교통물류시스템공학연구소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산하의 일부 연구조직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주문에 의해 강소형 연구소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연구기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통물류분야의 연구패턴은 종합적 연구라기보다는 기능별 중심의 연구가 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언급했던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매번 새로운 결과를 원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처럼 기존과 똑같은 형태의 연구 틀을 벗어나 새롭고 다른 형태의 접근법을 통해 21세기에 걸 맞는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소 개편에 있어 ‘융합’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중심 자리에 위치하게 해 실질적이며 실천적 담론과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연구를 표방할 것입니다.
미래에 전개될 교통물류분야는 녹색과 환경, 안전, 교통, 물류 등의 학제적 융합과 동시에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이 주가 될 것임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녹색교통물류시스템공학연구소는 효용체감의 법칙을 뒤집어 효용체증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그 시너지를 배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 중 첨단물류시스템 연구단의 단장님이 되셨는데 첨단물류시스템 연구단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물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의 시스템적 혁신과 기술개발의 선도적 추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송, 포장, 보관, 운반하역, 정보화 등 모든 분야에서 추종적 물류 즉, ‘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적 물류인 ‘Fast Leader’가 되기를 자처하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국가경쟁력을 물류경쟁력과 결부시켜 보고되는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물류분야가 단순히 제조업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단순한 의미에 그치지 않았었으나 미래의 물류는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제조업과 유통업을 효과적으로 성장시켜 오히려 물류로 인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형태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단의 가장 큰 특징은 물류분야에서 본격적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조직의 탄생이라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육·해·공의 물류가 한곳에서 융합돼 연구될 수 있도록 훌륭한 실험실과 연구 인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첨단물류시스템 연구단이 향후 풀어나갈 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첨단물류시스템 이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물류시스템을 의미합니다. 다가올 물류분야의 핵심 키워드는 대형화와 고속화라는 단어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해운, 항공, 도로, 철도 등의 모든 분야가 서로 연계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달 쉬프트(Modal shift) 등이 본격화 되는 등 물류분야의 프로세스 및 기술개발의 혁신이 뒤따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저희 연구단에서는 이와 같은 핵심논제를 효과적으로 풀어가고 해법을 찾아가는 연구단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지난 5년간 저희 연구단은 국가물류표준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공격적 연구를 추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름 많은 실적을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류표준화만으로는 물류분야에 대한 새로운 니즈를 충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표준화뿐만 아니라 물류선진화에 앞장설 것입니다. ‘미래는 과거의 창’이라는 말처럼 과거의 부족함을 개선하고 미래의 첨단기술개발에 주력함으로 인해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첨단 물류기술보다 한층 더 발전되고 진보된 시스템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내 물류분야 연구개발 기관들을 보면 대부분 정책연구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간헐적으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기술적 바탕 보다는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저희 연구단은 정책과 기술개발의 융합을 통해 선도기술을 개발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향후 5~10년 후에는 네덜란드의 TRAIL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연구단으로 발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첨단물류시스템 연구단의 수준이 물류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까지는 최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약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물류표준화분야만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거의 올라 있다고 해도 크게 무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첨단물류시스템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물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첨단화돼야 할 부분에 대한 권 박사님의 견해는?
첨단화라는 의미는 영어로 Advanced라고 표현을 하면 적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Advance라는 의미는 과거의 어떤 지식적 기술적 실체보다 좀 더 나은 무언가를 말하는 것으로 제 생각은 부가가치를 중심으로 보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첨단화와 동격으로 사용되는 것이 자동화인데 제가 보는 자동화의 기준점은 인력과 부가가치의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무한적으로 경쟁하는 생존부등식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기업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V(value) 〉P(price) 〉C(cost)의 부등식입니다. 투입된 비용보다 제품의 가격이 높아야 생산자 잉여가 발생해 생존할 수 있으며 제품의 가격보다 소비자의 가치가 높아야 소비자 잉여로 인해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서울-부산 간 고속철도를 4만5000원의 가격에 구입해 이용한다고 가정할 때 고속철도의 가치가 4만5000원에 미치지 못하면 아마도 다시는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고속철도 운영에 필요한 비용 대비 승차권 판매 총액이 훨씬 더 적게 되면 그 운영체는 망하고 말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생존부등식의 중간 P(price)를 P(people)로 대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저는 간혹 이러한 생존부등식의 P(price)를 P(people)로 대체하여 생각하곤 합니다. 첨단화란 단어도 결국 현실경제의 틀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첨단물류시스템 연구단을 이끄시며 향후 어떤 부분에 가장 초점을 맞출 생각이신가요?
지금부터 10년 후를 생각하면 어떠한 작금의 현상도 변화하지 않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10년 후면 모든 것이 변화하는데 연구자는 최소한 10년 후의 기술개발 트렌드는 잃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만족의 포화점을 길게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단순히 몇 가지의 신기술개발로 금방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길게 만족의 포화점을 늘어지게 할 계획입니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계시면서 철도물류에 대해 전문지식을 많이 쌓으셨는데 철도물류와 타 물류산업과의 상관관계는?
플러스원의 상관관계, 다시 말해 공존하는 상관관계입니다. 다른 분야의 물류가 다 망해 가는데 철도물류만 흥할 수 없고 반대로 다른 분야의 물류가 모두 흥하는데 철도물류만 망할 수는 없는 관계라고 보여 집니다. 함께 걸어가고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철도물류는 중장거리에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데 좁은 국토와 물리적 단절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많은 부분의 변화가 있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국내 물류산업의 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다만 그러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딱히 그게 무엇이냐고 저에게 물으면 저도 역시 뚜렷한 답을 못 드린 다는 것이 저의 끊임없는 고민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새롭게 녹색교통물류시스템공학연구소도 만들고 첨단물류시스템연구단도 설립하게 된 것 이라 생각합니다.
옛말에 “잔소리가 많은 집안은 가난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 잔소리는 집안 식구들이 서로에게 불평 불만할 때 나오는 것인데 대부분 아주 사소한 내부적 문제로 인해 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발전된 모습을 위해 서로 존경하고 노력하는 경우에는 잔소리 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줍니다. 지금 까지 우리나라 물류는 우리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 잔소리만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