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1 09:52:13.0

바다(水), 해운·물류 그리고 여성

칼럼/수필가 白岩 이경순


 

인도(印度) 문화권에서는 ‘사대(四大)’를 가지고 우주를 설명한다.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이 그것이다. 우주는 이 사대(四大)가 뭉쳐서 구성된 것이고, 사람도 죽으면 다시 이 네 가지 요소로 흩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대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뭉치고 흩어짐을 반복한다는 의미에서 ‘류(流)’자를 붙여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대를 물류(物流)의 차원에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지류(地流)’가 있다. 땅을 기반으로 해서 물류가 이루어지는 차원이다. 몽골제국의 칭기즈칸 같은 경우가 바로 지류의 완성자다. ‘잠치(zamchi)’라고 하는 독특한 역참(驛站) 시스템을 개발하여 그 넓은 제국의 물류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었다.

지류 다음은 ‘수류(水流)’다. 강물과 바다를 통한 물류를 가리킨다. 중세에는 배를 타고 대양을 항해했던 민족이 세계를 지배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사건은 수류의 대표적인 성공에 속한다. 포르투갈·스페인·영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류의 뒷받침이 있었다.

현재 한국의 조선(造船) 수주실적은 세계 1위이며 해운은 5위이다. 한국이 수류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수류 다음은 ‘화류(火流)’다. 화류는 불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물류를 말한다. 불의 에너지적 속성은 위로 뜬다는 점이다. 휘발유에 불을 붙여서 움직이는 비행기는 화류를 대표한다. 금년에도 인천국제공항이 ‘연간 이용객 2500만 명 이상의 대형공항 중 최고의 공항’ 등 3개 부문에서 1등으로 7년 연속해서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한국도 화류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의미한다.

화류 다음은 ‘풍류(風流)’다. 풍류는 문화와 정보통신에 해당한다. 한류(韓流)가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고, 한국이 인터넷 강국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대물류’ 가운데 가장 미흡한 부분이 지류다.

물류업계 화물자동차운전자 188만원, 회사택시기사 158만원, 택배기사 120만원의 월평균 소득으로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운전자들이 생계형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하지 않는 적정소득을 받아 중산층으로 부상하며, 부산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파리까지 갈 수 있어야만 지류가 해결되는 것이다.

한자(漢字) 문화권에서는 오행(五行)을 이야기한다. 수(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우주의 운행을 설명한다. 오(五)에다가 ‘행(行)’자를 붙인 이유는 다섯 가지 요소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란다. 이점에서 인도 문명의 4대나 중국 문명의 5행은 일치한다.

이 오행사관을 가지고 인류문명 전체를 해석해 볼 수 있다. 먼저 토의 시대다. 원시 시대에는 땅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열매나 짐승을 먹고 살았다. 토의 시대 다음에는 목의 시대가 등장하였다.

목이라 하면 나무를 사용한 초보적 수준의 생활용품과 공구를 말한다. 목의 시대 다음에는 금의 시대가 등장하였다. 금의 시대는 철기문명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창과 칼, 그리고 각종 전쟁무기에 사용된 재료가 철이다. 금의 시대 다음에는 화의 시대였다.

화의 시대에는 불과 전기, 그리고 에너지가 지배하는 사회다. 산업혁명 이후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구문명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이유는 바로 불과 에너지를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불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바로 물(水)이다. 많은 예언자들이 앞으로는 물의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물의 시대는 과연 어떤 시대인가. 물이 상징하는 바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물류(物流)이다. 물은 멈추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하여 계속 흐르는 속성이 있다. 이 흐르는 속성이 바로 물류를 의미한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물류가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주변 4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장점은 바로 물류의 중심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물은 영성(靈性)을 상징한다. 요가, 명상, 참선을 비롯한 영성 산업이 앞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물의 시대가 오고 있다.

셋째, 불이 남성이라면 물은 여성을 상징한다. ‘도덕경’에서 강조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바로 부드럽고 모성애를 지닌 여성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정치계의 박근혜, 한명숙, 이정희, 심상정도  여성이다.

그리고 해운. 물류업계인 한진 과 현대, 양대 선사의 회장도 여성이다. 21세기 물류와 여성시대를 맞아 한국이 ‘20-50 클럽’ 시대를 넘어 ‘30-50 클럽에 순조롭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양성(兩性) 평등’ 보고서에서 “한국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교육을 많이 받고 있지만 경제활동 참가율은 20년 전 수준”이라며 “한국 노동시장이 급격한 여성 학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15~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성장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고학력 여성 인력의 낭비를 막는 일이 더욱 중요한 과제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OECD 평균치 61.8%까지만 끌어올려도 노동력 128만 명을 추가로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2%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을 경제활동에 끌어들이려면 무엇보다 출산·양육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여직원의 임신, 출산, 육아를 비용으로만 보는 기업들이 있다면, 또 보장된 휴가 사용마저 눈치를 봐야 한다면, 성장과 복지의 선(善)순환을 위한 어떠한 정책적 노력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것이다. 말로만 남녀평등을 생색낼 것이 아니라, 여성 인력의 실질적 고용 안정을 위한 대체 인력활용이나 복귀를 위한 지원과 보장에도 정부와 발맞추어 힘을 보태야 한다. 작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역설하였다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전거 바퀴 하나를 빼고 달리는 격”이란 말이 새삼 귓가에 맴돈다.

이 회장의 이러한 ‘선진적 통찰’이 대기업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선택받은 소수 여성을 위한 찬사를 넘어서서 일하고 싶은 여성 모두를 위한 본격적인 정책과 제도로 승화되는 날, 한국형 복지국가는 성장과 함께 오래도록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양대(兩大)선사 CEO가 여성인 해운. 물류업계는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他) 산업계보다 한발 앞장서서 여성 인력의 실질적 고용안정을 위한 대체인력 활용이나 복귀를 위한 지원과 보장, 영아가 엄마 품에서 최소한 2년은 커야 안정된 감성으로 보육원으로 보낼 수 있으므로 육아 휴가를 2년으로 확대함은 어떨까! 제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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