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2 17:47:30.0

칼럼/부모자식 세대 갈등, 대결보다 호혜적 공존 지혜 모색해야

수필가 白岩 이경순

 

 

2030세대는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로 트위터에 접속한다. 이렇게 이들은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였기 때문에’SNS (Social Network Service)세대’라 불리며 이들은 신문과 방송 등 정제된 뉴스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오직 트위터에 떠도는 미확인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거짓 소식은 거의 모두가 친북좌파가 전파하는 노무현 정부 때 조차도 반(反)정부적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5060세대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들 세대는 인터넷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이렇게 서로 다른 소스를 통하여 정보를 얻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다. 나아가서는’이념의 벽’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사상적으로는 서로 다른 문화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많은 젊은이가 트위터에 ‘멘붕’(심리붕괴)이라는 글을 올렸다. 2030세대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그들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다. 2030이 생각한 해답은 삶이 힘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스스로의 현실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2030은 강력하게 결집했고, SNS 공간을 무대로 활발한 투표 독려에 나섰다. 그런데 그 간절한 집단의지가 좌절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설명하는 가장 간명한 분석의 틀은 세대 대결로 보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처럼 극명하게 세대 간 투표전(戰)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5060세대는 아들·딸들에게 전화를 돌려 육성(肉聲)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5060의 주력 무기는 아날로그 수단이었지만, 때로는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까지 구사하면서 결속력을 높였다.

반면 2030은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SNS 루트를 통해 지지세를 확장했다. 부모님과 친지를 설득해 표심(票心)을 바꿨다는 ‘설득 인증 트윗’이 2030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다. 2030의 SNS 선거운동은 화려했지만, 각개전투로 조용하게 세력을 확대해가는 5060을 당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5060의 재래식 화력이 2030의 디지털 무기를 압도한 셈이다. 5060의 투표 행태는 ‘전략적’이기까지 했다. 2030을 자극하지 않도록 오후 늦게 투표장에 나가자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더 살기 좋은 나라를 꿈꾸는 것은 두 세대 모두 마찬가지였다. 다만 체험의 차이가 두 세대의 가치체계 격차를 낳았다. 5060은 부강하고 튼튼한 나라를 꿈꿨다.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흔드는 세력에 분노했으며, 근시(近視)포퓰리즘이 나라의 미래를 좀먹을까 두려워했다. 그런 분노가 5060을 투표장으로 몰아넣었다.

2030은 공정하고 따뜻한 나라를 꿈꾸었다. 약자가 배려되고,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며, 파이(전체 몫)가 공정하게 나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열심히 스펙(자격조건)을 쌓아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에 좌절하고 있었다. 팍팍한 현실 앞에서 2030의 변화 열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5060이 중요시했던 것은 국가 안보였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이나 제주 해군기지 이슈에 5060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종북(從北)의 위험성을 걱정했고, 애국이라는 말의 준엄함을 믿었다. 나라 지킬 힘이 없으면 얼마나 허망하게 당하는지 5060은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2030 역시 선거의 승자(勝者)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가 경청해야 할 간절한 변화 열망을 쏟아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이 왜 그토록 처절하게 외쳤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노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5060은 낙담해 있을 주변의 2030을 꼬옥 껴안아 주며 이렇게 말해주어야 한다. “얼마나 힘드니?”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 두어라!

“지금 우리 5060세대는 유년시절 가난과 굶주림을 경험하긴 했으나 청년기 이후에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의 열매로 인해 사회 전반의 상향 이동이 이루어짐으로써 너희 할아버지세대보다 잘살게 된 행운을 누린 세대였단다. 그러나 너희 2040세대는 우리들에 비해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저속성장으로 인한 계층구조의 공고화와 고(高)실업사회 진입을 경험하게 되면서 우리보다 잘살게 될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 불운의 세대가 되고 말았구나!

우리 5060세대에게 대학 진학은 사회적 특권의 상징이었고 졸업하고 대학문을 나서는 순간 일자리가 눈앞에 널려 있었기에, 대학 졸업장은 계층 상승이동의 통로 구실을 톡톡히 해주었단다. 그런데 너희 2040세대에게 대학 진학은 너나없이 뚫고 들어가야 할 준(準)의무교육으로 바뀌었고, 학력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대학 간 서열의 공고화로 연결되어 학벌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끌어안아야만 했구나! 설상가상으로 신자유주의의 물결 위로 고용 없는 성장의 세례를 받아 청년실업 첫 세대, 88만원 세대, 트라우마 세대란 오명을 얻기도 했지. 그뿐이냐? 예전엔 단칸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언젠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었지만, 이젠 부모들의 도움 없인 서울에 전셋집 한 칸 마련하는 일도 벅찬 것이 너희 2040세대의 현실이요,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 돼버렸구나!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영국은 이념 갈등이 심한 나라는 아니지만 최근에 세대 갈등이 일어났다. 그전까지는 계급 갈등이 컸는데, 토니 블레어가 제3의 길을 주장하면서 노동당은 상당히 우(右)측으로 옮겨갔고, 보수당은 좌(左)로 이동하면서 대폭 완화됐다. 지금 영국의 세대 갈등은 일자리와 복지가 쟁점인 게 우리와 똑같다. 사실 뾰족한 대책은 없단다. 인구 구성이 달라지면서 생기는 선진사회 모두의 문제다.

노인이 일을 오래 해 젊은이에게 세금 부담을 안 주되 젊은이의 일자리를 뺏지 않아야 한다는 거지. 이렇게 세대가 겹치거나 경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 제도로 이행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잘 해가고 있잖니! ‘중학교 자유수업제다, 네덜란드식 ‘시간제 정규직’이다, 그리고 특히 경제정책 부문의 핵심적인 틀은 불균형 해소다.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해소가 핵심 과제다.

인구 5000만의 내수시장으로는 지금의 수많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을 흡수해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는 없단다.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경쟁만이 선(善)이라고 외쳐댈 수는 없다. 경쟁 촉진이 과당경쟁이 되어 제살 깎아먹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결국 활로는 해외시장에 찾아야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육성은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수출 산업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만 한다는 것이란다. 너희 2040세대는 이 점을 주시하기 바란다. 다행히 중국과 일본 등 지척에 거대 시장이 있구나. 이런 면에서 이웃을 잘 둔 것이지. 이들을 내수시장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은 수출을 통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수 소비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민간 소비는 전체 국내총생산의 35%에 불과하다.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그만큼 내수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달리 해석하면 앞으로 내수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성장전략을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 전략과 밀접히 연결시키려는 고민이 필요하단 말이다.

한편 일본은 여전히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일본의 전체 상품 수입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하다. 바로 옆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내수시장을 두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하지만 한류(韓流)등 한국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십분 활용할 전략을 짜낸다면 이전만큼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닐 것이다.”

너희 2030세대는 선험적인 사유로만 세상을 본다. 5060세대는 자유와 평등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안다. 너희 젊은이들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것은 좋다. 단, 길게 봐라. 여성의 삶이 1970년대와 비교할 때 얼마나 좋아졌는지 너희는 잘 모른다.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은 결국 개인이다. 시행착오는 필요하다. 충분히 모색하고 방황하면서 원하는 길을 찾아라. 자기중심적인 너희 2030세대가 가족, 이웃, 국가, 그리고 세계화시대에 해외로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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