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과 중국 르자오(日照) 구간을 운항하는 카페리선사가 물류 사업 진출을 추진한다.
취임 6개월차에 접어든 일조국제물류 박성진 대표이사는 기자와 만나 카페리선 사업에 더해 물류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에 맞춰 사명도 일조국제훼리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항만물류 분야에서 30여 년간 일해온 박 대표는 본인의 경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물류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수출 화물 확대를 위해 TCR(중국횡단철도)이나 트럭 등과 연계해 중앙아시아나 몽골 베트남 유럽으로 나가는 화물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의 비자 정책 완화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하면서 평택 지역에 다양한 쇼핑관광 시설을 조성해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대표는 최근 악천후로 도선사가 승선하지 못해 평택항을 취항하는 카페리선이 입항하지 못하고 외항에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기상 악화 시에 평택항 부두와 가까운 ‘방도’를 임시 도선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도선사와 관계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한중 카페리항로에서 운항 제한 선령(30년)에 도달하거나 선박을 도입하지 못해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박 신조 작업을 조기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Q. 대표이사로 부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난해 12월1일자로 부임을 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지난 5개월 동안 회사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 제일 중요한 건 회사와 사업의 연속성 지속성을 확보하는 거다. 이를 위해 물류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명을 일조국제훼리에서 일조국제물류로 변경했다. 카페리 수송 사업 외에 다른 물류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훼리’란 이름 때문에 한계가 있더라.
지난 코로나19사태로 여객 수송이 중단되고 화물 매출이 떨어져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앞으로 이런 어려움들을 벗어나려면 사업 규모를 키우고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
제가 항만 터미널과 컨테이너 영업 쪽에 30년 동안 있었다. 노하우를 살려서 기존 카페리사업과 함께 물류 사업도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사업 방향에 맞춰서 직원도 한두 명 더 영입을 할 계획이다. 주주사인 동방도 항만과 물류업을 하다보니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Q. 코로나 기간 동안 중단됐던 여객 사업이 재개됐지만 아직까지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물동량은 지난해부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회사 실적과 카페리선 시장 현황이 궁금하다.
2023년 9월에 여객을 재개한 뒤 지난해 한중 카페리 시장 전체 여객 수송 실적은 63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의 200만명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치다. 물동량은 2023년보다 8% 증가한 56만5000TEU를 달성했다. 여객 승선률은 당연히 저조하고 소석률(화물 적재율)도 화물이 늘었지만 4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역시 여객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감소한 13만4000명 정도에 머물렀다. 다만 화물은 4% 정도 늘어난 13만TEU 정도를 기록했다. 저희 회사도 여객은 감소했는데 화물은 24% 늘어난 1만1700TEU를 냈다.
4월엔 각 선사마다 여객과 화물이 모두 상승한 걸로 보인다. 특히 여객은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에게 무비자를 적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올해 3분기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우리 회사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만 화물은 수입이 받쳐 줘서 늘어났지만 수출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공장들이 대부분 철수하면서 지난해보다 부진하다. 예전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이 중국에 있었지만 지금은 베트남 등지로 다 옮겨 갔다. 취임해서 중국으로 나가는 화물들을 살펴봤지만 찾기 어려웠다.
| ▲일조국제물류가 운항하는 2만5000t급 카페리선 <르자오오리엔트>호 |
Q. 한중 교역 환경의 변화로 카페리선사들도 동남아나 북방 화물 유치 등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조국제물류는 어떤가?
미중 무역 갈등이 갑자기 발생하고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영업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회사도 중앙아시아나 유럽으로 나가는 화물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까지 카페리를 이용하고 중국에서 다시 TCR로 중앙아시아나 유럽으로 나가는 화물은 조금씩 있다. 특히 몇 년간 끊겼던 중앙아시아행 화물이 지난해 연말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중국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와 합작해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철송 기재(機材)를 늘리고 국내뿐 아니라 중국 파트너와 협력해서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 내륙 운송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카페리로 중국으로 실어나른 뒤 트럭으로 남중국이나 몽골 베트남으로 수송하는 루트다. 과거엔 중고 자동차나 생필품 등 다양한 품목이 이 지역으로 수출됐는데 지금은 소강 상태다. 계획을 세우고 현지 파트너를 찾는 등 시간을 갖고 화물 영업을 준비하려고 한다.
