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이 북미 컨테이너 항로의 물동량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1~3월) 북미 서안 항만의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어든 가운데 감소세는 미국 항만에 집중됐다. 반면 캐나다의 밴쿠버항과 프린스루퍼트항은 증가세를 보이며 서안 물동량이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각 항만 당국에 따르면, 북미 서안 주요 7개 항만의 올해 1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719만6000TEU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754만3000TEU)에 견줘 4.6%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수입 물동량은 360만TEU로, 373만9000TEU에서 3.7%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오클랜드 시애틀·터코마(NWSA) 등 미국 항만에 국한됐다. 이들 4개 항만의 총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605만1000TEU, 수입 물동량은 6% 감소한 299만6000TEU였다. 반면 밴쿠버 프린스루퍼트 등 캐나다 항만 2곳은 1년 전보다 7% 더 많은 114만4000TEU를 처리했다. 수입화물만 보면 9.4% 증가한 60만4000TEU의 물동량을 기록했다. (
해사물류통계 ‘2026년 1분기 북미서안 주요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참고)
각 항만별로 보면, 가장 큰 물동량 감소폭을 나타낸 곳은 시애틀·터코마항이었다. 이 항만은 올해 들어 매월 두 자릿수의 실적 감소를 겪고 있다. 1~3월 동안 전체 물동량 71만4000TEU, 수입 물동량 28만5000TEU로 각각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2% 16.5% 감소한 성적을 냈다. 4월 실적은 21.4% 29.1% 줄어 올해 중 가장 큰 후진 행보를 보였다.
미국 최대 항만인 LA항과 롱비치항도 지난해보다 저조한 물동량 실적을 받아들었다. LA항의 1분기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은 1년 전 250만4000TEU에서 4.6% 감소한 238만8000TEU에 그쳤다. 롱비치항은 253만5000TEU에서 239만TEU로 5.7% 줄어든 처리량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수입화물은 LA항(123만6000TEU)에서 3.7%, 롱비치항(119만8000TEU)에서 5.3%의 감소세를 보였다.
2개 항만 모두 1월에는 대폭 감소하고 2월에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LA항의 수입 물동량은 1월 42만TEU로 12.9% 감소했다가, 2월에는 43만TEU로 5% 증가했다. 롱비치항도 1월엔 42만TEU로 12.1% 줄었으나 2월에는 38만TEU로 0.2% 증가한 실적을 작성했다.
다만 미국 항만의 이 같은 증가율은 관세정책 변동에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조정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뒤 조기 선적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북미 서안에서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올해 1분기 LA항과 롱비치항의 수입 물동량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는 감소했으나 지난 2024년과 비교하면 LA항 0.2% 롱비치항 20% 증대됐다.
캐나다, 철도망 바탕으로 성장세
반면 캐나다 서안 항만은 지난해 물동량 증가세에 더해 올해도 견실한 성장세를 그렸다. (
해사물류통계 ‘북미서안항만 수입 적재 컨테이너 물동량’ 참고)
밴쿠버항의 올해 1분기 전체 물동량은 93만5000TEU로, 전년 동기인 87만7000TEU 대비 6.6% 성장했다. 수입 물동량은 45만TEU에서 9.5% 증가한 49만3000TEU로 집계됐다. 이 항만은 매월 1년 전보다 1.5% 19% 10.4% 늘면서 각각 17만3000TEU 15만TEU 16만9000TEU의 수입화물을 처리했다. 적재된 수입화물만 보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물동량인 49만1000TEU를 기록했다.
프린스루퍼트항은 1분기 전체 20만9000TEU의 화물을 처리해 1년 전보다 8.9% 증가했다. 수입 물동량은 11만1000TEU로, 10만1000TEU보다 9.3% 늘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는 이 같은 물동량 변화가 화주·선사의 항로 재조정 결과라고 풀이했다. 미국 무역전쟁에 따른 통상 마찰, 미국 중서부로 이어지는 캐나다의 철도 물류 경쟁력, 미국 서안 항만의 혼잡을 피하려는 전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기존 미국 항만의 물동량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캐나다 항만의 화물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시인텔리전스는 수입 물동량이 지난해 고점을 찍은 이후 태평양횡단 컨테이너 수입 수요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 서안 항만의 수입화물 가운데 적재 컨테이너 물동량은 349만TEU로, 전년 동기(363만TEU)와 지난 분기(350만TEU) 대비 모두 감소했다. 이 해운조사기관은 “최근 3개 분기 동안 이어진 물동량 정체가 미국 무역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관세와 홍해 리스크 영향 가운데 캐나다 서안 항만은 경쟁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미 내륙과 연계되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발 물동량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밴쿠버항의 IPI(내륙지점 복합운송) 서비스는 캐나다 로키산맥을 통과하는 철도 노선의 고도가 미국 로키산맥을 경유하는 노선보다 낮아 연료 소모가 적고 철도 운송비 절감 효과가 커 일부 고부가가치 화물을 다루는 화주와 대형 유통업체의 이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KMI는 미국의 관세정책 변동은 전체 물류 경로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 유통망을 동시에 보유한 대형 유통업체의 화물 운영 방식에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에는 아시아발 수입화물을 미국 서안으로 반입한 뒤 육상 운송을 통해 캐나다로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미국 관세 부담을 회피하려고 캐나다 화물을 직접 밴쿠버 프린스루퍼트항으로 운송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KMI는 “밴쿠버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화물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 내륙 수출입화물이 늘어난 결과”라고 파악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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