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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물류 경쟁력은 아시아 경쟁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세계 155개국 물류경쟁력순위(LPI)는 올해 21위에 그쳤다. 2007년의 27위 2010년의 23위에 비해 상승한 것이긴 하지만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나 2위 홍콩, 8위 일본, 19위 대만 등의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여전히 뒤처지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물류강국을 위한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새누리당 이재균 의원(부산 영도)과 한국교통연구원(KOTI)은 ‘글로벌 물류강국 실현을 위한 새로운 도약 10대 전략과 추진방안’이란 주제로 물류정책토론회를 열어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날 KOTI에서 나온 세 명의 연구원들은 세 가지 주제에 따라 10가지 물류산업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서상범 물류정책·기업인증연구실장은 ‘지속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를 대주제로 네 가지의 정책 제안을 내놨다. 서 실장은 물류는 곧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이라고 전제하고 현재 글로벌 물류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한 한국 물류시장 경쟁력을 글로벌 톱5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물류 활성화, 물류전용펀드 조성
제1전략은 ‘글로벌 물류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한 육해공 통합물류체계 구축’이다. 해운부문에서 전략물자의 자국선사 이용 의무화를 추진하고 초중량물 운송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운산업의 지식기반 고부가가치화 유도를 위한 선박관리 중개·금융 등 부대산업 육성, 선박보증기금 설치와 투자재원 다양화 유도 등도 해운분야 정책으로 제시됐다.
항공부문에선 국제수송업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화물전문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통해 공급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항만의 경우 컨테이너 중심의 획일적 항만 개발을 지양하고 공항과 항만 배후부지 내 제조, 유통가공, 물류 및 지원 기능을 결합한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기업 수출입 물류 경쟁력 강화를 지원키 위해 국내외 공동물류시설을 개발하고 관련 예산을 현재 연간 4억5천만원에서 2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2전략은 ‘산업 및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융합형 물류인프라 구축’이다. 세부 정책으로 5대 복합기지 중 비활성화 시설을 복합산업단지로 전환하고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물류효율화 계획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택배시설 등 생활지원형 녹색물류시설에 대한 도심내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3전략은 ‘새로운 물류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이다. 서 실장은 글로벌 물류시장 정보수집과 분석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물류지원단의 기능을 국제사업 중심으로 전환해 컨설팅 기능을 보강하고 해외물류시장 정보포털의 기능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금융공사, 국민연금 등을 활용한 글로벌 투자 및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용펀드를 조성해 우수기업에 정책금리 수준의 저리 대출을 해주는 식이다.
제4전략은 ‘공동물류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소외지역 물류역량 강화’다. 공동물류컨설팅이나 공동물류센터 등과 같은 시범사업 상설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유통물류합리화법에 근거해 공동물류시설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주선업 공동화물정보망, 협동조합형 물류지원 프로그램, 도서 산간지역 등 물류비 부담이 큰 소외지역 지원형 공동물류사업 등도 개발하고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서 실장은 제안했다.
물류기본권 보장, 물류 R&D 로드맵 수립
이태형 물류시장·기술연구실장은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물류시장 선진화’를 주제로 3가지의 물류전략을 제안했다. 화물차운송시장의 영세성과 열악한 물류시장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나아가 화물차 교통사고도 줄여야 한다는 게 제안 배경이다.
