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선박확보 지원 ‘신조 37척 폐선보조금 2척’

 
 
 
한국해양진흥공사 출범을 앞두고 1차로 실시한 선박 신조 수요 조사에서 30척 이상이 신청했다. 지난 4월 마무리된 폐선보조금 사업에선 선박 2척이 혜택을 받았다.
 
해양수산부는 국적선사 선박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달 말까지 실시한 1차 수요조사에서 19개사에서 37척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 5척, 벌크선 17척, 유조선(탱크선) 10척, 기타선박 5척 들이다. 전체 선가는 1조2015억원에 이른다.
 
신조 수요엔 LNG 추진선도 2척이 포함됐다. 해양진흥공사의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제기구의 선박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려는 선사들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선박을 매각한 뒤 재용선하는 방식인 세일앤드리스백(S&LB) 공모엔 11개 선사 18척이 참여했다. 컨테이너선 4척, 벌크선 3척, 탱크선 11척이다.
 
신조 계획을 제출한 곳 중 컨테이너선사는 남성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등 5곳이다. 천경해운이 2척, 나머지 선사들이 각각 1척씩 신조 계획을 수립했다.
 
천경해운은 가장 많은 2척의 선박을 신청했다. 1800TEU급 1척, 700TEU급 1척 들이다. 1800TEU짜리 선박은 태국 방콕항 취항에 최적화된 선종으로, 이른바 방콕막스로 불린다. 700TEU급 선박은 한일항로 취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나머지 선사들도 선박 규모는 비슷하다. 범주해운이 700TEU급, 남성해운이 1000TEU급, 장금상선이 1800TEU급 선박을 각각 1척씩 짓는다는 계획이다. 남성해운은 지난달 31일 마지막으로 신조 공모에 합류했다.
 
동진상선은 세미컨테이너선(일반화물선) 1척을 신청해 컨테이너선이 아닌 기타선박 수요에 포함됐다. 이 선사는 6500t(재화중량톤) 규모의 세미컨테이너선 신조 계획서를 제출했다. 컨테이너 적재능력은 150TEU 정도다. 현재 컨테이너전용선이 운항 중인 부산-하카다 노선 투입을 목표로 한다. 신조선 도입이 확정될 경우 이 선사의 세미컨테이너선단은 3척으로 늘어난다.
 
중소 컨테이너선사들의 신조 파트너는 현대미포조선과 대선조선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진상선은 대선조선 이용을 잠정 결정한 상태다. 두 조선소는 국내에서 중소형 선박 건조에 가장 특화돼 있다.
 
신조수요 폐선보조금과 매칭…2차사업 225억
 
선사들의 신조 계획은 친환경선박 전환보조금(폐선보조금)과 연결돼 있다. 폐선보조금은 20년 안팎의 노후선을 폐선 또는 매각한 뒤 최신형 선박을 신조할 경우 신조선 가격의 10%를 보전해주는 정부의 선박 현대화 지원 프로그램이다. 한 선사당 1척에 한해 최대 5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해수부는 앞서 10개 선사에서 24척을 신청한 1차 공모에서 장금상선과 현대상선을 각각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장금상선은 23살짜리 17만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현대상선은 20살짜리 30만t급 초대형유조선(VLCC)을 각각 해체하는 한편 신조선을 1척씩 도입하게 된다. 1차 사업의 예산 규모는 43억원이었다.
 
정부는 추가로 이달 22일까지 2차 폐선보조금 사업자 공모를 진행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 2차 사업비 225억원이 편성됐다. 사업비 규모로 볼 때 최소 5척 이상의 선박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선박 신조 지원을 신청한 선사들도 2차 폐선보조금 사업 공모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천경해운은 1996년 대선조선에서 지어진 340TEU급 컨테이너선 <스카이듀크>(SKY DUKE)와 1998년 일본 이마무라조선에서 지어진 5800t급 벌크선 <스카이뷰티>(SKY BEAUTY)호를 교체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천경해운은 1차 때도 폐선보조금 신청을 검토하다 ‘매각한 노후선은 국내 해역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신청을 포기한 바 있다. 2차 사업에선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서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성해운은 1998년 SLS조선에서 건조된 700TEU급 컨테이너선 <카리나스타>(CARINA STAR)호를 매각하는 내용으로 폐선보조금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700TEU 노후선을 1000TEU급 신조선으로 교체하는 셈이다.
 
범주해운은 이번에 선박 신조를 신청한 700TEU급 선박과 별도로 1000TEU급 선박을 폐선보조금을 활용해 새롭게 짓는다는 방침이다. 총 2척의 신조선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매각 대상 선박은 2004년 대선조선에서 지어진 840TEU급 <이스턴익스프레스>(EASTERN EXPRESS)호다.
 
동진상선은 지난 1991년 일본 나이카이조선에서 건조된 210TEU급 컨테이너선 <동진도쿠야마>(DONGJIN TOKUYAMA)호를 폐선하고 세미컨테이너선을 새롭게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이번 지원 신청 결과를 통해 선사들의 다양한 선박 확보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업계획 검토 등 지원여부 결정을 위한 후속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는 것은 물론 향후 설립될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지속적인 수요 조사를 실시해 선사의 선박 도입과 경영 안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7월1일자로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면 정기적인 수요 조사를 통해 선박 적기 확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