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무역대국의 길에 접어들었다.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글로벌 경제하에서 우리 기업들이 끊임없이 도전과 변신을 거듭한 것이 무역입국의 원동력이었다.
글로벌 경제는 중국, 인도 등 거대한 신흥시장국의 부상으로 무역을 통한 성장의 기회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탄탄한 무역구조와 산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음 목표인 무역 2조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무역의 중심에 더 바짝 다가서야 한다. 선진무역국을 향한 우리의 도전과 대응 과제를 제시하는 일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 무역이 걸어가야 할 길은 지난 10년에 비하여 험난하다. 2000년대 이후 지속되어 온 세계무역의 번영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불안정기로 접어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곤두박질쳤던 세계무역은 다행히도 V자 회복을 보였지만 선진권 경제의 불안한 모습은 세계무역에 여전히 큰 위협으로 남아있다.
세계무역에서 신흥시장국의 비중 증대도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2010년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무역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인구대국인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도 세계무역의 중심으로 옮겨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신흥시장국의 경제발전은 세계수요의 확대와 동시에 남남무역의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신흥시장국의 부상은 우리나라 무역에 위협보다는 기회로 다가올 것인가? 중국과의 교역 경험은 조심스럽게 낙관을 해도 좋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중앙정부의 용의주도한 정책을 통하여 경제도약에 성공했고 역사적·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무역확대를 도모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세계경제의 발전사에서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무역주도형 성장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중국과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세계경제의 구도 변화는 전통적인 선진국 시장 축소와 신흥시장국 간의 경쟁 격화라는 도전과 함께 남남무역의 확대로 인한 새로운 시장 확대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 내 무역이 증가하고 신흥시장국의 빠른 산업화로 세계 각국 간의 산업격차가 줄어듦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수출구조의 유사성이 증가하고 있다. 수출구조의 유사성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간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 간에서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 일본, 유로 존, 미국과 수출구조가 비슷해지고 있다.
수출유사성 지수로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수출구조가 가장 비슷하여 치열한 경쟁관계임을 시사하고 있다. 수출구조의 유사성 증가는 국제적인 수직분업의 발달로 인해 범용부품 생산이나 조립생산이 선진국에서 신흥시장국으로 이전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신흥시장국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선진국들이 수행하던 완성재 조립생산을 담당함에 따라 전기전자, 자동차 및 정보통신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간에 기술집약제품의 수출이 분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출구조의 유사성 증가를 수직분업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주요 무역국 간에는 경쟁관계와 함께 보완관계도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무역이 산업 내 무역에서 공정 간 무역 또는 기업 내 무역으로 이행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또 다른 도전이면서 새로운 기회를 안겨준다. 한국 무역이 어려움에 처했던 시기에 언제나 그랬듯이 샌드위치론에 대한 해답은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보완관계를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데 달려 있다.
수직분업에 입각한 국제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은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역내무역의 촉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의 역내무역 비중은 단일시장인 유럽연합(EU)에는 못 미치나 북미자유협정(NAFTA)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역내무역이 유럽이나 북미와는 달리 국가 간 협정 없이 민간기업들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져 왔음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구속력 있는 협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무역거래는 경제가 불안해지면 결속력이 떨어지고 보호주의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아시아 공급사슬은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탄한 생존력을 보여 주었다. 세계무역이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아시아 공급사슬의 역할이 컸음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대한 수요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공급사슬은 수요 충격에 취약하다는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시아 공급사슬은 복잡한 수직분업체제로 구성되어 분업의 한 축이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이 교란되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2011년에 일어난 일본의 대지진 사태나 태국의 홍수 사태는 아시아 공급사슬의 안정성에 대한 시금석이 되었다. 폐쇄적이고 독점력이 강한 공급사슬구조에서 어떻게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조하고 핵심부문을 차지하느냐는 경쟁력의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세계무역의 중심에 바짝 다가섰다. IMF(2010)가 분석한 2010년의 세계무역 네트워크 지도를 보면 신흥공업국이 무역의 새로운 강자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126) 2000년과 비교해 볼 때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가 25대 무역국에 진입했다. 10대 무역국에서는 캐나다와 스페인이 탈락하고 우리나라와 벨기에가 새로 진입했다.
신흥시장국의 등장과 함께 10위권의 순위 변동도 두드러진다. 10대 무역국 중에서 순위가 하락한 국가는 미국(1위 → 6위), 프랑스(2위 → 5위), 일본(3위 → 9위), 영국(5위 → 10위) 등이다. 순위가 상승한 국가는 독일(4위 →2위), 중국(6위 → 1위), 네덜란드(8위 → 3위), 한국(11위 → 7위), 벨기에(12위 → 8위) 등이다.
25대 무역국에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역내무역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두 지역을 비교해 보면 유럽 국가들은 무역연계성이 높고, 아시아 국가들은 무역규모가 큰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무역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역내무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유럽지역의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여 우회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아시아지역에서 일본과 중국의 전략적 무역관계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수출기지로 부상함에 따라 아시아 분업구조는 완성품 수출의 허브로서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인 가치사슬형 분업체제로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대만, 싱가포르, 아세안 등은 중국에 대한 원자재와 중간재 수출이 급증하면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대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 2000년대를 전후하여 일본에서 산업공동화 우려가 불거진 이유도 이 같은 전략적 무역관계의 변화에 기인한다.
