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4 10:16:11.0

칼럼/“친절에 대하여”

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서 물류회사에서는 스튜어디스 출신 강사를 불러 어색해 하는 배송원들을 모아놓고 친절교육을 시킨다. 항상 웃는 얼굴, 단정한 복장과 바른 자세, 그리고 큰소리로 인사하는 법을 반복하여 연습시킨다.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구호처럼 두세번 외치고 일과를 시작하기도 한다.

배송하는 제품 속엔 그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고 판매하기 위하여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담겨있다.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제품을 전달할 때 그 안에 담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물류의 역할이다.

배송원은 물류서비스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축구로 말하자면 골을 넣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고객과의 접점을 마케팅에서는 MOT( Moment Of Truth )라 하여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처럼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과 만나는 짧은 순간에 그들로 하여금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 항공이 이 개념을 경영에 도입하여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게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신속, 정확, 친절한 배송

냉정하게 살펴보면 친절이란 것은 다분히 상대적인 것이다. 똑같은 친절이라도 받아들이는 고객의 생각과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 질 수 있는 것이다. 의약품 배송원의 예를 살펴보자.

강원도 속초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50대의 남자 약사님의 배송 사원에 대한 평. “이 친구는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하여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그런데 2년이 넘도록 자기 할 일만 사무적으로 처리하고 돌아간다. 너무 Dry하고 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아닌가? 인간미가 너무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울산의 30대 중반의 여자 약사님의 평. “우리 약국에 오는 배송원은 명랑하고 친절하며 한 번도 자기 일을 태만히 한 적이 없다. 다 좋은데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지껄이며 웃는다. 자기 일만하고 돌아가면 좋을 텐데.” 수많은 고객의 이런 속마음까지 일일이 헤아려 가며 일할 수 있어야 친절한 배송원이 되는 것일까?

배송원의 수입은 넉넉하지 못하다. 다양한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가며 여유를 갖고 친절하게 배송하기엔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업무량 또한 너무 많다. 배송원은 길이 막히고 주차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배송을 마쳐야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서 일한다.

휴일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직장을 떠나는 배송원들이 많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배송원들에게 고객은 너무나 큰 친절과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시켜 먹으면서 고급 호텔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고객도 매너가 있어야 한다. 고객의 매너도 배송원의 친절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고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못해준다 하더라도 배송원의 입장을 이해 해주고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한 협조를 해준다면 바쁜 배송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즈음 사회적 통합이 화두이다. 배송원들을 이해해주는 작은 배려. 사회적 통합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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