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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3일 오후 6시 18분 서울 묵정동 제일병원에서 건강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이 아기는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을 돌파한 ‘5000만둥이’로 기록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된 것이다.
20-50클럽이란 1인당 소득 2만 달러(20K, K는 1000을 나타냄), 인구 5000만 명(50M, M은 100만을 의미)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들을 뜻한다. 국제사회에서 1인당 소득 2만 달러는 선진국 문턱으로 진입하는 소득 기준이며 인구 5000만 명은 인구 강국과 소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7대 무역국가로 진입하여 IT, 반도체- 전자,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중공업-산업 플랜트 등, 산업수준도 세계수위에 있고, K 팝이며 대중문화며 스포츠까지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LG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전 세계인구와 소득동향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20-50 클럽 가입은 1996년 영국 이후 세계에서 처음 나온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보다 앞서 2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일본(1987), 미국(1988), 프랑스·이탈리아(1990), 독일(1991), 영국(1996) 등 주요 6개 선진국뿐이다.
20-50 클럽 가입은 우리가 확실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클럽 국가들은 일단 2만 달러, 5000만 명의 벽을 넘은 이후에는 이 수준을 대부분 유지했고, 오히려 인구와 국민소득이 모두 성장했다. 독일이 1990년대 초반 통일에 따른 충격으로 잠시 국민소득 2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회복한 것이 유일한 예외다.
우리나라 인구는 1960년 2500만 명에서 5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경우, 앞서 클럽에 가입한 선진국과의 시점 차이 때문에 실질가치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매력 평가기준 국민소득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0년 이미 2만9997달러를 기록해 같은 시기에 이탈리아(2만9480달러)보다 높고, 일본(3만3885)이나 프랑스(3만3910)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20-50 클럽 진입은 대한민국이 국가의 절대 규모와 수준에서 모두 강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야구에서 호타준족을 상징하는 홈런, 도루 '30-30 클럽'에 비견할 만하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우리는 약소국이라는 의식이 강했는데,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국민들의 생각이나 행동도 국제 규범에 맞고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20-50 클럽 진입국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호주(2380만명), 캐나다(3513만명) 등은 소득은 높지만 낮은 인구성장률을 감안하면 인구 5000만명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
또 중국(4383달러), 인도(1406), 브라질(1만717), 러시아(1만351), 멕시코(9166)등은 인구 규모는 크지만, 이 인구들의 소득을 모두 끌어올려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한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가입하게 된 20-50 클럽은 서방 선진국 모임인 G7 회원국과 거의 겹친다. G7 회원국 중 캐나다 대신 한국이 들어가면 20-50 클럽과 G7의 명단이 똑같아진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점하는 위상이나 대우는 G7 국가들에 한참 못 미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142개국 가운데 24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OECD회원국들의 국가브랜드지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의 국가브랜드 ‘실체지수’와 ‘이미지지수’는 각각 15위, 19위에 머물렀다.
국제 사회에 비치는 이미지 측면에서 한국은 경제·문화·스포츠 분야에서는 점수를 따지만 정치·사회 분야에서 점수를 까먹는다.
정치·사회의 후진성은 결국 국격(國格) 문제와 연결된다. 정운찬 전 총리는 “국격을 갖춰야 비로소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선진국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며 “관용, 배려, 애국심 같은 개개인의 인격이 제고돼야 국가의 품격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나라 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 것도 국격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주 거론된다. 지난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13억2000만 달러로 OECD 개발원조위원회 23개 회원국 가운데 17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20-50 클럽 진입의 원동력 중 하나는 외국인이었다.
외국 인력이 유입되지 않았다면 한국 인구는 4900만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에만 28만3000명이나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면서 인구가 5000만 명을 넘게 됐다. 현재 공식 등록된 외국인만 100만 명에 육박하고, 비공식 거주 인구까지 합하면 200만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가 규모가 유지되려면 일하는 사람이 일정 숫자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우리 경제가 ‘30-50클럽’으로 가려면,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즉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일정 숫자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 3700만 명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려면 이 정도 수준의 생산가능 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아무리 산업경쟁력이 좋아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국가의 재정이나 복지, 성장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율의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2040년이면 2880만 명으로 1000만 명 가까이 줄어든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늦출 대안은 여성과 장년·노년 인력의 사회진출을 장려하고, 우수한 외국인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미국은 인구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지자, 중남미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여 저가의 노동력을 보강했다.
일부 민간전문가들 사이에선 체계적인 이민정책의 실행을 위해 ‘이민청’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생산가능 인구를 유지하고, 경제 활력도를 높이려면 낮은 출산율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구 5000만 명 돌파가 불가능하다고 예상됐던 우리나라가 인구 5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떨어질 줄 알았던 출산율이 1.2명 수준에서 유지된 것이 요인 중 하나다. 인구정책의 핵심이 출산율 관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가장 저평가된 ‘천연자원’은 한국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남학생보다 4.8%포인트 높은 75%이고,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41.8%에 달했다. 그러나 맥킨지는 한국 기업의 여성 사원 비율은 입사 때는 40%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하지만, 중간 관리자를 거쳐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급속하게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공무원 조직에서도 4급 이상 중 여성 비중은 6.3%, 3급 이상 고위 공무원단에서는 2.4%로 낮아진다.
맥킨지 조사에서 한국 기업 고위 경영자 47%가 여성 사원이 승진 과정에서 부딪히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兩立)’을 꼽았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5~29세 무렵엔 71.4%에 이르다 30대 들어 55.4%로 뚝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맥킨지는 89개 유럽 기업 분석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2배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우수 여성 인력의 중요성에 먼저 눈뜨는 회사가 다른 기업을 앞질러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여성 임원이 많은 회사는 여성의 꼼꼼하고 보수적인 업무 처리 덕분에 비리나 대형 사고를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여성 임원을 늘려가는 추세다.
노르웨이는 2004년 공기업에 대해 40%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2010년 이 목표에 도달했고, 프랑스도 2017년까지 기업 임원의 40%를 여성으로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우리 기업들도 여성 사원들의 출산·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고 여성 임원을 파격적일 정도로 늘려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