우리나라가 세계무역의 중심에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역규모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역연계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2020년을 향한 세계 속의 한국 무역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버금가는 무역규모와 벨기에, 네덜란드에 버금가는 중심적 위치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역·투자·기술을 연계시키는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여 세계경제와의 깊은 통합(deep integration)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그 성공조건은 세계적인 비즈니스 환경 구축, 글로벌 생산요소의 적절한 활용, 능동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방 추진, 세계 일류상품 생산 등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무역은 비교우위와 분업에 의해 생산과 소비가 분리됨으로써 발생된다. 부존자원과 생산성에 입각한 산업 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이나 제품차별화와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에 입각한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은 두 나라 간의 비교우위와 분업으로 설명된다.
국제가치사슬에 의해 발생되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은 어느 한 나라에 존재하는 생산과정을 다시 분리하여 국제적인 분업에 의해 수행함으로써 생산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무역은 글로벌소싱, 중간재 교역, 직접투자, 부가서비스 무역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 국제공급사슬은 해외생산과 해외조달을 두 축으로 활용하여 무수히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무역을 발생시킨다. 국제공급사슬은 무역과 산업의 지평을 무한하게 넓힐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공급사슬이 주도하는 무역에서는 참여하는 국가나 기업이 공급사슬의 어느 부분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와 수익배분이 결정된다. 제품 기획·디자인, R&D, 브랜드 등 고급 비즈니스 서비스와 핵심 부품에서는 높은 수익이 발생한다. 반면에 기술력이 낮은 일반 부품이나 단순 노동력을 이용한 조립생산에 배분되는 수익은 작다.
복잡한 하이테크제품의 국제분업은 국제가치사슬에서의 역할에 따라 수익배분이 커다란 격차를 보인다. 즉, 선도기업이 독점적 수익을 획득하고 하청기업은 역할과 기여도에 따라 수익이 배분된다(예: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 보잉의 787 여객기).
선도기업은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정책에 따라 공급사슬과 참여기업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국제적 통제력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국제공급사슬은 생산공정의 분업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비교우위가 인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이폰의 진정한 비교우위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 가지고 있지만 중국이 생산·수출하고 미국이 수입하는 전통적 무역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역설이 발생한다.
국제공급사슬에 따른 국가별 기여도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제품의 국제분업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중국(Made in China) 제품을 분해해 보면 아시아 제품(Made in Asia)이거나 세계 제품(Made in the World)이다. 이 제품의 생산에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제공급사슬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IT제품,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서 한국기업들은 공급사슬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디어·지식·기술·마케팅 등의 무형자산은 공급사슬 경쟁력의 원천이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급사슬의 핵심인 R&D, 상품기획, 디자인, 첨단부품 생산 등으로 기업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무역은 국제분업을 통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원이동을 촉진시켜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무역주도형 국가는 내수의존형 국가에 비하여 경제발전 속도가 빠른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무역에 노출되면 산업구조조정의 압력이 높아져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무역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무역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 산업 내에서 기업 간에 일어나는 생산자원의 이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해외진출에는 시장개척 비용이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선택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세계시장에 진출하면 거대한 수요와 다양한 소비에 노출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및 제품 차별화의 이득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은 새로운 지식, 기술과 경험의 축적에 의한 학습효과를 가져다준다.
해외진출을 통한 선택과 학습은 기업의 성과를 크게 높인다. 수출기업은 생산성이 높고 자본·기술 집약적 상품을 생산하며 높은 임금과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출기업이 비수출기업에 비하여 고용, 노동숙련도, 임금, 부가가치, 생산성 등에서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주요 무역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수출프리미엄은 해외직접투자를 수행하는 다국적기업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무역 개방으로 경쟁압력이 높아지면 산업 안에서 생산성에 따라 기업분포가 변화된다. 어느 산업이 무역에 노출되면 가장 생산성이 낮은 기업부터 시장에서 퇴출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늘어나게 된다. 글로벌 시장이 개방되면 될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생산성이 현저히 높은 기업은 시장지배력이 더욱 높아지고 나머지 기업들은 낮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생존하거나 퇴출된다.
노동집약적인 사양산업도 무역에 노출되면 생산성에 따른 기업분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의류산업은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생산비중에 비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고용비중이 높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한다.
의류산업이 무역에 노출되면 국내수요는 저가 수입품에 의해 잠식당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된다. 하지만 기술개발이나 신제품으로 무장하여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수출을 늘리게 된다. 실제로 패션강국인 프랑스의 경우 직물 및 의류산업에서의 치열한 수출경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수출프리미엄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 개방에 따른 글로벌 기업의 성장조건은 노동집약산업이든 기술 및 자본 집약산업이든 가치사슬의 상단으로 부단히 이동하여 창의성과 혁신성이 높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커다란 위협과 폭넓은 기회가 동시에 교차하는 경쟁의 장이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노출되면 성장산업에서도 사양기업이 생겨나고 사양산업에서도 성장기업이 존재한다.
새로운 국제분업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적인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역동성을 가진 글로벌 기업의 탄생과 성장에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천재적인 창조성이나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갖추어져야 하고 수많은 실험과정과 시행착오가 요구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인재, 기술, 경쟁과 시장 등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가 갖추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육성은 짧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오랜 끈기가 요구되는 마라톤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