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설치된 숭실대 벤처경영학과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직장인들을 위한 특별한 배움터다. 산학협력법에 근거해 설립된 계약학과로, 기업 또는 산업체 임직원을 모집해 토요일 하루 동안 전일제 수업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해운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뒤 올해 2학기부터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이기병 겸임교수는 이 학과를 전통적인 경영학뿐 아니라 국제무역과 물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등 다양한 핵심 역량을 배우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해운물류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며 체득한 지식들을 학생들과 나누고 사회에 전하고 싶어 벤처경영학과 겸임교수직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에서 거국적으로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발 정책을 두고 우리나라가 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통령실에서 주도하는 범국가적 전담팀(TF)을 구성해 쇄빙선 투입, 러시아 협력 같은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북극항로 개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해양 인력 양성에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Q. 교수님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하면?
부친의 사업 실패로 상고 진학 후 고졸 사원의 설움을 벗어나 대학 졸업장 한번 갖고 싶다는 일념으로 전문대부터 시작해 직장 생활과 병행한 주경야독의 시간이 모여 어느덧 교수라는 자리까지 오게 됐다.
그동안 신용평가사와 해운회사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에서의 다양한 산업 경험과 해운물류 분야의 현장 체험을 토대로 칼럼 기고, 논문 집필 등 꾸준한 연구 활동을 하면서 학문의 최전선에서 늘 기웃거리고 있다.
Q. 숭실대 벤처경영학과는 어떤 학문을 배우는 곳인가?
벤처경영학과는 산학협력법에 의해 설치된 계약학과다. 2011년부터 벤처·중소기업 재직자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 기업 재직자·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학의 기본 개념과 창업·벤처 경영의 전문 지식,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경영학의 핵심인 회계, 재무관리, 마케팅, 전략경영은 물론, AI와 빅데이터, 국제무역·물류, ESG 경영 등 미래 경영의 핵심 역량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론이 아닌, 내일 당장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살아있는 지식을 전해주면서 기업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걸 목표로 한다.
Q. 학과의 장점이라면?
먼저 시간을 존중하는 학습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과목을 사전녹화 강의와 토요일 전일제 대면 수업으로 나눠 직장인들의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계약학과 특성상 등록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산업체가 부담하고 거리 제한, 근무 경력 등의 조건이 맞으면 무시험으로 정규 숭실대 경영학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 내에서 경영관리 부서로의 이동, 승진의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한층 더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대학의 경험을 통한 성장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창업 성장 경영에 관심 있는 분들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평생 학습의 자세로,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분들도 있다. 숭실대는 1897년 개교한 한국 최초의 대학이다. 다양한 산업계에서 활동하는 동문 네트워크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한다.
신입생 모집에 관해 궁금한 점은 제 메일(lgb1461@naver.com)이나 벤처경영학과 사무실(02-820-0589)로 문의하면 된다.
Q. 이 학과에 교수로 지원하게 된 계기와 향후 포부는?
연구자로서의 저술 실적과 신용평가사, 해운사의 근무 경험들이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상호작용해 구현이 된다면 제 인생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거라 생각했다. 익숙한 안락의자에 앉지 않고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인생에서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고, 주중에는 현업에 매진하고 토요일만 강의에 집중하면 되기에 저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교수로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산업체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성장이 더딘 위기의 시대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무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일조하려 한다. 물류 관련 단체나 기업들과 업무협약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과 소개와 학생 유치, 학교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교수 본분에 충실해 급변하는 산업 현장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사례 중심의 강의안을 준비해 토론과 공감을 통한 자기 주도적 학습이 이뤄지게 하려고 한다. 학생들 특성을 세심히 파악하고 학교 학습과 성취 활동에 자기 효능감을 배양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도해 학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Q. 현 정부에서 북극항로 개발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어떻게 보나?
최근 북극항로라는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항로의 이동이 새로운 경제권의 중심을 재편해왔다.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이 물류 허브 국가로 도약할 괜찮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장밋빛 전망에 도취하지 말고 부트스트랩(bootstrap)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풀이하자면 자신이 가진 자본과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는 의미도 있고 확장하고 싶다면 집중해야 한다는 뜻도 있다. 고객의 필요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며 아이디어 검증과 철저한 계획이 밑바탕이 돼서 실행해야 한다.
북극항로 이용 시 운항 거리 단축은 가능하지만, 기항지도 없고 쇄빙선 사용료, 러시아와의 외교적 협력 등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의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 대통령실 또는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서 다부처·다분야가 연계되는 북극항로 개통 TF를 만들어야 한다.
TF는 북극항로 개통과 상용화의 중장기 국가 비전과 로드맵을 전략 과제로 삼는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거점 항만 육성과 인프라 개발, 극지 항로 운항 안전 체계와 민관 공동투자 금융·보험 체계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북극항로는 ‘기존 설치 기반’이 없어서 해보지도 않았고 명확히 보이지도 않는 부분이 있어 탐색-분석-선택-수행의 ‘변화의 리듬’을 통해 최적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에게 조금 더 유리한 절대적 변수를 찾아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면서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기능적 고착화에 빠지지 않는 고난하고 정밀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3인 수험생 아들에게 해양대 진학을 권하고 있다. 생각해 보겠다면서 확답을 안 하고 배를 타면 연애와 결혼, 사회생활이 단절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걸 보니 요즘 젋은이들은 승선 그 자체가 기피 대상이 된 것 같다.
해양 인력 양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요소인 만큼 선원 처우 개선, 인력 매칭과 고급 인력 지원 강화 등이 미래가 아닌 한미 조선 협력, 북극항로 개설의 당면한 ‘현안 과제’로 부상했다. 시급히 보다 과감한 정책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
Q. 관계당국이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우리나라는 세상에 만들어질 때부터 변변한 자원, 이른바 천부(天賦)가 없다. 그나마 이 정도로 먹고살 만한 나라가 된 건 사회 저변에 확산한 기업가 정신이 경제 성장을 일구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성전(聖殿)이고 기업가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딥시크(Deep Seek)를 만들고 글로벌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오픈AI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들은 혁신의 가속화를 실행하는 변혁의 시대다. 돌아가신 피터 드러커 교수가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세계 최고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말할지는 의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식 기업가 정신의 재생과 더욱 과감한 창업지원 정책이다. 기업가 정신 교육 확대와 자금 지원의 다각화, 원스톱 창업 제도의 복잡하고 파편화된 정보의 통합을 추진해 정책과 절차를 단순화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정부가 많은 관심을 뒀으면 한다.
단순한 균일가 정책과 가성비(를 앞세운 ‘다이소’가 최근 한류 쇼핑 기지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책 당국자들도 참조해 산재해 있는 창업 정책과 절차를 단순화해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고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향상해야 할 거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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