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3 17:03:00.0

기획/철도물류 호조의 빛과 그림자

부산신항철도·블록트레인 효과 철도물류 수요 상승곡선
물류기업 수익성은 뒷걸음질…“전환보조금보다 운임할인” 원해

●●●하반기 들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8월에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고 수입은 9.8% 감소해 부진한 내수 경기를 반영했다. 전국 항만의 8월 수출입물량도 중국 경제의 위축, 내수부진 등으로 감소하면서 109만2천TEU(20피트 컨테이너)를 기록, 전년 동월에 비해 1.2%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1~8월의 누적 수출입물량은 904만1천TEU로 전년동기 대비 1.7% 늘었다. 2011년의 8.8%에 비해 성장률은 크게 둔화됐다.

수출입물량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철도 화물 수송실적은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및 한국철도물류협회에 따르면 1~8월까지의 철도 전체 수송실적은 76만1372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만6399TEU에 비해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110만TEU 이상을 처리했던 2007년 실적(74만505TEU)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철도물류시장 최고점이었던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6월 수송량은 10만828TEU, 7월은 10만6003TEU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각각 5%, 8.7% 늘었다. 월간 10만TEU 이상을 보였던 건 가장 호황기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비록 8월에 태풍 볼라벤과 세계 경기 위축으로 항만물동량이 뒷걸음질 치면서 철도 수송물동량도 9만2142TEU로 -3%의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올해 들어 철도물류시장은 매우 호조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도수송 블록트레인 비중 40% 넘어

업계에 따르면 철도 수송이 늘어난 배경에는 부산신항 철도 개통과 블록트레인(전세 화물열차, BT) 확대가 자리한다.

블록트레인 시행 초창기인 2005년 컨테이너 철도 수송물량은 95만6807TEU였다. 이 중 블록트레인이 실어 나른 물동량은 2만9744TEU로 3%의 점유율에 그쳤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난해 블록트레인 실적은 44만2천TEU를 기록, 전체 110만TEU 중 40.2%를 차지하는 급속한 팽창을 보였다.

올해도 블록트레인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1~8월 블록트레인 수송량은 31만1천TEU로 전체의 40.9%에 달했다. 철도수송의 절반을 블록트레인이 담당하게 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부산신항 철도 수송실적도 꾸준히 늘고 있다. 1~8월 사이 부산신항철도는 27만6385TEU를 처리해 전체의 36.3%를 차지했다. 지난해 점유율 30.1% 에서 6%포인트 이상 확대된 수치다. 블록트레인과 함께 철도물류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부산신항철도가 개장하면서 장거리 구간에는 철도 수송물량이 늘어나 블록트레인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며 “물류업체들도 정부의 철도수송 강화와 더불어 철도 수송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물류업체들은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비해 철도 수송 비중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 10일 화물연대 전남지부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남지부는 치솟는 유류비와 타이어 값 등으로 운송비용이 늘자 운임 9.9% 인상을 요구하며 화물차 운행을 멈췄다. 비록 일부지역이긴 하지만 지난 6월말 대대적인 화물연대의 운송파업 이후 3개월이 채 못돼 파업이 발생한 것이다. 파업이 잦다 보니 운송업체들은 대체 운송수단으로 철도 비중을 더욱 높여가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 친환경 운송수단인 철도의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전환교통보조금도 철도물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환교통보조금은 도로로 수송하던 화물을 철도로 전환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30억원 규모의 예산이 산정된 전환교통보조금을 받기 위해 23곳의 물류기업들이 한국철도협회와 협약을 맺었다. 철도협회는 이를 통해 약 230만t 이상의 물류수요가 육로에서 철도로 전환 수송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송사들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신규 철도화물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환보조금협약을 체결한 업체는 12곳에 불과했다. 이 중 컨테이너운송업체는 삼익물류와 국보 2곳뿐이었다. 올해는 전환보조금을 받으려는 업체들이 늘면서 23개 업체 중 컨테이너부문에서 15개 업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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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트레인 노선 급증…할인율 축소로 매력 ‘퇴색’

