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한국해기사협회 김종태 회장은 전략해기사 도입에 협회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태 회장은 해운기자단 간담회에서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수송이 막히면서 국민들이 선원 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해기사 경력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CDP)을 구축해 졸업부터 승선, 전직, 은퇴까지 전 생애에 걸쳐 해기사를 통합 지원하고 비상시에 필요한 해기 인력을 곧바로 동원하는 시스템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Q. 해기사협회장 연임을 축하드린다. 회장 선거에서 내세운 중점 추진 공약은 뭐였나?
3년간의 회장 업무를 마치고 연임에 도전해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제34대 회장에 당선됐다. 33대 임기 동안 협회의 기초가 되는 회원 유치와 협회 수입 증대에 힘을 쏟았다.
회원 이탈 방지를 위해 설문과 상담을 벌였고 육상과 해상 복지 시스템을 통합해 육상 근무 해기사 회원을 영입하고 명예 해기사 위촉 사업을 실시했다. 광고 유치와 신규 사업 등으로 협회 수입을 30%가량 늘리고 외부 단체에서 사업 자금도 확보했다.
앞으로는 지난 회장 선거에서 공약한 내용을 중심으로 해기사의 권익을 신장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우선 육상과 해상 자원 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현장에 안착시키고 인사·노무 관리 전문 교재를 제작할 계획이다. 재단법인 바다의품에서 지원받은 7500만원을 활용해 ▲인사 이론 ▲관련 법규 ▲사례 분석을 거쳐 해무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쓰는 실무 표준을 정립하겠다.
다음으로 국가 전략해기사 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려고 한다. 외국인 선원 간 임금 격차를 국가가 보전하고 장기 승선자가 국가 기관에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 끝으로, 전략 산업 인력인 해기사의 법적 지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해기사의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해기사 경력 관리 플랫폼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
올 한 해 육상과 해상 해기사의 경력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약칭 CDP를 구축하고 상용화하는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해상직 해기사의 구인과 구직은 법에 근거해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등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저희 협회는 단순한 DB 구축이나 정보 공유를 넘어 해기사의 경력과 능력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서 해기사 개개인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미래 직업 경로를 선택하면 그 직업에 필요한 직무 교육을 국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우수한 해기 인력이 해사산업계 안에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도록 하고, 필요하면 다시 해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졸업부터 승선, 전직, 은퇴까지 해기사 전 생애에 걸쳐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국가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해기 인력을 즉각적으로 동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최근 중동 전쟁으로 선박 피해가 커지고 있다.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지를 항행하거나 정박 중인 우리나라 선박과 해기사들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상황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서 점검하고 있는 협회 입장에서 해기사 가족들이 피격 위험이나 생필품 고갈 등 군사적 긴장감을 극대화하거나 비관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자극적인 보도에 동요하지 않길 부탁드린다.
해기사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가족들의 평온과 신뢰다. 우리 해기사들은 생각보다 훨씬 강인하고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역량을 갖고 있다. 정부의 공식 발표를 신뢰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길 바란다.
더불어 협회는 이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현 상황이 주는 교훈을 사회와 국가에 강조하고 싶다. 호르무즈 사태로 선박과 선원이 멈추니 세계가 함께 멈춰버렸다. 산업과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수송이 막히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고 선원 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유사한 상황을 막으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는 해기사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고 보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전략상선대와 국가전략해기사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Q.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 새 집행부와 해기사협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원노련과 해기사협회는 궁극적으로 해기사의 권익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국가 전략해기사 제도 도입을 위해 선원노련과 협력하려고 한다.
해기사는 전시와 비상시 국가 물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지 않나. 국적 선원과 외국 선원 사이의 임금 격차와 그에 따르는 고용 문제를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안 된다. 국가가 그 차액을 직접 보전하는 체계를 마련해 우리나라 해기사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기 전승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필요할 때 헌신하는 인력인 만큼 평상시의 복지와 처우 또한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한국 해기사의 권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선원노련의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본다. 장기 승선자가 하선 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양 관련 국가 기관 및 공공기관 우선 채용을 제도화해 평생직장의 토대를 닦겠다.
Q.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가 올해로 발족한 지 4주년이 됐다. 향후 운영 방안은?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는 선원 인력 양성 정책을 통합적으로 대응할 민간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지난 2022년 대표 의장, 사무총장, 사무국, 실무위원회, 미래해기인력정책연구소 등의 조직으로 출범했다. 선주 단체, 선원 단체, 교육기관, 공익단체 등 해사산업계의 각 단체가 업무 협약을 맺고 협의회를 발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주요 선원 공급국 간 선박 직원 임금 비교 ▲해기 전승을 위한 한국인 승무 해기사 유지 인력 도출을 위한 분석 등의 연구를 진행해 회원사에 제공했다. 지난 2024년엔 해기사협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 해기 전승 토론대회를 개최했다.
앞으로 협의회가 해사산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해양수산부의 선원정책혁신협의회와 협력을 강화해 미래해기인력연구소에서 연구한 자료가 정부의 선원 정책 기본계획 수립에 반영되거나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Q. 해기사 처우 개선 정책의 풍선효과로 지난해 해양계 졸업생의 취업률이 하락했다고 한다.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선주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시행 등으로 노사 합의에서 강제하는 필수·지정선박 외엔 외국인 해기사를 선호하는 추세다. 고급사관직엔 한국인 선원을 선호하지만 초급사관직에 외국인 선원을 쓰려는 분위기가 강해 한국인 고급사관 양성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노사정이 합의해 승선 환경을 대폭 개선하면서 해기사 이직률이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신규 졸업자의 취업률 하락이라는 뜻하지 않은 상황도 함께 맞았다. 이 결과는 승선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미스매치 현상이라 생각한다. 문제로 판단하기보다 결실로 봐야 한다.
이제부터는 고급사관을 스스로 양성하는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상위 해기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승무 기간을 대폭 축소해 토대를 마련했다. 나아가 상위 해기 면허 소지자의 면허 수당을 신설해 고급사관으로 승격할 동기를 부여하면 고급사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조기 승진으로 초급사관 일자리도 늘어나 취업률이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
Q. 2018년까지 해기사 명예의 전당에 열네 분의 선배들이 헌정됐다. 헌정식을 재개할 계획은 없나?
우리 선배 해기사들이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기리는 행사도 당연히 필요하다. 현재 태종대에 있는 해기사 명예의 전당에 해방 이전 세대 14위가 헌정돼 있는데 공간이 부족해 해방 이후 세대까지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권 조성에 맞춰 북항 재개발 지역에 선원기념관을 건립하고 여기에 해기사 명예의 전당을 조성해 해방 이후 세대를 헌정하고 중앙동과 연결되는 도로를 마도로스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해수부와 부산시의 입장 변화로 대체 부지 선정이 지연돼 안타깝다. 국가 전략 해기사 육성을 위한 여론과 대국민 인식 제고의 차원에서도 명예의 전당 헌정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Q.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 등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기 전승은 혼자만의 과업도 아니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빨리 가는 게 아니라, 함께 멀리 가는 거다. 해사산업계와 정부가 해기 전승 사업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국가 전략상선대와 전략해기사 육성, 해기사의 생애 관리를 위한 CDP 운영, 해사교육센터 설립, 장기 승선자 우선 채용 제도 도입 등 해기사의 생활과 위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에 업계와 정부가 깊이 관심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한다.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한시라도 빨리 제도를 마련해 해기 단절을 막아야 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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