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국제핵융합실험로(이하 ITER)의 핵심장치인 진공용기 제작에 착수하며 최첨단 미래 에너지기술 선점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부터 울산 본사에서 일명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진공용기 본체 및 포트 제작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작하는 품목은 ITER 진공용기의 본체 9개 섹터 가운데 2개 섹터와 총 53개 포트(Port, 진공용기 본체와 저온용기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물) 중 35개 포트로, 오는 2017년 말까지 제작을 완료해 ITER가 설치될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로 납품할 계획이다.
ITER는 태양에너지와 같이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성시켜 수소 원자핵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장치로, 미래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미국, EU, 일본 등 7개국이 참여해 2019년까지 ITER의 건설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ITER가 가동되면 바닷물을 연료로 500MW(메가와트) 이상의 초대용량 에너지를 생산,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중 현대중공업이 참여하는 진공용기는 높이 11.3m, 지름 20m 무게 5천톤에 달하는 도넛 형태의 초대형 구조물로, 플라즈마를 밀폐하기 위한 진공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핵융합 반응에 의해 발생한 중성자의 일차 방호벽 역할을 하는 핵심장치다.
진공용기는 영하 196℃의 극저온과 1억℃에 달하는 초고온, 초고진공 등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또 일단 제작이 시작되면 결함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수정에 어려움이 많아 지난 2010년 1월 설비를 수주한 이후 설계, 구매, 시제품 제작 등 착수를 위한 준비 단계에만 2년이 넘게 걸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7년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대형 초고진공 용기와 극저온 용기를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라며, “세계 핵융합발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ITER의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초전도 자석구조물(Toroidal Field Coil Structure)을 일본으로부터 약 6천만 달러에 수주하는 등 핵융합에너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