Q. 평택항에 취항 중인 카페리선사로서 해결해야 할 최대 당면 과제는 뭐라고 보나?
물량은 조금 늘어났지만 수입화물 위주기 때문에 수출 물량에 대한 적극적인 영업이 필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한중 카페리 선사들이 수출화물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고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여객이 정치적인 영향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 어려움이 크다. 지금은 (정치적인 이슈가) 다소 해소됐지만 지속성이 필요하다.
또 느낀 게 카페리를 타고 들어온 중국 단체 관광객이 평택에서 관광하고 쇼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하는데 상인들을 빼고 대부분이 서울로 다 가버린다. 단체 관광객을 평택에서 머물게 하려면 쇼핑 시설 등이 필요하다.
중국 르자오시를 가봤는데 개발이 많이 돼 있더라. 그래선지 국내 산악회나 기타 동호회 단체들이 우리 배를 타고 르자오로 많이 간다. 평택도 그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시너지가 생길 거 같다.
Q. 평택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이 지난해 개장해서 일조국제물류도 사무실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부두는 시설 문제로 아직까지 정상 가동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두 이용 당사자로서 의견이 있다면?
관계당국도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민관이 지속적으로 협업해서 해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가 나올 거라 기대한다. 카페리선사들이 의견을 많이 제시하고 있고 평택지방해양수산청에서도 선사들에게 (문제점에 대해) 많이 물어 보고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Q. 최근 평택항 카페리선이 도선 문제로 평택항 외항에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있었다.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 악화로 도선선이 선박에 접근을 못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한중카페리협회와 5개 평택항 취항 선사가 운영협의회를 만들어서 평택해수청과 도선사와 협의를 하고 있다. 안전을 무시할 수 없으니 최선의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입파도가 도선점인데 기상이 악화되면 임시로 도리도에서 도선한다. 카페리선사들은 날씨가 안 좋을 때 평택항과 가까운 방도까지 들어와서 도선하면 안전이 확보될 거라고 보고 있다. 카페리선장들은 주 2~3항차씩 1년에 100항차가량 평택항에 들어오는 전문가들 아닌가. 여객선에 한 해 임시 도선점을 방도로 변경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도선이 안 되면 여객이 가장 문제가 된다. 선박이 입항을 못하면 외항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지 않나. 근래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도선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화물도 카페리선 특성이 당일 배송이기 때문에 도선 문제가 발생하면 영향을 받는다. 한중카페리협회와 평택항을 취항하는 카페리선사들은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Q. 현재 신조선 문제로 한중카페리항로에서 취항 중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진천국제항운이 선령 문제로 카페리선 운항을 중단했고 영성대룡해운도 임차 선박을 단동국제항운에 반환하면서 최근 휴항에 들어갔다. 일조국제물류도 신조선 도입에 관심이 클 거 같다.
선박 문제로 취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자꾸 나오다 보니까 저희도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사전 준비 계획이 지금부터 필요할 거 같다.(일조국제훼리의 운항 선박인 <르자오오리엔트>호의 선령은 17년이다. -편집자 주) 중국 측도 공감하는 상태다.
선박 신조를 한다면 배 사이즈도 키우고 수송능력도 늘려야 하지 않겠냐고 회의 때 얘기를 한다. 아직 (내구연한이) 10년 이상 남아 있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배 값이 비싼 데다 최근에 많이 올라서 사전 준비를 하지 않으면 닥쳐서 준비하기 어려울 거라 본다.
배를 짓는 데 보통 2년 정도 걸리지 않나. 어떤 배를 지을 거고 어떤 조선소를 선택할 건지 준비 작업을 최소 4~5년 전부터 해야 할 것 같다.
Q. 관계당국이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한중 간 경제 활성화나 교역 등에서 한중카페리가 마중물 역할을 많이 해오지 않았나. 코로나사태가 끝나고 여객 수송을 다시 재개했지만 실적이 아직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중국 당국에서 한국인에게 한시적으로 비자 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도입해 여객 수송이 예전처럼 다시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 또 교역량을 늘릴 수 있도록 화물 검역이나 통관을 완화해 주길 바란다. 이런 지원책들이 마련되면 한중 카페리의 경쟁력이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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