제5전략은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한 구조개편’이다. 이태형 실장은 운임제도 현실화, 불공정거래 방지 등 위수탁 차주 이익 보호제도 보완, 위탁제도(지입제) 개선 및 폐지를 통한 화물차주의 수익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개별차주가 협동조합을 구성토록 해 규모화를 이루도록 하는 한편 공급부족이 제기되는 택배 차량 증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차종에 따라 수급조절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나 직접운송의무제의 효과적인 운영으로 불법다단계를 최소화하고 정보망 인증제 이용업체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정보망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6전략으로 ‘물류복지 구현 및 일자리 창출’이 제시됐다. 도서나 벽오지 거주자, 맞벌이 부부 등 물류서비스 소외계층을 겨냥해 물류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 실장은 말했다. 구체적으로 물류정책기본법을 정비하거나 교통기본법을 새롭게 입법화해 물류기본권 조항을 신설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물류관련 ‘사회적 기업’ 육성도 필요하다는 지적. 유가보조금 카드 적립기금을 이용해 출범한 화물운전자복지재단을 물류관련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육성해 물류종사자들의 복지를 향상하고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의 채용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7전략은 ‘선제적 예방체계 구축을 통한 화물차 교통사고 감소’다. 이 실장은 운전시간 제한 등 화물차 안전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상시단속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인 예방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용 화물차운전자에 최소 2년에 한 번꼴로 에코드라이빙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화물차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노홍승 물류정책·기술본부장은 ‘미래수요 대응형 물류체계 구축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주제로 한 세 가지 물류전략을 내놨다. 제8전략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노 본부장은 기업의 자발적 이산화탄소(CO₂) 감축을 유도하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물류인증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친환경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이 모색될 수 있다. 공동물류시설이나 문전수송이 가능한 철도 복합수송서비스, 장대화물열차 도입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물류부문 인프라 확대도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다. 녹색물류 사업 지원을 위한 재정적인 기반의 조성 필요성도 제기됐다. 수단전환 보조금과 유가보조금을 통합관리하고 철도와 연안해운으로 전환한 화물에 대한 보조금 확대 등이다.
제9전략은 ‘미래대응형 차세대 물류기술 정책방향 및 기술개발’이다.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물류서비스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를 발굴하고 중장기 물류시스템 기술개발과 보급에 따른 영향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노 본부장은 말했다. 물류기술 전문가의 체계적인 육성 등이 구체적인 예다. 또 미래 대응형 물류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위한 기술 R&D 로드맵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제10전략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술 기반의 위험물운송관리 체계 구축’이다. 국가비상사태, 자연재해 등에 대비한 방재지원 물류계획을 수립하고 유해물, 폐기물 등 위험물질 운송안전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 본부장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물류보안체계 구축과 물류보안 전문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류기업들, 해외정보 목마르다
이어 최형림 동아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열린 지정토론에선 업계와 학계에서 나와 물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피력했다.
여성구 범한판토스 대표이사(대한상의 물류위원장)는 “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은 제도만 갖고는 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물류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 글로벌물류 전개 초기엔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정보가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과 물류업의 동반 해외진출이 글로벌 물류도약의 근간이 된다”며 “화주기업들의 물류협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은 서상범 실장이 제시한 물류기금 조성과 관련해 “정치적인 결단이 없이는 어렵다.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국토부가 가질 수 있는 정책수단이 기금인데, 정보촉진기금처럼 물류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산업이 완전경쟁체제로 움직이고 있어 기업들이 이익을 낼 수가 없다”며 “서비스 차별화 방식으로 화물차운송업 정책을 펴고 구조조정을 해야 레드오션 문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종 CJ대한통운 부사장(통합물류협회 종합물류위원장)은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선 세부업종의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류산업의 규정 등에 대해 하드웨어형 물류산업 즉 항만 해운 등은 규정이 돼 있지만, 종합물류기업이나 3자물류 택배업 등은 규정이 안 되고 있다. 화물차운송사업법 등 3가지 법을 정리를 해서 물류산업을 정비해야 한다.”
그는 또 “중동 플랜트를 우리 기업들이 수주하고 있지만 관련 물류에 국내 기업은 제외돼 있다”며 “우리나라가 턴키방식으로 파이낸싱까지 일괄수주하고 있는데 물류까지 포함해서 수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물류산업의 통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온 위원은 다른나라와 비교해 높은 우리나라 물류비나 물류산업 종사자가 55만명이라는 통계청 자료 등을 예로 들며 부정확성을 제기했다. 그는 “화물차등록대수가 350만대이고 5t 이상이 100만대인 걸 보면 통계청 자료에 의구심이 든다”며 “통계 부분을 보고 문제가 있는 걸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주 KOTI 선임연구위원은 물류산업의 혁신적인 R&D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공급자 중심의 R&D에서 사용자와 공급자가 함께 하는 내는 혁신적인 R&D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물류기업 물류인력 등 하드인프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 하는 소프트인프라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