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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또다시 물류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의 택배차 증차 추진이 도화선이 됐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열린 공급기준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택배차량의 1만5천대 증차 입장을 내놨다. 화물연대는 일주일여간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총파업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화물연대의 파업 카드는 택배차 증차 뿐 아니라 지지부진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화물연대는 찬반투표 결의 성명서에서 ‘표준 운임제, 노동기본권 법제화, 화물운송제도 개선, 수급동결 사수, 생존권 쟁취’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화물연대 차주들의 공통 관심사인 표준운임제 도입을 연내엔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표준운임제 도입은 성사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표준운임제 도입을 두고 화주 운송사 화물차주 정부 사이에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의견이 다 다르다. 이를테면 화주사라 하더라도 일반 제조기업이냐 철강기업이냐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철강업계 내에서도 현저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운송사 내에서도 주력화물이 컨테이너냐 벌크화물이냐에 따라 표준운임제를 놓고 견해가 제각각이다.
운송시장 개선대책 중 표준운임제만 표류
지난 2008년 6월 경유가격 급등에 따른 화물연대 물류파업이 발생하자 정부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발표하고 사태해결에 나섰다. 당시 법무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노동부 등 5개부처 장관은 합동담화문을 통해 표준운임제 도입을 전격 발표하면서 화물연대의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표준운임제 도입과 함께 화물차 감차, LNG화물차 보급,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할인 범위 확대, 다단계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 등 5가지 운송시장 지원 대책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흐른 지금 당시 담화문에 담겼던 대책들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표준운임제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모두 발빠른 조취가 취해졌다. 정부는 우선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영업용 화물차의 감차를 실시했다. 차량 1대당 1500~4500만원 정도가 감차보조금으로 지원됐다. 하지만 2008년 첫 해 66대만이 감차되는데 그치는 등 화물차주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차주들이 감차 후 다른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LNG 화물차 전환사업은 지난해까지 시행됐으나 감차 정책과 마차가지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진 못했다. 국토부는 화물차 1대당 225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서 2008년 500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2000대씩 총 8500대를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 추진 후 LNG 개조에 참여한 화물차는 201대에 그쳤다. 충전소 부족과 화물차 운전자들의 개조 기피가 사업 실패의 이유로 지적된다.
LNG 충전소 설치를 담당했던 가스공사는 대전 인천 등 6개 지역만 충전소를 설치한 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설치를 중단했다. 운전자들도 충전 불편과 출력 저하를 이유로 전환에 소극적이었다. 실적이 저조하자 국토부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정부는 다단계 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을 위한 조치로 직접운송 의무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개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을 통해 다단계 거래를 2단계로 한정하고 운송사가 50%의 화물을 직접 운송토록 했다. 이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밖에 10t미만의 화물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할인은 2009년 6월 초까지 1년간 시행됐다.
정부는 이 같이 화물운송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들을 물류파업 이후 3년간 추진해 왔다. 물론 정책들이 정부 의도대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내진 못했다.
화물차 감차와 LNG화물차 전환 사업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큰 성과 없이 중단됐고 도입을 앞둔 직접운송의무제는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에 직면해 있다. 운송비율이 너무 높은 데다 다단계까지 제한해 운송사의 사업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타 운송사 소속 지입차량도 1년 이상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직접운송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들린다.
시범사업 천신만고 끝에 시행
이제 정부는 남은 하나 표준운임제 도입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정부는 담화문 발표 후 표준운임제 도입을 위한 민관 조직을 만들었다. 2008년 7월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표준운임제도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한 달 뒤 첫 회의를 가졌다.
위원회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 국무총리실 등 정부위원 4인과 무역협회 철강협회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화물연대 등 단체위원 4인, 인하대 산업연구원 천일정기화물 부경대 등 추천위원 5인 등 총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추진위원회는 이후 5번의 회의와 표준운임제 도입방안 연구용역 등을 토대로 2009년 6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하는데 합의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표준운송원가와 표준운임의 적정성 등을 평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0년 10월에야 비로소 실시될 수 있었다. 표준운임 적정성을 놓고 화주와 운송업계의 이견이 컸고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을 섭외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천신만고 끝에 실시된 시범사업은 지난해 9월 종료됐으며 시범사업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2개월간의 보완작업을 거쳐 올해 1월 말 그 결과를 발표했다.
KOTI는 시범사업에서 컨테이너와 철강 두 부문에서 화주 운송업체 차주를 선정하고 실제 운송시장에서 운임이 어떻게 지급되고 있는지 조사했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기업은 화주 주선사 운송사 화물차주 각각 20~30곳 정도로 알려진다.
KOTI는 이들 운송사로부터 받은 조사서를 통해 시장운임과 표준운임의 차이를 파악했다. 입수된 조사서는 컨테이너 부문의 경우 화주사 216개 주선사 48개 운송사 204개 차주 47개, 철강 부문은 화주사 180개 운송사 180개 차주 43개다. KOTI측은 조사서 입수율은 전체의 50% 남짓이라고 말했다.
