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양대학교 최부홍 총장은 선원의 장기 승선을 유도하려면 실습생 지원비를 병장 월급 수준으로 지급하는 등 사회 경제적 보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부홍 총장은 본지 창간 55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선원의 장기 승선 기피 현상은 육상 직종에 비해 열악한 복지와 외로움과 사회적 인식 부족 등이 얽혀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 총장은 미국이 선원 예우를 참전 용사 수준으로 격상하는 법률을 제정한 사례를 들면서 우리도 선원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해양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관련 업계에서 신규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양대 해양대의 통합을 두고 목포해양대는 서남권에 기반한 글로컬 대학으로, 한국해양대는 국제 분야 인력 양성에 집중하는 대학으로 방향을 설정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Q. 목포해양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지 반 년 정도 지났다. 학교 소개를 바란다.
우리 국립목포해양대학교는 1950년 개교 이래, 76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문 해양대학이다. 누구보다도 바다와 선박을 잘 아는 바다 마스터를 양성하는 일을 한다. 학생들의 인생을 바꿔주고, 지역이 자랑스러워하고, 국가에 책무를 다하는 국가 필수대학으로서 그 소임을 충실히 다하겠다.
우리 대학은 대한민국의 뿌리 교육기관으로서 바다를 집처럼 여기며 살아온 2만5000여 동문들이 생명체의 혈관처럼 국가 해양력 유지와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아울러 재학생들은 장차 국가 전략물자와 산업, 민생에 긴요한 필수 물자들을 수송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할 수 있는 바다 마스터로서, 선박 전문가로서 세계를 무대 삼아 활약하기 위해 열심히 학문을 연마하고 있다.
‘바다를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교육’이라는 책무 아래, 해양 영토 수호, 해양 안전, 해운·친환경 해양기술 등 국가 안보와 민생 경제를 막중히 책임지려고 한다. 미래 친환경 해양산업을 선도할 고도의 전문 인재 양성에 더욱 힘써 대한민국을 세계 최강의 해양강국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지난해 전국 국공립대학 중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하게 된 배경은?
취업률 1위라는 성과는 우리 학생들과 교직원이 함께 일궈낸 결과다. 해양 특성화 대학이라는 특성상 졸업 후 진로가 해운 항만 조선 해양경찰 해군 등 국가 필수 산업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구조 덕분만은 아니다. 현장 실습을 강화하고 선사와 기업의 산학 협력, 학생 개개인의 진로를 밀착 지도하는 교수진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 성과의 의미는 숫자 그 이상이다. 우리 졸업생이 현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고 해양 인재 양성이라는 우리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거라 본다.
Q. 국가 해양 인력 양성의 핵심 거점 대학으로서 관련 산업계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
우리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해운·항만·조선·해양경찰 등 다양한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해상교통안전진단사업단, 선박수리지원센터, 해운항만물류전문인력양성사업단 등 현장 수요에 직접 대응하는 전문 조직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RISE(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 사업을 통해 지역 산업계나 지자체와 연계한 해양 특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RISE 사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우리 대학이 전남 지역 해양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 협력을 한층 강화해 산업계의 기술 변화를 교육 과정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스마트 친환경 선박, 해상 풍력, 북극항로 개척 등 미래 해양 신산업 분야에서 산업계와 공동 연구·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최부홍 총장이 목포해양대 실습선 <세계로>호 출항을 앞두고 학생들과 안전 항해를 응원하고 있다. |
Q. 대한민국 해운항만물류 분야가 발전하려면 양대 해양대학의 통합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매우 많다. 총장님의 생각은 어떤가?
양 해양대학 통합 논의는 해양계 전체의 오랜 화두다. 저는 이 논의에서 먼저 두 대학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포해양대는 지역과 국가를 동시에 아우르는 글로컬(Glocal) 해양대학으로서, 전남 서남권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계하면서 세계 무대로 인재를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국해양대학교는 글로벌 해양대학으로서 국제 해양 무대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 대학이 동일한 역할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하는 구도로 재정립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해양 교육의 경쟁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 통합은 이런 역할 정립을 전제로, 교육과정 공유, 공동 연구·실습과 자원 연계 등 실질적인 협력을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형식보다 본질, 즉 해양 인재 양성이라는 공동의 목적이 먼저다.
Q. 총장님께서 생각하는 장기 승선 장려 방안은 뭔가?
장기 승선 기피 현상은 복합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 육상 직종에 비해 열악한 복지,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느끼는 외로움, 사회적 인식 부족 등이 얽혀 있다. 제가 생각하는 장려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승선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실습생에 대한 지원비를 최소 병장 월급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 실습생 때부터 해기사를 우대해 주고 예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청년 해기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 또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근무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국가유공자로서 예우하고 각종 세제 혜택과 주택 지원, 연금 우대 같은 실질적 인센티브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둘째, 미국처럼 선원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법률화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의회에서 선박법(SHIPS ACT,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항만 인프라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의 행정 명령으로 선원들 예우를 참전 용사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올렸다. 7년 정도 승선하면 연방정부 국토안보부에서 무시험 채용하고, 10년 이상 승선하면 선원 자녀의 대학 학비 전액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Q. 해양 인력을 양성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서, 해운항만물류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해운항만물류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전 세계 해운 물동량과 에너지 수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을 우리 모두 목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바다에서 움직인다. 호르무즈 해협 하나가 막히면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그 바다를 지키고 움직이는 핵심이 바로 사람, 즉 해기사와 해양 전문 인력이다. 우리 대학은 그 인력을 키우는 국가적 책임을 지고 있다.
해운항만물류업계에 초임 인력을 현장에서 키워주시는 데 조금 더 투자해 주길 당부드린다. 해기사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지탱하는 전략적 인적 자산이다. 당장의 비용보다 10년 뒤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 한국인 해기사 인재 풀을 지키는 게 결국 업계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확신한다.
저희 학교는 지금 대전환점에 서 있다. 지역 소멸 위기, 학령 인구 감소, 해양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세 가지 도전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친환경 선박 교육 인프라 확충, 해상풍력 전문 인력 양성,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해기 역량 강화를 통해 우리 대학은 분명히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나가겠다.
코리아쉬핑가제트를 비롯한 해운 언론이 해양 산업과 해양 교육의 가교 역할을 해주시는 데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우리 대학과 함께 대한민국 해양의 미래를 멋지게 그려 나가기를 기대한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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