철도물류 활성화의 첨병인 블록트레인 노선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9년 18편이 운영되던 컨테이너 블록트레인은 9월 현재 35편으로 늘어났다. 부산신항 철도 개통이 블록트레인 노선 증가에 한몫했다. 오봉-부산진 10곳, 약목-부산진 2곳, 오봉-부산신항 11곳, 약목-부산신항 2곳 등이다. 블록트레인은 일반 컨테이너철도에 비해 할인율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오봉-부산진 구간에 40피트 컨테이너(FEU) 화물 33량을 수송한다고 할 때 일반열차는 약 1002만원의 운임이 든다. 블록트레인으로 수송을 하면 일반열차보다 29% 할인 된 711만원에 수송 할 수 있다. 든든한 물량이 받쳐 준다면 일반 열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파격적인 운임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물량 규모에 따라 할인율이 크게 차이나는 건 물류기업들에게 불만이다. 지난해 코레일은 물류업체들과의 블록트레인 재계약 과정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해오던 할인율을 실적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블록트레인을 단독 운영을 하거나 물동량 기여도가 높은 기업, 안 좋은 시간대를 운영하는 업체일수록 할인율을 높게 책정했다. 이렇다 보니 블록트레인 할인율은 18%까지 떨어지게 된다. 최저 할인율은 이미 사유화차 50량 이상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 받고 있는 할인율과 비슷해 블록트레인의 혜택이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블록트레인을 계약한 철도물류업체들의 수익성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물류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2008년에는 철도 물량 증가로 수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헐값에 화물을 수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블록트레인은 안정적인 수송능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비용을 떠안게 돼 헐값을 받고서라도 블록트레인 채우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업체들은 육로수송 화물 뿐 아니라 일반철도로 싣던 화물까지 블록트레인으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수출입 화물이 약세를 띠고 있어 물류기업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철도공사와 블록트레인 계약을 맺은 업체들 가운데 계약 해지를 고려할 만큼 화물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A 물류기업 관계자는 “물량을 채우던 안 채우던 임대료를 똑같이 내야하는 블록트레인에 어떻게든 짐을 실으려 하기 때문에 철도 수송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전체적인 외형 성장으로 블록트레인 수송량이 늘어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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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트레인 계약해지 희망 업체 늘어

차라리 블록트레인 계약을 해지하고 일반 화차를 이용하는 게 낫다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런 속마음과 다르게 블록트레인 계약을 마냥 안 할 수도 없다. 블록트레인이 늘어나면서 일반 화차가 블록트레인 운영에 투입돼 일반 컨테이너화차 배정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블록트레인을 맺지 않으면 화주에게 안정적인 수송을 보장할 수도 없어 블록트레인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B업체 관계자는 “사유화차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일반 컨테이너열차 배정을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블록트레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유화차 보유로 검수비 및 유지비는 들어가는데, 원할 때 화차를 배정받지 못하니 답답한 노릇인 것. 물량이 줄어든 데다 사유화차를 가장 많이 보유했던 한진은 지난 2월 사유화차 224량 중 100량을 검수비를 대납하는 조건으로 코레일에 임대한 상태다.

C 물류업체 관계자는 “블록트레인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철도공사가 지난해 할인율을 줄여 부담은 더 커졌다”라며 “블록트레인 연말 재계약 때 할인율을 줄인다는 계획이던데, 운영사들은 더 힘들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당초 블록트레인 재계약은 7월에 이뤄지지만 올해는 연말로 미뤄졌다. 연초에 주로 화주와 계약을 맺는 물류업체들의 요청으로 12월말에 재계약을 하기로 협의했다. 운임인상도 연말로 늦춰지게 됐다.

코레일은 운임인상계획에 블록트레인 재계약을 연말까지 연장했을 뿐 운임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블록트레인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중에도 코레일은 블록트레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블록트레인이 매출증대에 한 몫하고 있는데다 고정적인 물량 확보로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컨테이너 열차를 2010년 23개에서 올해까지 3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모두 완수했다. 향후 부산신항과 광양항 이용 수출입 화물을 타깃으로 한 블록트레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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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교통보조금 vs 운임할인 선호도는?

전환교통보조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올해 보조금협약에 업체들이 많이 몰렸지만 정작 업계는 지급되는 보조금이 육송화물을 철도로 유인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철도를 이용할 때의 전체 물류비가 육송에 비해 비싼 까닭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서울-부산간 물류비는 철도가 육송에 비해 TEU당 10만원가량 높다. 결국 보조금 협약을 맺은 물류기업들은 육송화물의 철도 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업체들의 철도물량을 ‘가로채기’ 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철도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송과 철도의 경쟁이 아닌 철도와 철도의 물량 쟁탈전인 셈이다. 또한 전환교통보조금 도입의 취지와 다르게 제도가 운영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물류기업들은 지적한다. 철도물류기업의 화주 격인 대기업 물류자회사나 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과 직접 보조금 협약을 맺고 있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협약을 맺은 포워더들은 물류기업들을 통해 철도수송하던 화물을 보조금을 받을 요량으로 직접 철도수송하는 방식으로 물류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어 A포워더가 B운송사를 거쳐 철도수송을 해오다 B운송사를 거치지 않고 철도수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해당 포워더의 실적은 신규물량으로 인정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대기업 계열 물류자회는 전환보조금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해 보조금 혜택을 받은 뒤 곧바로 바로 육송으로 돌려버린 적도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화주(대기업 물류자회사나 포워더)들이 보조금을 받는 신규물량은 육송에서 철도로 전환하는 것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은 이미 철도운송기업을 통해 수송하던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업체들은 한해 잠깐 보조금 혜택을 보고 말 뿐”이라고 전환보조금의 허점을 꼬집었다. 업계는 정부에서 철도수송을 늘리기 위해 따로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보다 코레일에 보조금 예산을 주고 탄력적으로 운임할인을 하는 것이 철도 경쟁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지원책이라고 말한다. 코레일의 각종 인센티브가 줄어든 상황에서 운송사들은 운임할인이 축소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코레일이 시행하고 있는 인센티브는 탄력운임제와 녹색마일리지제도 2가지로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의 인센티브가 사라졌다.

탄력운임도 신설 구간에는 10%의 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2009년과 비교해 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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