KOTI는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서만 표준운임을 산정했다. 철강은 화물 종류가 다 다른 데다 수송차량도 다양해 표준운임을 끌어내지 못했다. 시범사업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표준운임은 원가보전을 대원칙으로 산출됐다.
운송원가는 시간당 고정비(노무비, 제세공과금, 보험료 등)와 km당 변동비(주연료비 정비 및 수리비 등)를 산출한 후 직영과 위수탁 차량비율 등을 적용해 집계됐다. 운송원가를 이용해 순 운행원가를 계산한 후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적용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가산해 최종 표준운임이 정해졌다.
이렇게 해서 나온 표준운임(편도기준)이 인천-부산간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1만7천원, 수원-부산간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4만2천원, 안산-부산간 TEU당 57만5천원이다. 지난해 6월 인상된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의 컨테이너육상운송요율표(신고운임)에 비해 적게는 7.1%에서 많게는 13.2% 낮은 수준이다.
KOTI는 시범사업 결과 운송사가 화주로부터 받은 운임은 평균적으로 표준운임의 약 82% 수준이었으며, 운송사가 화물차주에 지급한 비용(하불금)은 75%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용역보고서에서 밝혔다.
표준운임제 도입 쟁점은
표준운임제 도입의 쟁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표준운임의 산정기준이다. 표준운임을 운송사 수령운임으로 할 것이냐 화물차주 수령운임으로 할 것이냐다. 시범사업에선 표준운임을 ‘운송서비스의 수요자인 화주와 서비스 제공자인 운송사업자간 계약의 대가’라고 정의했다. 화주로부터 운송사업자가 받는 운임을 표준운임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차주가 받는 운임’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강제성 여부다. KOTI는 직접강제와 간접강제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직접강제가 표준운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에 의해 처벌하는 방식이라면 간접강제는 정부기관이 권고 등의 방법으로 표준운임 준수를 계도하는 방식이다. 결국 직접강제가 실질적인 강제성을 띠는 셈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설문조사 결과 화주사는 절반에 가까운 45.9%가 간접강제에 찬성한 반면 운송사는 67.5%가 직접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직접강제 방식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문제로 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
세 번째는 제도 추진 방식이다. 컨테이너와 철강 부문을 통틀어 전면적으로 실시하느냐 화물 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하느냐 하는 문제다. KOTI는 시범사업에서 실거래운임이 표준운임보다 16~25% 낮게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시장수용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컨테이너 부문에 먼저 도입한 후 철강, 기타화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KOTI의 단계적 도입 의견 배경엔 벌크화물의 표준운임 산출이 어렵다는 것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표준운임 산정 및 결정 주체를 정하는 일이다. 정부가 나서 표준운임을 정하느냐 민간에 맡기느냐다. 운임이 시장에 기반한다는 속성상 민간에 맡겨야 하지만 그럴 경우 표준운임 준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화물연대만 ‘찬성’ 나머지는 ‘반대
표준운임제도입추진위원회는 지난달 31일 7차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시범사업결과를 검토한 뒤 이달 13일까지 각 업계의 의견을 제출키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업계에선 표준운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단연 우세하다. 컨테이너운송업계나 무역업계, 철강업계 모두 기본적인 입장은 ‘도입반대’다. 결국 화물연대만이 ‘도입찬성’에 서 있는 셈이다.
반대 진영들도 각론에선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컨테이너운송업계는 기존 ‘신고운임’이 존재하고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표준운임을 별도로 도입하는 건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반대 입장이 가장 확고하다.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측 관계자는 “컨테이너(운송시장)에선 신고운임이 존재한다. 신고운임은 정부에 신고하고 정부에서 수리한 공인요금”이라며 “정부에서 법으로 정해달라고 하는 게 표준운임 도입의 골자인데, 신고운임이 정부승인 요금인 만큼 이를 잘 지키도록 계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 (신고운임이) 다 알려져 있는데, 요금을 다시 만들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한 때 ‘조건부 찬성’의 입장이 ‘찬성’으로 잘못 알려지자 기본 입장을 ‘반대’로 못박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협회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게 기본 생각”이라며 “도입하더라도 법적 강제화는 안된다. (표준운임은) 참고용으로만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협회는 7차 추진위원회 회의에선 찬성쪽에 한표를 던졌다가 며칠 뒤 국토부에 공식 의견을 ‘반대’로 정정한다고 통보했다. 철강업계에선 1위 기업인 포스코와 다른 기업들 간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적정운임을 보장하고 있는 포스코는 표준운임 도입이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이외 기업들은 표준운임 도입이 운임인상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포스코를 제외한 동국제강이나 현대제철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 대부분의 철강회사들이 모두 물류자회사를 두고 있는 점도 표준운임에 대한 시각차를 갖게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민간측에서 유일한 찬성진영인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은 지입차주가 받는 것으로 정하고 직접강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컨테이너와 철강을 함께 도입하는 전면적 시행을 원하고 있다. 표준운임 산정주체에 대해서도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표준운임을 정할 경우 강제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며 “최저임금제와 유사한 형태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늦어도 연내엔 표준운임제 도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관련업계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시장 경제나 차주 입장 등을 고려해서 적정한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조속한 도입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