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부문에서 포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내 포장산업은 타 분야에 비해 비중과 규모가 작고 인프라가 물류선진국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포장산업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쉴틈없는 포장인이 있어 업계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포장학회의 이명훈 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명훈 소장을 만나 한국포장학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들어봤다.
한국포장학회가 그 간 걸어온 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포장학회는 1994년 7월 7일 창립됐으며 포장에 관련된 각종 재료, 가공, 기계, 시스템, 검사, 유통, 디자인, 심리, 환경, 사회 등의 과학 및 기술의 진전을 통한 학술 문화의 향상과 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포장학회는 2003년에 포장분야의 종합기술서적인 포장기술편람(2500여쪽)을 발간해 국내 포장기술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으며 최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포장분야 연구기관 설립에 관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포장학과 설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2002년 연세대학교에 패키징 학과를 설립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전문 인력 양성 박차
포장업계에서 한국포장학회의 주요기능과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포장학회가 담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문 인력 양성입니다. 포장을 전공한 전문인력이 포장업계에 많이 배출돼야 비로소 포장분야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4년제 대학 수준의 포장학 전공학과가 최소한 5~6개 정도는 개설돼야 합니다. 이를 목표로 포장학회의 역량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외의 최신 포장기술 개발 동향을 파악하여 국내에 전파하고 자체적으로 포장기술 연구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포장분야의 특성을 고려하면 산학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를 잇는 가교역할이 포장학회의 몫이라고 판단됩니다.
한국포장학회 학회장 외에 포장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포장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1979년도 한국디자인포장센터에 입사한 직후 영국, 독일, 일본 등에 장기간 연수를 가게 됐습니다. 1년 반에 걸친 연수생활을 끝내고 돌아와서 국내의 이 분야 실상을 접하고 나서 선진국과의 엄청난 격차에 놀라게 됐으며 한 평생 이 분야에 투신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후 미시간주립대(MSU)에 포장분야 유학을 가 본인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2년이 시작됐습니다. 올 한해 중점 추진 전략은?
현재 포장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환경과 물류입니다. 친환경포장은 국제친환경포장 표준규격 제정을 통해 올해가 한고비 매듭을 짓는 해가 되므로 국익차원에서 적극 대처할 예정입니다. 물류부분은 국제물류표준화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장표준 모듈 다양화가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ISO 규격에 포함되는 만큼 업계에 적극 홍보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입니다.
물류에서 포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장은 제품생산의 마지막 공정임과 동시에 유통의 시발점입니다. 즉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주는 접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물류는 포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수송, 보관, 상하역 등의 제반과정을 물자가 흐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과정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포장은 첫 단계이므로 만약 포장분야에서 제 요소와 잘 맞지 않는 비능률이 발생한다면 물류분야 전체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물류비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단추인 포장을 잘 꿰어야만 물류 전체적인 효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포장표준화를 주로 하는 물류공정 개선을 통하여 기대 이상의 물류비 절감을 실현했습니다.
국내 포장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부분은?
2011년 3월에 지식경제부에서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산업(플러스알파산업)으로서 포장산업을 지정하고 적극적인 육성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치열한 국제경쟁 상황에서 국내 포장기술 수준은 현재 선진국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관련된 타 산업분야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포장기술 연구개발에 좀 더 적극적인 투자와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최소한 선진국의 90% 수준까지는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포장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나요?
관심부재와 패배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포장분야의 개선으로 큰 이득을 본 기업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분야에 전문 인력도 키우지 않고 별다른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적지 않은 포장산업 종사자들도 소위 ‘껍데기산업’에 종사한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포장산업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플러스알파산업’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돼야만 비로소 포장산업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며 이 부분이 본인과 포장학회에 주어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포장과 관련한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4년제 대학에 관련학과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GDP의 2%를 상회하여 단일산업으로서 결코 규모가 작지 않은 포장산업계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특히 수도권에 관련학과가 설립되면 현재 약 3000여명으로 추산되는 포장 전문 인력의 과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회장님의 인생 철학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포장분야 한 우물만을 판지가 벌써 33년이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애썼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막상 손 꼽아보면 크게 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뿌리를 뽑겠다는 일념에서 2세도 포장분야를 전공하게 했습니다. 현재 포장공학 석사과정으로 미국에 유학중인 2세에게 제가 못 다 이룬 아쉬움을 담아 자주 이렇게 조언합니다. “끊임없이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