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로봇 암 20대를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복합운송인에게 운송을 의뢰하였고, 복합운송인은 인천항에서 부산항까지의 육상운송과 부산항 이후의 해상운송을 각각 하도급하였다. 화주는 온도 조절기가 부착된 컨테이너로 영상 18도를 유지해 운송할 것을 요청하였는데, 해상운송인의 직원이 컨테이너 보관회사 직원에게 영하 18도로 설정할 것을 잘못 요청하였고, 육상운송을 담당한 회사의 직원은 컨테이너 온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부산항으로 운송하였다. 화물은 약 5일간 냉동 상태에 놓여 손상되었고, 화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적하 보험자가 운송인들을 상대로 구상에 나섰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해상운송인의 책임에 상법 제797조의 책임제한이 적용된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5다211111 판결 구상금).
위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①상법 제797조의 책임제한은 ‘해상운송 도중 또는 해상운송과 밀접 불가분하여 사실상 해상운송의 일부로 평가되는 부분’에서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것과 ②해상운송인이 육상운송에 앞서 컨테이너를 제공하고 온도를 고지한 행위는 상법상 운송물의 수령·보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제도의 입법 목적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해상기업은 활동의 위험성이 크고 사고 시 손해액이 막대하기에 정액배상주의(상법 제815조, 제137조) 외에 개별적·총체적 책임제한(상법 제797조 제1항, 제769조)이라는 이중의 보호가 주어지는 반면, 육상운송에는 배상책임의 액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그런데 ‘해상 고유의 위험’이 작용하지 않는 육상 구간의 손해에까지 해상운송인만을 위한 특별한 책임제한을 확장한다면, 같은 구간을 담당한 육상운송인과의 형평이 깨지고 하수급운송인과 복합운송인 사이의 법률관계와도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즉, ‘해상 고유의 위험’이 전혀 작용하지 않은 육상 구간의 손해까지 그 보호 범위에 끌어들이는 것은 규범의 목적을 벗어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원심은 상법 제795조 제1항이 장소적 제한을 두지 않고 헤이그-비스비 규칙과 달리 수령과 인도까지 책임 범위에 포함시키므로, 컨테이너 제공과 온도 설정도 운송에 부수하여 화물을 수령·보관하는 행위의 일부라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5. 2. 12. 선고 2024나2023710 판결 구상금).
그러나 위 조항이 열거한 수령·선적·적부·운송·보관·양륙·인도는 운송물의 점유 이전 사실을 전제로 운송인이 점유를 개시한 이후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고, 결국 ‘수령’의 핵심은 점유의 이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온도 오고지는 컨테이너가 적입을 위해 창고로 이동하기 전에 있었던 사실이므로, 그 시점은 육상운송인조차 화물을 수령하기 전으로 ‘운송물의 점유가 이전되기 전’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필자의 승선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입법자가 우리 상법에서 수령·인도 등을 주의의무 범위에 넣은 취지는 선적항에서 화주 또는 육상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을 받은 뒤 선적하기까지 생기는 책임구간의 공백을 메우려는 데 있을 뿐, 빈 컨테이너의 출고 단계까지 책임구간을 소급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운사, 육상구간 과실책임 제외
실무적 시사점은 분명하다. 복합운송과 관련한 분쟁에서 상법 제797조의 책임제한의 적용 여부는 손해발생 구간의 특정에서 승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구간이 육상임이 명백하면 책임제한이 배제되지만, 구간이 불분명하거나 성질상 특정 지역으로 한정되지 않으면 최장 거리 구간의 법이 적용되어 해상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상법 제816조 참조), 온도기록지·반입반출 기록·검정보고서 등으로 손상 시점과 장소를 확정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나온 이상, 복합운송의 실무 담당자는 컨테이너 제공 또는 온도 설정의 주체와 최종 확인의 책임 등을 계약서와 이면 약관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위 대법원 판결은 외견상으로는 해상운송인에게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이 컨테이너 제공과 온도 고지만으로는 책임구간이 개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오히려 해상운송인이 자신의 관리 밖에 있는 육상구간의 과실까지 떠안게 되는 위험을 차단한 판결이기도 하다. 복합운송의 실무 담당자로서는 컨테이너 하나가 공장에서 항만에 있는 선박까지 이동하는 짧은 여정에도 해상법의 적용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제는 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지시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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